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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갤러리현대 개관 50주년과 돌아온 <우주>

서진수

서진수의 미술시장(78)
서진수 / 강남대 경제학과 교수, 미술시장연구소 소장

갤러리현대 개관 50주년과 돌아온 <우주>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국경과 하늘길 봉쇄를 강제하고 있는 새로운 현실 앞에서 모든 나라의 화랑들이 판매 급감, 계약 취소, 할인 판매, 직원 감축, 전시 연기 및 취소, 사전 예약 방문, 온라인 거래 확대 등을 경험하며 각자도생의 길을 찾고 있다. 이 어려운 환경에서 한국 미술시장의 중심을 지켜온 갤러리현대가 개관 50주년 기념전 1부를 개최하였다.

현대화랑(갤러리현대의 전신)은 현대식 미술품거래 문화가 싹트기 시작한 1970년 인사동(관훈동)에서 전세금 300만 원에 인테리어 비용 300만 원을 들여 마련한 2층짜리 건물에서 시작하여, 1975년 당시로써는 특수공법이라고 부른 기둥 없는 3m 층고의 전시장을 갖춘 삼청로(사간동) 신사옥으로 이전하여 금년 개관 50주년을 맞이하였다. 개관 50주년 기념전 1부(4.17-5.31)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5월 12일 이전까지는 갤러리의 홈페이지 Exhibitions와 Stories에서 온라인 프리뷰로 진행하고, 나머지 절반을 오프라인 전시로 진행하였다.

골동품 상점과 표구사의 전통거리였던 인사동에 갤러리현대가 큰방에는 서양화, 작은방에는 동양화를 전시하며 서양화 판매에 주력한 이후 서양화에 대한 인식과 수요가 증대하고, 조선화랑(1971), 진화랑(1972), 노화랑(송원화랑, 1977), 선화랑(1977)등이 개관하며 서양화의 시대가 열렸다. 50년간 갤러리현대가 개최한 400여 명에 달하는 작가들의 전시는 서양화, 한국화, 조각, 사진, 비디오아트, 판화, 퍼포먼스 등의 다양한 장르 외에도 서양과 아시아 작가 초대전, 그리고 21세기 한국 미술시장을 주도한 박수근-이중섭, 김환기-이우환, 단색화 작가군 등 수많은 스타 작가를 망라하였다.

필자도 지난 20년 동안 갤러리현대에서 김환기 선·면·점, 박수근 45주기, 이중섭, 백남준, 장욱진 10주기, 20주기, 유영국 1주기, 10주기, 60-70년대와 70-90년대 한국 현대미술 재조명, 이우환과 김창열, 정상화·박서보 등의 단색화전, 천경자, 청전 이상범 30주기, 청전과 소정, 김기창과 박생광, 개관 30주년, 35주년, 45주년, 그리고 50주년 기념전 등 대형 전시를 많이 보았다.

유명 작가들의 많은 걸작을 볼 때마다 느낀 점은 갤러리가 컬렉터, 작가, 유족들과 관계를 참으로 잘 유지해왔구나 하는 점이었다. 대형 전시를 기획하며 예산, 평론에서 작품 소싱, 연락, 출품 설득과 승낙, 그리고 전시 기간 동안의 안전 관리까지 쉬운 일은 하나도 없었을 것이다.



김환기, 우주 05-IV-71 #200, 갤러리현대 제공, ⓒ(재)환기재단·환기미술관

50주년 기념전 1부의 백미는 역시 김환기의 <우주>였다. 세계적인 경매회사들의 이브닝 세일 주인공은 거의 판박이로 작품 한 점에 1,000만 달러(100억 원)-1억 달러(1,000억 원)에 팔리는 파블로 피카소, 앤디 워홀, 장 미쉘 바스키아, 클로드 모네, 제프 쿤스, 데미언 허스트 등이다. 지난 5년간 국내 경매시장과 한국 현대미술의 최고 스타는 김환기였고, 김환기 작품 경매의 최고 순간은 2019년 홍콩 크리스티의 11월 23일 경매에서 그의 작품 <우주 05-IV-71 #200>가 10분간의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쟁 끝에 1,130만 3,072달러 (약 132억 원, 수수료 포함 약 160억 원)에 낙찰되던 때였다. 그 당시 필자는 1,000만 달러 작가 김환기 선생께 한껏 경의를 표했었다. 경매가 끝나고 구매자가 누구일까에 대해 일부는 국내의 특정인을 거론하며 기정사실화했고, 일부는 해외로 팔려나가 다시는 < 우주>를 못 볼 것이라는 추측까지 했었다. 그런데 구매자는 이 전시를 위해, 그것도 구매 후 4-5개월 만에 출품을 해주었다. 누구인지 모를 컬렉터에게 지면을 통해서나마 감사드린다. 우리 곁에 돌아온 <우주>에게도 맘껏 하트를 날린다.

자본주의와 사업의 속성은 영리추구와 합리성이다. 갤러리현대는 개관부터 현재까지 한국 화랑 시장에서 큰 몫을 해오고 있고, 최근 2년간 매년 200-300억 원대의 매출을 올린 금융감독원 발표 전자공시 대상(매출액 100억 원 이상) 3대 화랑 중 하나이다. 그 동안 기획력 있고, 큰 예산 들여 전시를 개최한 전설적인 화랑 대표들이 많았으나 사업을 접거나 축소재생산에 머무르는 갤러리가 적잖다. 영리추구로 부를 키우고 50년을 맞이한 합리적인 기업에 갈채를 보내며, 앞으로 보다 많은 갤러리들이 안목, 투자, 합리적인 운영으로 자본력을 키워 작가, 컬렉터, 평론가, 그리고 스스로를 돕는 문화산업의 리더가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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