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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그 많던 컬렉터들은 어디로 갔을까?

서진수

2006-7년간 미술시장을 찾았던 컬렉터들은 어디로 갔을까? 미술품이 돈이 된다고 하니 주식투자를 하던 사람도, 부동산에 투자를 하던 사람도 미술시장을 기웃거렸다. 화랑전시에 대한 정보를 얻으러 미술계에 줄을 댔고, 문턱이 닿도록 화랑을 들락거렸으며, 심지어 어떤 사람은 작가의 스튜디오를 직접 찾아가거나 작가가 출강하는 대학 복도에서 수업이 끝나기를 기다리기도 했다. 그러나 2008-10년간 화랑 전시장에는 예전에 보던 컬렉터들이 통 보이질 않았고, 심지어 인사동의 유명한 화랑 몇 개가 주인이 바뀌거나 문을 닫는다는 괴담까지 돌았다. 경매장은 유화에서 고미술로, 디자인으로, 중저가로 패턴이 바뀌었지만 매년 낙찰총액이 감소했다. 컬렉터들은 보기만 하고 구입을 못하니 민망해 화랑을 못 가고, 특히 여러 화랑이 모이는 아트페어는 더더욱 못 가겠다고 말한다. 경매는 빤하고, 유명작가 전시는 없고, 소장한 작품은 가격이 떨어져 안 오르니 조용히 산다는 것이다. 화랑 관계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전화를 하면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에 이메일만 보내는데, 어떤 분은 이메일도 안 열어본다는 것이다. 기존 고객만으로는 운영이 어려워 새로운 고객들을 모아 자주 설명회나 다과회를 열고 있지만 옛날이 자꾸 그리워진다는 것이다.



기획 전시장으로 모이는 컬렉터들

문화예술품의 속성이 ‘경험재’이기 때문에 영화광이 어떻게 해서라도 꼭 개봉영화를 보듯이 2-3년간 컬렉션을 했던 사람이 안 사고는 못 살텐데 도대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단 말인가? 그들은 역시 어딘가에는 있었다. 그것도 미술과 가까이에 있었다. 언론사들이 수 십억 들여 선보이는 대형 해외 미술품 전시장이나 국공립미술관의 연중 대기획전에는 어김없이 그들이 나타났다. 모 백화점 옥상에도 나타났다. 물론 주요 화랑의 전속 중견작가와 몇몇 해외 유명 작가 전시의 오픈식에도 다녀갔다. 몇 안 되는 컬렉터가 다른 컬렉터에게 작품을 되팔아야 하는 협소한 국내 미술시장에서 불황기에 컬렉터 만나기가 어려운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이다. 서너 시간의 짧은 전시 관람시간에 컬렉터를 여러 명 만난 전시가 하나 있었다. 청담동 골목에 있는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 세계 미술시장 블루칩 작가 4명의 전시였다.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회사인 크리스티와 구찌 등 럭셔리 브랜드 회사의 대표인 프랑소아 피노의 컬렉션이라는 점도 매력적이지만 베니스에나 가야 볼 수 있는 작품을 무료로 국내에서 볼 수 있으니 컬렉터들이 놓칠 리가 없다. 오랜만에 만난 이들이 말없이 웃으며 “좋네요”라는 한 마디로 그 동안 자신들의 갈증을 표현했다.



관람객보다 컬렉터를 위한 적극적인 전략을

호황의 붕괴 이후 미술시장은 컬렉터가 사라지고 구경꾼만 북적대고 있다. 인사동은 판매보다 구경하는 곳이 되어버렸고, 사간동까지 점점 비슷해지고 있다. 디지털 카메라를 든 구경꾼도 미래의 컬렉터라고 위로를 하면서도 미술시장 관계자들은 지쳐가고 있다. 아트페어 관계자들은 판매액 발표를 늦추거나 포기하고 관람자수로 면피를 하고 있다. 국내 최대의 아트페어인 KIAF와 각 경매회사의 경매가 줄지어 열릴 9월과 10월이 되니 시장 문제가 더욱 드러나 보인다.


국내 미술시장은 공급, 유통보다 수요측면이 항상 문제이다. 수요 확충을 위해 국공립미술관이 3년간 30대 작가 전시를 기획하고, 공영방송이 한국의 작가 시리즈를 고정 프로그램으로 진행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30대 대표작가의 도록을 새로이 발간하고 미술관의 작품구입비를 대폭 확충하고, 각 화랑들이 전속작가 5명 이상을 양성하는 프로젝트 등 총체적인 수요 확충 프로젝트가 가동되지 않는다면 미술시장은 도돌이표가 반복되는 악보와 같게 될 것이다. 작가를 양성하는 게 나은지 작가를 수입해 쓰는 게 나은지를 고민할지도 모르는 상황을 맞지 않으려면 국가 전체가 함께 수요 확충 프로젝트를 논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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