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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영국작가 전시 : 줄리안 오피 & 데미안 허스트

서진수

2007년 말부터 2009년 5월 말 현재까지 계속되는 경기침체 기간 동안 국내 미술시장에 나타난 변화 가운데 하나가 해외작가 전시나 경매에서의 해외작가 작품의 증가였다. 중국 인기작가들의 전시회가 2008년 초반을 장식하더니 곧바로 일본 젊은작가들의 전시가 줄을 이었다. 그리고 2009년 4월과 5월에는 서울 국제갤러리와 대구 리안갤러리에서 영국의 현대미술을 이끄는 유명작가 줄리안 오피(Julian Opie, 1958- )와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1965- )의 전시가 열렸고, 반응도 매우 뜨거웠다. 오피와 허스트는 영국 컨템퍼러리를 대표하는 작가들이다. 오피는 화랑 전시와 아트페어를 통해 인기가 꾸준히 상승하는 작가이고, 허스트는 독특한 아이콘으로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화제의 작가이다. 오피는 20여 년 동안 연 평균 4회의 전시와 연 평균 2개 이상의 프로젝트를 통해 인간의 움직임과 현대화된 초상화를 보여주고 있고, 허스트는 1990년대 이후 세계의 컨템퍼러리 작가 중 가장 이해하기 힘들면서도 항상 다음 작품이 궁금한 작가로 인식되고 있다. 이들은 모두 런던의 골드스미스(Goldsmith's School of Art) 출신으로, 오피가 79학번이고 허스트가 86학번이다.  


     

좌) <Caterina dancing in black trousers>, 2009, 사진제공: 국제갤러리.

우) <Caterina dancing in denim skirt>, 2009, 사진제공: 국제갤러리.



오픈식에 참석한 오피, 사진촬영: 서진수.


인간의 움직임을 보여주는 국제갤러리의 '줄리안 오피'전

서울 사간동 국제갤러리는 팝아트를 대표하는 줄리안 오피의 첫 공식 국내 개인전을 개최하였다. 그동안 그룹전이나 아트페어를 통해 소수의 작품이 소개된 적은 있지만 오피 특유의 둥근 머리와 단순하면서도 뚜렷한 선으로 신체의 형태를 표현한 전신상, 현대 초상화 형태의 반신상, 가족과 동료 등의 얼굴이나 동작을 고유한 기법으로 표현한 평면작품, 입체로 만든 조각 작품, 그리고 이러한 이미지들을 동영상으로 만든 LCD, LED 작품 등 30여 점이 개인전을 통해 소개되기는 처음이다. 그의 작품이 매력적이고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것은 움직이는 사람의 모습을 소재로 다루고 단순화된 동작표현이나 인물화의 표정들이 경쾌함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는 초상화와 인물 작가답게 동서양의 고전 작가 작품의 현대화에도 관심을 가지고 있다. 18세기 영국의 유명한 인물화가였던 조슈아 레이놀즈(Joshua Reynolds: 1723~1792)와 에도시대에 목판화와 미인화로 유명한 일본의 기타가와 우타마로(1753~1806)의 인물화를 드로잉 작업으로 재현하며 인물의 단순화와 초상화의 현대화 작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오피의 작품이 동ㆍ서양인 모두에게 어필하는 것은 이러한 동서양을 아우르는 일련의 밑작업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비닐이나 프린트를 재단하여 캔버스에 입히는 전형적인 그의 작품이나 알루미늄 틀에 아크릴로 작업을 한 유니크(1점만 제작하는 오리지날)를 볼 수 있었다. 기법의 다양성만큼이나 다양한 모델을 쓰는 오피가 카테리나(Caterina)라는 무용수를 모델로 한 작품들은 관객에게 역동성을 한껏 보여주었으며, 원화를 직접 보았을 때 느끼는 또 다른 맛을 국내 관객들에게 선사하였으며, 원작을 구입하려는 세계의 컬렉터들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했다. 



허스트 전시장 전경, 사진제공: 리안갤러리.


삶, 죽음의 공포를 보여주는 리안갤러리의 '데미안 허스트'전

대구의 리안갤러리는 약 2년간 준비한 데미안 허스트의 전시 're-Birth'(부활)'을 작가의 주 전시 화랑인 영국의 화이트 큐브와 협력하여 개최하였다. 허스트는 파격적인 작업으로 세계 미술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주는 작가이다. 동물의 몸을 토막 내 포름알데히드에 담그거나 살아있는 나비를 캔버스에 붙이고, 심지어는 해골에 8천 개가 넘는 다이아몬드를 장식하여 1억 달러에 판매한 작가이다. 전시에는 최근에 허스트 전매특허가 된 해골 시리즈, '점 땡땡이'로 통하는 <dot painting>, 물감을 판 위에 얹고 돌려 작품을 만든 <spin painting>, 물감 대신 실제 나비를 색으로 대신한 <butterfly painting>, 알약 진열대와 주사기를 오브제로 활용한 <pharmacy> 등 50여 점의 작품이 선보였다. 특히 해골에 파리를 가득 붙인 <죽음의 공포>는 다이아몬드를 붙인 작품만큼이나 강열한 느낌을 주었다. 전시 기간 동안 허스트를 포함한 영국 청년 아티스트(young British Artist: yBa)에 관한 영상자료 상영과 도슨트 설명, 그리고 허스트에 관한 특강 등을 개최하며 유료 관람 전시로 진행되었다. 전국에서 관람객이 대절버스를 타고 올 정도로 인기가 높았으며, 한 달간의 전시기간 동안 약 7천 명의 관객이 다녀갔다. 경기침체로 일반 제조업품 시장과 미술시장이 저가마케팅에 주력하고 있는 때에 국내에서 열린 영국의 대표적인 작가들의 전시는 우리에게 좋은 볼거리를 제공해주었다.


해외작가 전시와 해외 미술품 컬렉션 해외 유명작가의 전시는 준비기간 자체가 길기 때문에 전시를 기획하는 화랑이나 보는 관객이 모두 얻는 것이 많을 수 있다. 감상도 제대로 할 수 있고, 자료도 많이 확보할 수 있다. 신작으로 전시를 하는 경우 대부분 도록을 발행하며, 전시 경력난에 도록발행(exhibition catalogue: 줄여서 exh cat) 여부가 표시되어 있다. 컬렉터의 입장에서는 작가의 또 다른 도록을 구입하여 그 작가의 전체적인 변화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그런 면에서 오피의 일본 전시와 인도 전시의 자료를 살펴보는 것도 그의 작품 전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허스트는 2009년 4월부터 5개월 동안 우크라이나 수도인 키에프에 있는 핀축 아트센터(Pinchuk Art Centre)에서 'Requiem(죽은 이를 위한 연미사)'라는 제목으로 대형전시를 열고 있다. 세계적인 컬렉터인 핀축이 세운 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이 전시는 허스트의 1990년대 초기작부터 현재에 이르는 대표작을 망라하여 보여준다. 오픈식에서는 작가가 스핀 작품을 직접 관객들과 만드는 체험도 하고. 사인회까지 벌여 600명이 당대 최고 인기작가의 사인을 받았으며 오픈 수 3일간 1만 명이 다녀갔다. 작가나 스튜디오, 또는 주 전시 화랑의 허락이나 협력으로 1차 시장 차원에서 열리는 전시는 가격도 좋고 무엇보다 작품의 신뢰도를 확보할 수 있는 점이 매력이다. 이들 작가들의 다음 전시가 기대된다. 한 가지 허스트의 우크라이나 전시를 보며 국내에 큰손 컬렉터들이 많아지고 미술시장의 규모가 커져 국내에서도 시대를 망라한 걸작들로만 구성된 큰 전시를 볼 수 있었으면 하는 욕심을 부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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