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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007년 미술시장결산, 2008년 전망

서진수

2007년 1월은 아트펀드 얘기로 시작되었다. 골든브릿지 자산운용이 100억 원 규모의 스타아트 사모펀드를 출시하며 아트펀드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었다. 2006년 1호가 출시된 아트펀드는 현재 총 4개가 운영 중이다. 2008년에도 아트펀드는 더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 아트펀드의 수익률이 기대수익률을 받쳐주고 있고, 금융회사나 개별사업자들이 또 다른 펀드를 준비 중이어서 미술시장 활황 여부에 따라 늘어날 전망이다. 2월은 90명의 작가가 대거 참가하고 백남준 특별전, 김기덕 특별전이 개최된 스페인의 아르코 아트페어가 연일 빅뉴스였다. 14개 화랑이 참여하여 총 319점, 24억 원어치의 작품을 판매했다. 아트페어를 통한 미술품 수출이 늘고 있다. 그리고 중국에 치우쳐 있던 해외 아트페어 참가가 11월 뉴욕에서 열린 ACAF NY까지 확장되었다. 2008년에는 아시아, 아랍, 유럽, 미주 등 전세계로 확대될 전망이다.



봄을 알리는 3월에는 여기저기서 작가들의 전시회가 줄을 이었으며, 리움에서 열린 앤디워홀전이 대성황을 이루었다. 대형 화랑의 미술시장 관련 강좌와 아카데미에도 수강자가 몰려 미술시장에 대한 열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여기에 공영방송인 KBS가 황금시간인 토요일 밤 8시에 미술시장을 다룬 5부작을 방영하여 미술시장이 핫이슈로 떠올랐다. 방영 후 방송된 내용들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고, 추후 미술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서울옥션과 K옥션이 3월 경매에서 각각 113억 원과 103억 원을 기록하여 1회 경매당 100억 원 시대를 열었다. 또한 뉴욕 소더비와 크리스티 경매에서 출품된 한국 작가 8명의 작품 모두가 낙찰되고 조선백자가 12억 원에 팔려 미술시장의 봄을 예고했다. 4월이 되면서 미술시장 열기가 각종 매스컴을 통해 번져나갔다. 특수시장으로만 여겨온 미술시장에 관한 기사가 연일 넘쳐흘렀고, 오프라인과 온라인 모두에서 미술투자에 관한 기사와 정보가 급증하였다. 갤러리아트싸이드의 베이징 지점 개관을 시작으로 우리 화랑들의 중국 지점 오픈과 신설이 이어졌다. 현재 베이징에 13곳, 상하이에 2곳, 홍콩에 1곳의 갤러리가 운영 중이다. 5월은 한국국제아트페어(KIAF)가 열리는 달로 미술시장의 열기가 그대로 나타난 행사였다. 국내외 1,200명 작가의 작품 8천여 점이 선보였고, 판매액도 175억 원에 이르러 작년보다 75%가 성장했다. 경매시장에서도 박수근의 <빨래터>가 45억 2천만 원에 낙찰되어 최고가를 기록하였으며, 천경자의 <초원II>가 12억 원에 낙찰되어 소위 말하는 100만불 작가가 나타났다. 유명작가의 작품 구하기가 힘들다는 하소연이 들리면 새 작품가격이 급등하여 호당 500만 원을 넘는 작가들이 등장했다.


6월에는 새로운 경매회사가 6~7곳 더 생길 것이라는 기사가 발표되었고, 미술시장의 활황에 힘입어 베니스 비엔날레, 독일에서 열린 카셀 도큐멘타, 뮌스타 조각전, 칼스루헤 ZKM전 관람을 위해 많은 수의 미술인들이 유럽을 방문했다. 7~8월 여름에도 미술시장의 열기는 계속되었다. 옥션, 펀드, 아트페어, 화랑의 행사와 개설 및 오픈이 이어지면서 미술시장의 빅뱅이란 표현까지 등장하였다.. 심지어 미술시장에 떳다방이 나타나고 투자형 컬렉터들이 작품을 사모으기 위해 국내외 아트페어와 경매를 빠지지 않고 다니며 한국인끼리 경쟁을 벌이기도 하였다. 최근에는 경매회사를 설립하거나 화랑을 오픈할 개인이나 기업이 새로운 컬렉터로 등장했다. 화랑들의 뉴욕진출도 계속되었고, 우리와 EU간에 지적재산권에 해당하는 추급권 논의가 진행되는 가운데 신정아 사건이 터졌다. 8월에는 부산에 그림쇼핑몰인 아르바자르가 문을 열었고, 대구MBC가 설립한 옥션M의 첫경매가 열려 전주의 A옥션 경매와 함께 미술시장이 전국적으로 확대되었다. 미술협회 회원들이 참여하는 오픈옥션의 주주총회가 열려 경매시장의 인기를 더해갔다. 방학을 맞아 블록버스터 전시도 많이 열렸다. 청담미술제가 열려 하절기에도 미술시장이 이어졌고, 온라인 동호회 네이버 카페의 미술투자클럽 회원수가 5천 명을 넘어 오피니언 그룹을 형성하기도 했다.


9월은 미술시장 최고의 달이었다. D옥션의 경매를 시작으로 서울옥션의 옥션쇼, K옥션의 9월경매가 이어지며 약 700억 원어치의 작품이 거래되어 경매시장에 대한 열기가 어느 때보다 컸었다. 특히 앤디 워홀 <자화상>이 27억 원에 낙찰되고,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회색구름>이 25억 2천만 원에 낙찰되어 해외미술품 판매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10월에는 화랑미술제, 마니프 아트페어, 국제판화사진 아트페어 등이 시장의 열기를 이어가는 가운데 신정아 사건이 계속 확대되었으며, 광주에서는 오승윤 위작범이 검거되어 네가티브가 미술시장을 무겁게 만들었다. 여기에 박수근과 이중섭 위작 사건에 대해 검찰이 모두 위작임을 발표하자 호황이었던 미술시장이 멈칫거리기 시작했고, 컬렉터들이 심리적으로 위축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언론들이 그동안의 미술시장을 거품 낀 미술시장, 위작이 난무하는 미술시장으로 보고, 그림값이 한풀 꺾이는 추세, 과열경계 등을 거론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11월에도 화랑들의 상하이와 뉴욕 아트페어 참가는 적극적이었다. 한편에서는 신중해지고 합리적인 미술시장을 싸늘해진 것이 아닌가 하는 견해를 나타내기도 했으나, 대표작가들은 국내외에서 여전히 자신의 건재함을 보여주었다. 앞으로 진행되 K옥션, 서울옥션, D옥션의 마지막 경매를 제외하더라도 2007년 미술시장은 화랑의 초대전과 아트페어, 경매, 은행의 PB와 아트펀드 등의 제 3섹터 등 모든 면에서 2006년에 비해 몇 배의 실적을 올렸다.


2008년에도 미술시장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클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장이 보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변화할 것이다. 컬렉터와 투자자들이 보다 면밀한 분석을 기초로 움직이고 있고, 시장에서 유명작가보다 유망작가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으며, 유망작가의 수작을 고르는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술시장의 확장기를 맞아 시장의 확대와 체계화, 작가의 세계화, 세계적인 큐레이터 배출, 새로우 컬렉터의 지속적인 유입 등에 관한 과제들을 종합적으로 해결하고, 아시아 시장과 세계시장에서 살아남을 작가를 키우는 공동노력을 한다면 미술시장의 성장은 계속될 것이다. 당대의 걸작을 낳으려고 노력하는 작가, 유행과 유망을 구별하여 투자하는 유통관계자, 막연한 기대보다 자본과 안목을 키워 장기적인 시장접근을 하는 컬렉터가 있는 한 시장은 영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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