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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백남준, 국립현대미술관 키우기

서진수

화랑 전시를 관람하고는 화랑 대표나 큐레이터와 미술시장 현황에 대해 얘기를 나눈다. 이번 전시는 얼마나 팔렸는가, 금년 전시와 판매결과가 괜찮은 작가는 누군가, 아트페어는 어디 어디 나가는가, 그리고 작품가격은 얼마인가, 아니면 단순하게 “잘 돼요?”라고 묻는 게 일상이다. 요즈음 답은 두 가지이다. 첫 번째가 다 알면서 뭘 묻느냐, 두 번째가 까먹고 앉아 있는데 작품 살 컬렉터를 소개해 달라는 것이다. 2008-2010년은 미국 때문에 힘들고, 2011년부터는 유럽 때문에 힘들고, 전체적으로는 세계 경제가 안 좋으니 한국 경제도 안 좋고, 주식과 부동산 시장의 시가총액이 몇 년간 계속 하락하니 이전에 보이던 소수 컬렉터조차 미술시장에서 사라져 정말 힘든 상황이다. 2008-2010년간 힘든 서구 미술시장을 표현한 ‘당신은 물 위를 얼마나 걸을 수 있는가?’라고 붙인 기사 제목이 우리에게는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경매시장은 70%대의 낙찰률을 보여 그나마 다행이라고는 하지만, 실상은 잘 팔리는 작가나 작품은 이미 인지도가 확고한 작고 작가나 외국 미술품이니 고귀한 미술시장에 투자시장에서나 쓰던 안전자산이란 용어가 상투적으로 쓰이고 있어 미술시장의 현실이 참혹하고 품격이 말이 아니다.미술시장 회복방안은 무엇일까? 이 험난하고 미약한 미술시장을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탈출구를 찾기 위해서는 무엇부터 해야 할까? 2006-2007년과 같은 호황은 언제나 다시 올까? 답을 모르니 변변한 책 한 권 못 쓰고 있는 나이지만, 책무가 책무이니 만큼 오늘의 한국 미술이 이나마 크고 세계에 알려지게 된 요인이 무엇인가는 늘 생각하며 산다.


한국의 미술이 세계에 알려지고 외국 미술시장 관계자들의 관심이 커진 것은 작가, 화랑, 경매회사 등 미술계 종사자 모두가 문화예술계 종사자라는 사명감으로 노력한 결과이고 특히 20년 이상 우리 미술계를 지켜온 분들의 덕이지만, 국제적으로 우리 미술계가 나름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백남준’을 시작으로 ‘이우환’, ‘서도호’, ‘김수자’, ‘이불’ 등 유명작가들, 현대미술 컬렉션이 좋은 ‘삼성미술관리움’, 세계의 유력한 수집가 200명 중에 오르는 아라리오갤러리의 ‘김창일’, 국제 아트페어와 딜러 세계에서 인정받는 ‘국제갤러리’ 등의 공로가 크다.



국공립미술관 작품구입비 인상요구

그런데 백남준을 연구하고 알리는 백남준아트센터의 작품 구입비가 ‘0원’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국내외 미술시장에서 백남준의 작품가격이 턱없이 낮거나 경매에서도 가까스로 턱걸이에 팔리는 데에는 전시와 교육을 해야 할 백남준의 대표 미술관의 작품구입비가 ‘0원’인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또 하나 다행스럽고 우려되는 점은 현대미술과 관련하여 국내외 미술인들 사이에서 국립현대미술관보다 리움의 컬렉션이 더 많이 언급되는 것이다. 미술관은 전시와 교육이 핵심이니 작품구입과 수집이 중요하다. 또한, 일정 규모를 갖춘 미술관의 숫자가 미국 844개, 영국 196개, 프랑스 189개, 독일 116개, 일본 88개 등과 비교하여 10개도 안 되어 한국 미술시장은 개인수요 빈곤과 공공수요 빈약이 혼재되어 있어서 미술시장의 성장에 분명한 한계를 갖고 있다.


아직 개인의 기부문화가 초보단계이고, 기업은 기부나 기증보다 지원과 지배를 더 원하는 단계에서 결국 기대를 걸 곳은 정부밖에 없다. 정부는 백남준 관련 미술관, 주요 시립미술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의 작품구입비로 50억 내지 100억 원 이상을 배정해야 한다. 그래야 미술관의 소장품이 개선되고, 한국 미술도 살고, 전시의 질을 기대할 수 있고, 좋은 외국 미술품도 볼 수 있고, 미술품 구입시 가격 깎기를 관행처럼 여기는 ‘미술관 납품가격’이라는 악습도 사라질 것이다. 미술시장이 어려운 지금 일회성 행사비용을 절약하여 미래에 유산과 국보가 될 미술품을 구입하고, 실질적인 미술관 키우기를 통해 미술품 수집도 제대로 하고, 경제적인 면에서 절대적 취약계층인 미술인의 복지수준도 제고시켰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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