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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홍콩 민주화 시위와 아시아 미술시장

서진수

1997년 영국이 50년간 주권을 인정하는 조건으로 중국에 반환한 홍콩(中華人民共和國香港特別行政區)에서의 민주화 시위가 더욱 격렬해지고 있다. 홍콩, 대만, 마카오를 합쳐 ‘하나의 중국’을 주장하는 중국 정부가 친중 홍콩 행정부를 통해 인구 750만 명(2018), 1인당 국민소득 5만 500달러(2019년 추정치), 아시아 경제자유도 1위인 홍콩을 하루속히 중국에 귀속시키려는 과욕의 결과이다.

홍콩은 1973년 오피스 오픈과 함께 첫 경매를 개최한 소더비(Sotheby’s Hong Kong)와 1986년 첫 경매를 시작한 크리스티 Christie’s Hong Kong)의 설립으로 미술품 경매시장을 키워왔고, 2005년 문을 연 홍콩아트페어는 현재 아시아 최대의 아트페어인 아트바젤홍콩이 되어 있다. 경매와 아트페어에 이어 최근 5년간은 세계 각국의 주요 화랑들이 홍콩에 지점을 열어 홍콩 거부와 아시아 컬렉터를 선점하려는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비관세와 비과세에 의한 높은 경제자유도, 백만장자와 억만장자의 개별 수요와 정부 설립 미술관 등의 적잖은 공공 수요, 자유로운 작품 반입반출과 외환 거래 등으로 홍콩 미술시장은 세계 미술시장 관계자들의 로망이 되었고, 베이징의 대형 경매회사인 빠오리(Poly Auction)와 쟈더(China Guardian)까지 홍콩으로 옮기게 만들었다.



홍콩의 시위 현장(아트바젤홍콩이 열리던 2017년 3월), ⓒ서진수


명당도 유효기간이 있다고 했던가! 홍콩 미술시장이 집중적으로 열리는 컨벤션센터 앞에서 시내 중심부로 이어지는 도로에서 시위가 계속되고 심지어 세계인이 드나드는 공항에서까지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는 것을 보며 그동안 홍콩 진출에 투자해온 경매회사, 아트페어, 화랑 관계자들과 뉴욕, 런던, 바젤에 가지 않고도 가까이서 작품을 구입해온 수요자들은 홍콩의 미래를 생각하며, 홍콩이 아니면 아시아 어느 도시에서 팔고 사야 할까를 고심해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중국 본토 사람들과 중국을 생각해본 사람들은 베이징과 상하이를 떠올렸을 것이다. 최근 중국은 베이징, 상하이, 선전, 카이펑 등에서 보세구역 투자 유치와 미술품 과세 완화 조치 등의 미술시장 활성화 정책을 펴고 있다. 베이징은 거래의 귀재들이 많고, 펀드도 쉽게 만들고, 배팅이 과감한 컬렉터와 딜러가 많은 장점이 있다. 과시욕도 크고 기업이나 기업가들이 돈을 벌면 미술품을 구입하고 투자하며 미술관을 건립하는 관행도 있다. 그러나 거래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늘 높은 세율과 해외 수요 부족이 걸림돌이며, 치지우빠(798)와 지우창(酒廠) 등의 예술촌에 화랑을 설립했다가 철수한 기억이 있고 최근에 마지막까지 버티던 페이스갤러리까지 문을 닫은 것을 본 외국인들에게는 베이징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도 적지 않다.

베이징보다는 자유롭고 큰손 컬렉터와 거대 미술관이 많아 미술품 수요가 많은 상하이도 최근 많은 사람이 선호하는 곳이다. 소득도 높고 외국인들이 많아 국제도시 분위기도 나고, 대형 아트페어가 경쟁하고, 최근에는 저우춘야(周春芽) 등 유명작가들이 모여들고 있는 점도 긍정적이나 17%에 달하는 높은 세금과 비싼물가는 다소 불리한 조건임이 틀림없다.

일본에 대해서는 경직된 미술품 소비 습관, 제한적인 해외 미술품 거래 등으로 도쿄든 오사카든 미술품을 거래하는 데는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만 역시 현지 컬렉터층은 두텁지만 자유도와 취향 등에서 해외 미술품이 대규모로 소비·유통될 것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러면 한국은 어떠한가? 화랑, 아트페어, 경매가 모두 진행되고 있고, 컬렉터들이 해외 작품을 선호하여 충분히 고려 대상이고, 서울과 부산, 그리고 제주도까지 생각해볼 수 있지만 역시 낮은 거래총액과 태부족인 공공 수요, 다수의 영세한 유통 주체와 유통 단체 등의 배타성이 한계이다.

이리저리 생각해봐도 아직까지는 거대한 미술시장을 가진 홍콩이 빨리 안정되길 바랄 뿐이다. 그러나 세상은 변하고, 정치-경제-문화-사회는 멈추어져 있지 않고 늘 요동친다. 경제는 안정된 정치를 바탕으로 성장하고, 문화는 풍만한 경제성장 위에서 꽃핀다는 사실을 전제했을 때 홍콩 외에 어느 도시도 미술품을 팔고 살기가 쉽지 않다. 모두가 각자도생하고, 조금이라도 색다른 시도를 하며 상대도 이익을 볼 수 있게 해주며 살아남는 지구력을 기르며 세상이 안정될 때를 기다리는 것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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