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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이건희 컬렉션 가치, 국내 미술관 100년 구입비

서진수

서구 미술시장에서 미술품이 시장에 대거 나오는 경우는 흔히 3D, 즉 Death(컬렉터 사망), Debt(부채), Divorce(이혼)의 경우라고 말한다. 2020년 10월 25일 이건희 삼성 회장의 타계로 우리 사회에서도 이건희 회장의 미술품 컬렉션과 삼성가의 상속세에 관한 언급이 계속되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 미술시장에서는 작가가 세상을 떠났을 때 경매시장에서 특별 경매가 열리는 정도가 전부였지만, 앞으로는 우리 사회에서도 3D에 따른 미술품의 대량 출품 얘기가 심심찮게 거론될 것이다.



삼성미술관리움 전경, 사진제공: 삼성문화재단


전례가 없는 일이 발생하면 사회 전체가 새로운 문제 제기와 해법 찾는 일로 분주해지고, 각각의 서로 다른 의견들이 봇물을 이룬다. 그동안 미술품도 돈이라는 주장, 상속세나 증여세의 물납 확대 입법 제안, 미술품 기부와 세제 혜택, 미술품 구입 손비처리 액수 상향 등이 언급되었다. 앞으로는 미술품의 개인 소유와 재단 소유를 명확히 하는 일과 감시체계의 강화, 큰 손 컬렉터뿐만 아니라 작가의 사망에 따른 미술품 상속 신고와 물납에 관한 명확한 기준과 법도 마련되어야 한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는 이와 관련된 일을 아직도 낯설게 생각하고 제도와 입법도 초기 단계에 있다.

이건희 컬렉션. 보다 광범위하게 표현하면 이병철-이건희-홍라희 컬렉션의 경제적 가치는 상상하기 어려운 규모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작품 8,400점과 이건희 컬렉션 1만 3천 점의 단순 비교만으로도 그 차이를 알 수 있다. 이건희 회장 사후 진행되고 있는 3개 단체의 감정 총액이 2조-3조 원에 달한다. 이 액수는 가장 최근의 국가 조사결과인 2019년 국내 미술시장 총매출액 4,146억 원의 4.8-7.2배에 해당하고, 같은 해에 국내 미술관 전체가 구입한 미술품 구입비 228억 원의 88배-132배에 달한다. 그 가치가 중간값으로 계산해도 우리나라 미술관이 100년 넘게 구입해야 할 액수이다. 이건희 컬렉션 수준의 작품들은 매년 그 가치도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고, 주요 미술관의 작품구입비가 점점 줄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 모두가 어마어마한 문제를 만난 것이다.

세계의 오래된 주요 미술관 설립에 기여한 큰 손 컬렉터들은 상당 부분 1870년대 독점자본주의기 이후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선진산업국에서 큰돈을 번 기업가와 그들의 가문이 주도한 바가 크다. 거부들은 돈 버는 법을 알고, 투자하는 법을 알고, 미술품이 돈 된다는 것을 알고 투자의 대상으로 삼으며, 부와 명예의 과시 수단으로도 삼는다. 나아가 미술, 음악, 체육의 후원자가 되어 기업가의 사회적 기여에도 참여한다. 이전에는 경제와 돈, 미술품을 온전히 부의 차원에서만 보았으나 이제 우리 사회도 부의 사회적 공헌을 논하고 실행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몇 년 전부터 미술관과 박물관의 작품 수를 늘리고, 인센티브 부여를 통한 기부 활성화를 유도하고, 상속인의 세금 납부를 돕기 위해 상속세, 증여세의 물납, 미술품 기부의 세제 혜택 등에 대한 제안과 논문들이 발표되었다. 다만 귀담아들을만한 임팩트가 약해서 이슈화되지 못했을 뿐이다. 물납 얘기가 갑자기 국내 최대 컬렉터의 사망으로 나온 얘기가 아니다. 사실 기업과 개인의 문화단체 설립과 출자로 세금 납부 문제를 완화해주는 제도는 이미 존재하여 거액의 상속세나 증여세 대상자들이 활용하고 있는 제도이다. 이건희 컬렉션의 처리는 온전히 상속인들의 판단 몫이다. 팔아서 세금을 내든, 몽땅 문화재단 재산으로 기부를 하든, 해결까지는 갈 길이 멀긴 하지만 물납에 관한 인식 제고와 특별법이 임시국회 기간에 통과되어 혜택을 활용하든 상속인의 자유다. 사회와 국민은 그들의 선택을 지켜보며 그 가치 높은 미술품들이 제발 국내에 남아서 언젠가 감상할 수 있는 교육 자료와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존속할 수 있기를 기도하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아직 문화선진국 초입에 서 있는 한국에서 1965년에 설립된 삼성문화재단의 미술품·문화재의 거대한 수집과 2004년 건립된 삼성미술관리움, 그리고 이건희 컬렉션의 현재와 미래가치를 어떻게 평가하고, 막대한 양의 미술품의 향방에 대해 어떤 바람과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는 다양할 것이다. 문화국가로 들어가는 초입에서 보는 이건희 컬렉션과 한국과 서울의 명물 삼성미술관리움의 문화경제적 가치의 절대성과 생명력은 수치화한 크기 그 이상일 것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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