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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베르사이유성의 최초 상설 현대조각 <아름다운 댄스> 장 미셀 오토니엘

심은록

17-18세기 바로크 양식의 고색창연한 베르사이유성의 정원에 처음으로 현대조각 작품이 영구설치된다. 이 영광의 주인공은 프랑스 조각가 장 미셀 오토니엘(Jean-Michel Othoniel 1964-, www.othoniel.fr)이다. 그는 베니스비엔날레, 카셀도큐멘타 등 각종 주요 국제전과 세계의 주요 미술관에 전시를 개최해 왔다. 그는 무라노 유리 구슬로 만든 작품으로 관람객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유리의 시인이다. 또한 유리에 숨을 불어넣어 작품을 하듯이, 세상의 고단함에 지친 육체에 희망의 ‘숨’을 불어넣으며, 경이로운 세상의 새벽을 깨우려고 애쓰는 ‘나비’(Psyche 그리스어 : 나비, 마음, 숨) 왕자이기도 하다. 이런 그가 이제는 태양왕 루이 14세를 부활시켜 황금빛 화려한 궁중무용을 다시 한번 재현하려고 한다.



Q. 베르사이유성 건설 이래 처음으로 현대조각 작품이 영구설치되는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베르사이유 측에서 이러한 결단을 하게 된 동기는 무엇이고, 당신은 어떻게 이 행운을 잡을 수 있었는지요?

A. 제 작품이 설치될 베르사이유 정원의 작은 숲 중의 하나인, ‘수상연극의 숲’이 지금과는 달리 찬란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이 숲은 마치 ‘왕의 야외살롱’처럼, 루이 14세 때는 연극, 발레, 음악회가 개최되었습니다. 그후 점점 잊혀지다가 1999년도에 엄청난 태풍이 휩쓸고 간 후에는 아예 야외행사를 위한 설치물을 저장하는 창고처럼 사용되었습니다. 그러다가, 2011년 베르사이유성의 정원을 복구하려는 의도에서 콩쿠르가 개최되었습니다. 당시 약 140팀이 참여했고, 그 중에 조경예술가(루이 베네쉬)와 조각가(오토니엘)로 구성된 팀은 우리가 유일했는데, 그 덕분인지 2012년 우리 기획이 최종 선정되었습니다.


Q.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는지요?

A. 베르사이유성 내부에 있는 아틀리에에서 주로 작업하지만, 조각에 사용되는 금빛 구슬과 4개의 파란 쪽빛 구슬을 만들기 위해 이탈리아 베니스의 무라노 섬과 스위스 바젤도 자주 왕래해야 합니다. 내년 초에, 루이 베네쉬가 <아폴론의 엉트레(발레극의 서두)>, <평화의 리고동(17-18세기 무용)>, <아르킬레우스의 부레(무용)> 분수들을 설치하고, 이어 제 조각들이 이 분수들 내부에 설치됩니다.


Q. 분수대에 설치할 조각은 어떻게 영감을 받았습니까?

A. 루이 14세 본인에 의해 쓰여진 책 『베르사이유의 정원에서 거동하는 법』(1689)에서 보면, 어떻게 왕이 작은 숲들 사이의 오솔길, 조각이 나열되어 있는 정원 등에서 산책하고 휴식하는 지의 거동이 상세히 묘사되어 있습니다. 신하들이나 각국의 대사들과 함께 산책하는 것은 일종의 정치적인 행위이기도 합니다. 베르사이유성에서는 이처럼 ‘조각, 조경, 움직임’은 하나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또한 당시 안무가이자 안무표기법을 발명한 라울 오제르 포이에의 책(1701)을 보면 왕의 댄스 스탭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책들에 직접적인 영감을 받았으며, 춤추는 왕을 현대적인 방식으로 표현하기 위해, 분수 내의 작품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작품을 하면서 자주 반복되는 주제는 ‘추상화되고 고양된 몸에 대한 암시’입니다. 물론 르노트르의 정원, 17-18세기의 바로크 양식의 건축 등 전체적인 환경과의 조화도 깊이 생각했습니다.


2014년 6월, 루이 14세 궁중무용의 우아하고 다양한 동작을 재현한, 수 백개의 영롱한 금빛 구슬로 엮어진 조각 <아름다운 댄스>가 대중에 공개된다. 태양왕의 화려한 의복을 장식하는 물결같은 하얀 레이스를 상기시키는 솟구쳤다가 떨어지는 분수의 물, 미세한 바람과 햇빛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며 자신의 그림자를 너울너울 분수의 물 위로 드리우는 조각. 그리고 커다란 금빛 구슬의 한알한알은 마법의 거울처럼 주변의 녹음과 햇빛 그리고 방문객의 모습을 다양한 형태로 담아낼 것이다, 마치 왕의 무도에 초대받아 함께춤추는 것처럼…



심은록(1962- ) 파리고등사회과학원 철학 및 인문과학 박사. 현 감신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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