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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아름다움에 대한 조의 - 가오싱젠(노벨문학상 수상자)

심은록

아름다움에 대한 조의

_노벨문학상수상자 가오싱젠과의 인터뷰



겨울 동안 움츠려 들었던 예술의 봄을 알리는 아트파리 아트페어 (Art Paris Art fair, 이하 ‘아트파리’)가 3월 27일부터 30일까지 샹젤리제 거리에 위치한 그랑팔레에서 개최되었다. 18개국에서 온 140개 갤러리의 50%이상이 외국 갤러리였다. 올해 중국은 프랑스와 50주년 수교를 맞이하여 아트파리의 초대국이 되었고 시진핑 주석도 방문했다. 아트파리에 참여한 90여명이 넘는 중국 작가들 가운데, 대중매체의 주목을 가장 많이 받은 작가 중의 한 명은, 2000년 중국어권 작가로는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가오싱젠 (GAO Xingjian, 1940- / Galerie Claude Bernard)이었다. 그는 문학을 비롯해 영화와 연극 각본과 연출도 하며, 또한 다수의 국제전을 개최한 화가이기도 하다. 글의 회화화(繪畵化)가 그림이고, 그림의 문자화가 글이 된 것처럼, 가오싱젠의 글과 그림이 주는 느낌은 거의 동일하다. 



가오싱젠, photo by simeunlog.


Q. 프랑스에는 언제 어떤 연유로 오셨습니까?

A. 내 글들(천안문 사태와 같이 중국의 현실비판을 다룬 소설과 희곡 등)이 금서가 되었기 때문에, 1988년 프랑스로 망명했습니다.

 

Q. 정치적 이유로 추방당했거나 망명했던 많은 중국 예술가들이 다시 본국으로 귀국하거나 혹은 정기적으로 방문하면서, 중국과 외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A. 비록 중국이 경제적으로는 엄청난 발전을 했지만, 내 글이 금지되고 자유가 없는 곳에는 돌아가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나는 프랑스 망명이후 지금까지 한번도 중국 땅을 밟지 않았습니다. 


Q. 전시된 그림이 모두 먹으로만 그려졌는데, 지금까지 색깔을 한번도 사용하지 않으셨나요?

A. 어렸을 때는 유화를 하면서 색깔도 사용했었습니다만, 묵만을 사용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중국에서는 형편없는 복사품만 보다가, 유럽에 와서 파리의 루브르 미술관과 이탈리아의 미술관에서 처음으로 대가들의 진품을 보았을 때입니다. 그때 유화를 그만두고, 내 방식으로 잘할 수 있는 수묵화를 해야겠다고 결심하였습니다. 


Q. 문학, 영화, 그림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을 하시는데, ‘아름다움’이란 어떤 것인가요?

A. ‘아름다움’이나 ‘미적 판단’은,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정치적 이익과는 관계를 끊어야 해요. 그 다음으로는 미술시장에 종속되지 말아야 합니다. 특히 현대 작가들은 이 미술시장에 저항해야 합니다. 한 마디로 말할 수는 없지만, 이 모든 것을 극복하고 감각에 선행하는 숭고함이 아름다움입니다.  


Q. 문학, 극본, 영화대본, 거기다가 그림까지 하셔서 아주 바쁘실 텐데, 어떻게 이 모든 것이 다 가능하신가요?

A. 그래서 저는 가능하면 인터뷰를 하지 않으려고 해요. 2000년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전세계의 여기저기 대중매체를 비롯한 너무나 많은 초대, 강연 및 인터뷰 요청으로 예술가로서의 작업까지 거의 못할 정도였고, 그로 인해 아프기까지 했어요. 옛날 일하던 리듬을 다시 찾기 위해서는 수 년에 걸쳐 노력을 해야 했어요. 이제는 정말 어쩔 수 없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절할 줄 아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모든 것을 다할 수는 없으니까, 예술가로서의 창조적 일에 충실하고 싶습니다. 


GAO Xingjian, Les Marcheurs, 2013, Encre de Chine sur papier, 84x110cm, ⓒ and courtesy of Galerie Claude Bernard.


가오싱젠은 2000년 “문학의 존재이유”라는 제목의 노벨문학상 수상기념연설에서 ‘작가’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작가는 정치선전의 확성기나 정의의 대변인이 아닙니다. 작가는 보통사람과 다를 바 없지만, 조금 더 감성적일 뿐입니다. 감성이 예민할수록 더 약합니다. […] 작가는 인민의 대변자나 정의의 화신이 아니기에 그 목소리는 미약할 수 밖에 없지만, 작가 개인의 목소리는 진실합니다.” 


가오싱젠의 최근 발표된 영화 제목은 <아름다움에 대한 조의(le Deuil de la beauté)>이다. 이는 또한 그의 시모음집 제목이기도 하다. 니체는 20세기에 '신은 죽었다'고 말했다면, 가오싱젠은 '20세기 이후에는 아름다움이 죽었다'라고 말하며, 오늘도 깊은 『영혼의 산』 속을 아름다움의 부활을 찾아서 방랑하고 있다. 



심은록(1962- ) 파리고등사회과학원 철학 및 인문과학 박사. 현 감신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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