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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환기노믹스: 미술시장과 김환기 경제학

서진수

한국현대미술의 거장 김환기전(2012, 갤러리현대), ⓒ서진수


2019년 한국 미술시장은 맥없이 주저앉았다. 화랑 대부분의 매출이 크게 줄고, 전시 건수도 눈에 띄게 줄었다. 경매시장은 낙찰총액이 전년 대비 29%로 대폭 하락하고, 요즘 대세인 아트페어 시장마저 대형 페어를 제외하곤 매출이 시원찮았다. 2020년 전망도 가늠하기 어려운 미술시장에 유독 인기를 끄는 이슈 하나가 있는데, “김환기 최고가 기록 경신” 랠리다.

국내 미술시장의 최고 인기 작가는 2006-07년까지 국민화가 박수근-이중섭이었다. 2007-2012년간 이우환-김환기로 바뀌었고, 2013년부터 지금까지는 2015-16년간 잠시 단색화 작가들이 인기를 끌었지만 크게는 줄곧 김환기 단독의 시대이다. 경매시장에서 김환기 작품의 최고가는 2000년(3억 9,000만), 2007년(30억 5,000만), 2015-19년(45억 6,000만-132억)으로 급상승하여 20년 안에 34배로 뛰었다. 세계인이 참조하는 미술시장 보고서 Artprice의 세계 500대 작가 목록에서도 김환기는 2014년 202위에 오른 이후 2015(84위), 2016(41위), 2017(81위), 2018(82위)로 세계 100대 작가의 반열에 올라 있다.

김환기 시대 저변에는 미술관과 대형 화랑 전시도 함께하고 있다. 작고 10주년이던 1984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160점의 대규모 전시, 1987년 파리 국립조형센터 전시, 1988년 현대화랑 전시와 5만 명을 동원시킨 2012년 갤러리현대의 전시, 그리고 최근의 대구미술관 전시와 국내외에서 열린 한국 추상화 전시에 늘 김환기가 부각되었다. 거기에 부인 김향안 여사의 김환기 관리와 1992년 환기미술관의 건립과 이후의 전시, 연구, 자료 보관 등도 오늘의 김환기 메이킹에 큰 몫을 하였다.

김환기 최고가 기록 경신의 또 다른 요소는 다작, 대작, 다양성을 들 수 있다. 전면점화의 집중 시기인 말년의 대작, 초대작들은 소품이 많은 박수근-이중섭 작품가 상승의 한계를 가볍게 뛰어넘었고, 환기 블루(20점), 환기 옐로우(2점), 환기 레드(2점), 환기 믹스(혼합색, 8점), 환기 블랙(4점) 등 색채의 다양성과 캔버스의 분할 구성, 유화, 아크릴화, 드로잉 등 재료의 다양성에 기반한 3천 점에 달하는 작품 수는 시장을 확대하고 주도하기에 충분했다. 생전 1937년에서 1974년에 이르는 38년 동안 국내외에서 개최한 25회의 전시 이력도 작품 발굴의 다양성을 가능케 했다. 작품 발굴의 다양성은 작품가 책정을 용이하게 만들어 판매에 큰 도움이 된다.
   
김환기 작품의 판매는 갤러리, 경매, 아트페어의 거래뿐만 아니라 국내외 미술관의 수요, 공개 판매와 프라이빗 세일, 초고가 시장, 고가 시장, 중저가 시장 등 다양한 시장에서 이루어진다. 가격대에 따른 다양한 수요자는 투자의 폭을 넓히고, 기존의 수요자뿐만 아니라 최근 공유경제,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신유통 시장의 수요까지 창출하고 있다. 김환기 최고가 경신 뉴스는 그를 미술계 스타로 만들었고, 스타 작가에 대한 투자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21세기 한국 미술시장의 첫 붐 기간인 2006-07년에서 13-14년밖에 지나지 않은 지금, 당시 70대 중·후반이던 단색화 작가들이 90대 원로가 되고, 30대 후반의 청년 작가들이 50대 초반의 나이가 되었다. 그 사이 미술시장의 최대 주인공은 박수근-이중섭에서 김환기로 바뀌었고, 미술시장의 주역이던 50-60대 화랑 대표들은 60-70대가 되었고, 부모 밑에서 일을 돌보던 2세들도 실장이나 대표가 되었다. 대형 경매회사 대표들은 월급 사장에서 오너 일가로 바뀌었고, 아트페어가 튼실하게 자리를 잡았다. 그 사이 컬렉터의 세대교체가 일고 해외 수요도 생겼다.

세상은 불과 13-14년 사이에 완전히 변했다. 미술시장의 이슈 작가가 국민작가에서 글로벌 작가로 바뀌었고, 자본력을 앞세운 수요자와 파티와 향유에 익숙한 수요층은 감상의 시대에서 구매의 시대를, 그리고 또다시 구매의 시대에서 투자의 시대를 만들어가고 있다. 10년이 넘으면 강산도, 세상도, 미술시장도 모두 바뀐다. 앞으로는 더 빨리 바뀔 것이다. 13-14년간의 환기노믹스(Whankinomics)는 현대의 비즈니스가 자본력 싸움이고 정보 싸움임을 보여주며 변화의 핵심 요인이 무엇인지를 많이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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