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의 <황소>한 마리가 2010년 상반기 마지막 경매인 6월 29일 서울옥션 경매에 붙여졌다. 황소 원작을 만나기 위해 프리뷰를 세 번이나 가보았다. 메이저 경매는 미술관의 주요 전시, 회고전, 특별전, 그리고 화랑의 대형 전시를 제외하고 최고의 걸작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바탕그림을 제외하고 7~80여 개의 선으로 그린 황소는 두상, 꼬리, 골격, 근육, 그리고 불알과 성기까지 모두 한 획으로 끝낸 활기차고, 무게감 있고, 해학적인 작품이었다. 

서울옥션 117회 메이저경매에 24번째 작품으로 등장한 <황소>는 서울, 대구, 부산의 순회 전시와 강좌까지 함께 이루어져 미술인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끌었고, 오랜만에 20명에 달하는 기자들이 모일 정도로 핫뉴스거리였다. 그러나 35억에서 45억 원이라는 추정가에 나온 <황소>는 35억 6천 만 원이라는 하위추정가를 약간 넘은 가격에 낙찰되어 긴 침체의 무게를 보여주며 최고가 기록경신은 달성하지 못했다.

이중섭 작품은 출처가 중요 

2005년 3월 ‘이중섭 미공개작 반세기만에 햇빛’, ‘이중섭 미공개작 경매’ 등으로 세인의 관심을 끌었던 4점이 경매 전부터 진위 문제가 제기되었고, 경매 후에는 일본에 사는 이중섭 아들의 방한과 해명, 이에 대한 반박 등이 이어져 이른바 '이중섭 위작 거래'라는 불명예스러운 일이 일어났다. 40세라는 길지 않은 생애, 빈곤한 생활 속 작업, 처와 자식을 일본에 보내야 했던 환경 등으로 유작 전체가 300여 점에 불과할 것으로 보고 있는 이중섭의 경우 출처가 매우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로 여겨지고 있다. 이를 의식해서인지 <황소>라는 걸작을 발굴한 서울옥션은 프리뷰부터 출처가 확실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아예 소장자를 공개하여 출처 문제에 대한 의혹을 불식시키려고 노력했다. 확신을 주기 위한 것이지만 전시도록이나 소장 미술관 또는 재단 등을 공개하는 것 외에 판매자든 구매자든 개인을 공개하는 예는 매우 드물다. 박수근의 <빨래터> 경우는 진위문제로 법정까지 가는 바람에 소장자와 구매자가 모두 공개되는 국제적인 관행에서 보면 심각한 촌극이 발생했었다. 

이중섭 자신의 최고가 경신, 신용 회복의 계기

그러나 이번의 <황소> 낙찰을 계기로 미술시장은 출처가 확실한 대가의 작품은 여전히 구매자가 존재한다는 점이 드러났다. 또한 미술계와 미술시장, 서울옥션은 이중섭의 명예와 미술계의 위상을 다시 회복하는 계기도 마련한 셈이다. 1998년부터 2010년 7월까지 서울옥션과 K옥션에 출품된 이중섭의 작품은 총 38점이며, 이 가운데 낙찰된 작품이 24점으로 낙찰률은 63.1%에 달한다. 낙찰총액은 93억 2,850만 원이다. 재료별로 보면 종이 위에 그린 작품이 18점 가운데 11점, 은지 위에 그린 작품이 19점 가운데 12점, 그리고 기타 편지가 1점 있다. 

이중섭 작품의 최고가는 2000년 종이에 유채 작품 <풍경>이 2억 8천 만 원(서울옥션)에 팔린 것을 시작으로 2007년 종이에 유채 작품 <통영 앞바다>가 9억 9천 만 원(K옥션), 2008년 종이에 유채 작품 <새와 애들>이 15억 원(서울옥션), 그리고 2010년 6월 종이에 유채와 에나멜 작품 <황소>가 35억 6천 만 원(서울옥션)으로 이어졌다. 이중섭의 <황소> 낙찰이 갖는 또 다른 의미는 2008년에 시작된 미술시장 침체 이후 중저가 작품 위주로 거래가 이루어져 회복세로 돌아서서도 총액의 증가가 10%대에 머물고 미술시장의 회복이 더디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회복속도를 올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점이다. 미술시장은 미술품의 일반 거래라는 속성과 최고가 경신 경쟁이라는 특성을 함께 가지고 있다. <황소>의 낙찰이 갈 길이 먼 한국 미술시장을 과감하고 뚝심있게 끌고 가는 원동력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