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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고대도시와 현대사진의 궁합, 제1회 교토그라피

강철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는 영화는 롱런한다. 마찬가지로 그림에서도 프레임 안에 상반된 요소를 기막히게 배합하면 작품의 긴장은 오래갈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작업의 디테일을 흉내 내지 못할 정도로 완성하고, 그것의 공감대가 시대와 조우하면 ‘걸작’이 된다. 건축과 도시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면 루브르박물관 광장의 유리 피라미드나, 에펠탑은 성공한 모던 아트다. 클래식한 분위기에 컨템포러리한 요소로 화룡점정을 한 셈이라 할 수 있겠다. 


오늘날 많은 미술페스티벌이 고장 이름을 걸고, 관람객을 유혹하지만 ‘다시 가보고 싶은’ 행사를 만들기란 쉽지 않다. 미술품을 담는 그릇, 즉 미술관 건축물이나 도시가 기본적으로 경쟁력이 강하면 유리한 것 같다. 마치 노래 잘하는 가수가 외모라는 ‘그릇’의 경쟁력을 추가하면 훨씬 유리하듯이 말이다. 예술뿐 아니라 산업에서도 이러한 현상이 생긴다. 한때 양대 전자쇼였던 CEBIT(하노버)이 CES(라스베거스)나 IFA(베를린)에 주도권을 많이 내준 이유는 도시의 경쟁력이 처음부터 불리했다는 평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세빗은 행사의 방향을 공공 솔루션과 B2B의 방향으로 재설정하여 거듭났다. 도시에 맞는 궁합을 찾은 것이다.

  

교토 니조성 입구의 교토그라피 사인


필자는 제1회 교토그라피(2013.4.13-5.6)를 다녀왔는데, 유럽에서 롱런하는 사진페스티벌의 모형(고대도시와 현대사진의 궁합)을 동양에서도 이제야 제대로 구현하지 않았나 싶었다. 첫 행사치고 성공적인 평가를 지울 수 없는 원인을 곰곰이 따져보니, 교토라는 탄탄한 ‘그릇’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물론 중국의 핑야오사진축제와 같은 오래된 도시와 사진을 묶는 페스티벌 등은 종종 있다. 하지만 ‘다시 가보고 싶은’ 축제가 되기 위해서는 축제를 위한 축제(일)가 아닌 언제나 축제를 즐기는 분위기(놀이)가 있어야 한다. 그런 자연스러운 정서에서 지도를 펴고 그림을 찾아 골목을 다니는 재미가 감동으로 전이되는 과정 등이 반복되어야 할 것이다. 서울은 뉴욕을 따라하고, 지방은 서울을 따라하는 문화적 흐름이야 누구도 거스를 수 없지만, 우리도 이제 충분한 시행착오를 겪지 않았을까? 획일적인 국민정서 역시 쉽게 바뀌지 않겠지만, 각 고장의 개성에 어울리는 예술행사를 좀 더 고민해보면 어떨까? ‘반전과 대비의 원리’로 고도(古都)에 어울리는 현대미술축제의 성공 모델은 필자와 같은 전시기획자에게는 언제나 큰 도전이다. 


교토그라피(교토+사진, 매년 4-5월), since 2013

교토의 고궁, 사찰, 미술관, 박물관, 민예관 등에서 거장 사진전을 한다. 대표적 고궁인 니조성(二條城), 사찰인 고다이지(高台寺) 내에 과감하고 섬세한 디스플레이로, 관람객 입장에서는 2가지 감상을 하게 된다. 한편 상업 갤러리에서는 젊은 작가의 전시를 한다. 갤러리 전시는 무료다. 아를국제사진축제와 파트너십이다. 교토를 젊은 예술 도시로 만드려는 교토시의 야심작이다. 


포토에스파냐(마드리드+사진, 매년 6-7월), since 1998

공공 미술관과 상업 갤러리의 팀플레이다. 메인전시는 마드리드 시내 미술관, 아트센터, 기업 재단 스페이스, 왕립 식물원 등에서 오래된 작가의 회고전이나 다큐멘터리 사진전을 대규모로 연다. 각국의 문화원에서는 자국 작가를 소개하고, 상업 갤러리에서는 전속 작가의 대형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한다. 신인 작가의 공모전도 있는데, 전세계 신진 작가를 지원하며 특히 라틴아메리카 작가의 등용문이기도 하다. 최종 선정자는 이듬해 개인전을 열어주고 카탈로그 표지로 선정된다. 파브리카 출판사가 운영한다.  


아를국제사진축제(아를+사진, 매년 7-9월), since 1969

로마의 유적지이자, 반 고흐의 무대. 1969년 연극을 중심으로 시작했다가 당시 프랑스에 사진인구가 증가하면서 1974년 사진만 다루는 축제가 되었다. 최초의 국제사진축제라서 전세계 사진축제의 모형이 된다. 1982년 국립사진학교를 신설하여 사진 전문 인프라를 확장하고 국가에서 대대적으로 지원한다. 교회, 기차역, 공장, 유적지 등 도시 곳곳에 다양한 사진전과 원형극장에서 슬라이드쇼가 펼쳐진다. 지역사회와 예술기획의 일체감의 표본이다.



- 강철(1972- ) 홍익대 예술학과 석사. 김달진미술연구소 편집연구원, 월간디자인 수석기자 역임. 현 서울포토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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