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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데이비드 월쉬, 겜블러와 컬렉터 사이

이정호

죽음이란 무엇인가? 철학과 종교 그리고 심지어 미술사에서도 죽음을 화두로 한 논쟁에 대한 완전한 해답은 어떠한 문명의 시발점에서도 찾을 수 없다. 그리스의 비극 시인인 소포클레스(Sophokles)는 죽음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가끔 죽음에 대해 생각을 돌려라. 그리고 미구에 죽을 것이라 생각하라. 어떠한 행동을 할 것인가를 그대가 아무리 번민할 때라도 밤이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면 그 번민은 곧 해결될 것이다.”


2009년 미술관 모나(MONA, Museum of Old and New Art)¹ 관장이자 외설과 예술의 경계를 오가는 작품을 모으는 괴짜 컬렉터 데이비드 월쉬(David Walsh)가 처음으로 글로벌 헤드라인에 등장했다. 인간과 죽음의 본체를 파악하는 과정을 통해 작품을 완성시키는 프랑스의 사진 설치 작가 크리스찬 볼탄스키(Christian Boltanski)와의 겜블링 때문이었다. 데이비드는 볼탄스키에게 작품가치뿐만 아니라 가격도 올려서 되돌려 줄테니 작가의 집에 카메라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볼탄스키가 8년 안에 죽지 않는 다면 데이비드가 그의 작품에 대한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게 되지만, 만약 그가 8년 안에 죽으면 데이비드는 작품 가격을 더 이상 그에게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이 거래의 요점이다. 볼탄스키는 69세의 나이로 현재 데이비드와 생사를 다투는 겜블링 중이다. 이를 포함 데이비드는 수많은 아티스트와 말도 안 되는 배팅과 동시에 죽음과 성에 관한 거대한 전시를 통해 미술관의 새로운 미래 혹은 미술관의 흉측한 죽음에도 배팅 중이다. 


MONA(Museum of Old and New Art), Hobart, Tasmania, Australia.

*Photo credit: MONA/Leigh Carmichael, Image courtesy of MONA Museum of Old and New Art 

모나미술관, 호주 타즈매니아주 호바트 위치. ⒸLeigh Carmichael, 모나미술관


The Void and Lift/Stairwell - MONA, Museum of Old and New Art

*Image courtesy of MONA Museum of Old and New Art

모나미술관 내부². Ⓒ모나미술관


숫자에 천재적 감각을 가진 수학자였던 데이비드가 세계 최고의 겜블러 그룹 뱅크롤(Bank Roll)의 리더가 되기까지에는 그의 오래된 친구이자 세계 최고 겜블러인 제이코(Zeljko Ranogajec)가 있었다. 1987년 호주의 날을 기념으로 시작된 경마에서 14억을 얻으며 위너가 된 데이비드는 호주 카지노 업계를 긴장시켰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오른다. 호주에서 더 이상 겜블링을 못하게 되자 그는 아프리카로 떠난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이긴 돈을 전부 호주로 들고 올 수 없자 겜블링에서 이긴 돈으로 현지에서 미술품을 사며 본격적인 수집 활동을 통해 자신만의 컬렉션을 만든다. 빔 델보예 (Wim Delvoye)의 <Cloaca Professional(2000-2007)>가 대표적인 그의 컬렉션의 예가 된다.³ 이 작품은 매일 두 번씩 일정한 양의 음식을 분쇄하는데 이 거대한 컴퓨터 배변기는 흡사 인간의 배설물과 같은 물질을 만들어낸다. 이 작품은 현대미술의 염가판매 그리고 사회적 지위를 향상 시켜줄 작품이라는 타이틀로 데이비드에게 1,000달러에 판매되었다.


이런 괴짜 콜렉터를 못마땅하게 여기던 호주 국세청에서는 그에게 모나의 가치를 2,500억 원으로 추정해 이에 따른 세금 54억 원을 지불 요청했으나 오랜 재판 끝에 국세청에서는 모나가 호주에 하고 있는 기여도를 감안해 데이비드가 살아있는 동안은 세금을 면제해 주겠으나 그의 죽음 이후에 누군가가 세금을 지불하지 않으면 모나를 폐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데이비드는 “만약 내가 그깟 장수를 위해 미술관을 만들었으면 섬에 미술관을 설립하지 않았을 것이다. 50년 뒤 모나는 나와 함께 저 바다 속으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라고 이야기 했다.⁴현재 데이비드는 모나를 필두로 수백만 가지의 방법으로 자신의 인생을 겜블링 중이다.



이정호(1988- ) 일본 도쿄준신여대 서양화 및 학예원 복수 전공. 도쿄 타케다아트갤러리 어시스턴트, 한국 아라리오갤러리 어시스턴트, 호주중국미술재단(Australia China Art Foundation) 큐레이터 및 프로젝트 코디네이터.




1. 호주 대륙의 동남쪽에 위치한 호주의 6개 주 중 하나인 타즈매니아의 호바트는 론리플래닛 2013년에 가장 가보고 싶은 나라 7위에 뽑혔다. 호바트의 전체 면적의 약 40퍼센트가 세계문화유산 또는 국립공원이며 야생을 탐험하기에 적절한 도시이다. 이 넓은 광야에 호주 최대의 개인 미술관을 세우고 외설과 예술의 경계를 오가는 작품을 모으는 한 괴짜, 데이비드가 있다. 호바트가 더 이상 자연 경관 때문이 아닌 문화 예술의 도시로 꼭 가봐야 할 곳으로 선정되기 까지는 미술관 모나의 관장 데이비드의 공이 크다.


2. 데이비드는 호바트 Derwent 강 부근에 토지를 매입해 섬을 만들고 지하로 동굴을 파서 모나를 건축했다. 페닌슐라의 형태로 육지와 떨어져 있는 모나는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의 두 배의 크기이며 두 배의 투자비용이 들었다. 처음 그가 미술관을 설계 할 때 그는 관람객들이 고대 그리스 신전을 방문 하듯 페리를 타고 미술관에 접근하기를 원했지만 현재는 도로를 통해 다른 교통수단으로도 쉽게 접근 할 수 있게 설계 되어 있다. 


3. 예술은 엘리트주의에 속박당한 자본주의의 결과물일 뿐만 아니라 도덕적이고 숭고해야 한다는 편견을 비판하는 데이비드의 사상과 작품은 일치한다. 모나의 첫 개관 당일, 이 작품을 본 한 관람객이 데이비드에게 물었다. 도대체 저 더러운 기계는 무엇이냐고, 데이비드는 이렇게 대답했다. “저것이 바로 당신, 나 그리고 우리의 현 모습이다.”

이 뿐만 아니라 그는 오직 알몸으로만 전시를 관람할 수 있는 자연적 미술 관람이라는 이벤트를 진행한다. 고대 이집트 fertility사상 즉 풍요와 비옥을 모티브로 한 이 전시를 데이비드는 어른들을 위한 파렴치하고 체제전복적인 디즈니랜드라고 표현했다. 본 전시에는 1999년 브룩클린 미술관에 전시되어 논란이 되었던 코끼리 배설물로 작품을 하는 작가 크리스 오필리(Chris Ofili)의 <The Holy Virgin Mary>가 포함되어 다시 한 번 화제가 되었다. 데이비드는 모나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지 않는 미술관, 몇 년 후에 잊혀질 미술관이 되길 바란다고 인터뷰 한 바 있지만,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큐레이터이자 현 휴스턴(Houston)미술관의 관장인 그레이 틴테로(Gary Tinterow)는 모나의 전시를 두고 자신이 현재까지 미술관에서 했던 놀라운 경험들 중 단연 최고의 경험이라고 말했다. 모나 건물 내에는 $75,000를 지불하고 자신의 영혼을 보존 할 수 있는 모나 납골당도 마련되어있다. 현재 데이비드의 아버지 등 많은 사람들의 유골이 모나 납골당에 안치되어있다.


4. 데이비드가 모나를 설립할 수 있었던 계기는 앞서 말한 겜블링에 있다. 그가 모나를 설립한 이유도 겜블링에서 얻은 돈을 자신에게 또 사회에게 정당화시키기 위해서였다. 아프리카에서 이긴 돈을 전부 호주로 들고 올 수 없게 되자 그 돈으로 그는 현지에서 성을 포함한 수많은 건물을 구매하고 뿐만 아니라 앤틱 가구와 미술품을 사며 그림과 예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본격적인 수집이라는 활동을 시작하며 그는 자신만의 컬렉션을 키웠다. 이렇게 탄생된 모나 속 그의 소장품에는 어떠한 의미도 없다고 데이비드는 말한다. 단지 사람들이 인생을 살며 웃고 울고 떠들며 성행위를 하고 죽음에 이르는 작품을 보고 자기 자신을 공부한다고 말한다. 모나의 첫 개관 당일 그는 '더 이상 부자 놀이는 재미없다. 나는 관람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전시를 하는 것도 아니며, 그 어떠한 사회적 예술적 목적을 띄는 전시도 원하지 않는다. 다만 내가 좋아하고 원하는 것을 할 뿐이며 나의 돈에 대해서 죄책감을 느끼고 싶지 않을 뿐이다.'라고 우스갯소리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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