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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최후의 비엔날레의 최초의 도전 -2014 휘트니비엔날레

이나연

지금의 휘트니비엔날레 전신은 휘트니미술관이 1932년에 처음으로 미국의 젊은 작가들을 발굴해 소개하기 위해 시작했던 연간행사(따라서 명칭은 휘트니 애뉴얼)였다. 좀 더 탄탄한 기획을 위해 1973년부터 격년제 행사로 바뀌며 휘트니비엔날레가 된 것. 하지만 지금의 명성을 얻게 된 건 1993년 미술사적으로 의미 깊은 문제적이고 정치적인 비엔날레를 개최하면서부터다. 그 후로 20여 년간 휘트니비엔날레는 그 기대를 충족시키기도 하고 실패를 하기도 하면서 꾸준히 운영돼 왔다. 이제 이 비엔날레의 역사에 또 한 번의 전환이 이뤄지게 된다. 지금의 어퍼이스트사이드 지역을 떠나 첼시로 공간을 옮겨, 새 건물에서 2015년 그랜드오픈을 예정에 두고 있는 것. 이번 2014 휘트니비엔날레(3.7 - 5.25)는 업타운 건물에서 열리는 마지막 비엔날레인 셈이다.


이 기념할만한 비엔날레를 위해 휘트니측은 항상 미술관의 스탭으로 운영하던 비엔날레 형식을 깨고 외부 큐레이터의 힘을 빌려보기로 했다. 게다가 3명의 큐레이터가 각각 미술관의 한 층씩을 맡아 큐레이터끼리의 별다른 소통 없이 독립적으로 작가를 선정해 전시하는 방식이다. 일단 이 영리한 시도의 효과는 일석삼조. 한 비엔날레에 세 개의 전시를 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각 전시의 담당자는 미셸 그래브너(Michelle Grabner), 스튜어트 코머(Stuart Comer), 앤소니 엘름스(Anthony Elms)



그래브너는 아트인스티트튜트오브시카고와 예일대에서 교편을 잡는 동시에 개념미술과 회화 작가로 활동한다. 그래브너가 이번 전시에 주력한 부분은 여성 추상미술작가와 개념미술의 새 방법을 제시하는 작가를 추리는 것이었다. 한 층에 52명의 작가를 모은 통에 다소 어수선해졌으나 좋게 보자면 그만큼 볼거리가 풍성하다. 두 면에 바느질한 추상 캔버스를 선보인 도나 넬슨(Dona Nelson) 등 기획자의 의도에 걸맞은 여성 추상회화작가에 주목할 만하다.


3층을 담당한 코머는 얼마 전 모마로 자리를 옮기기 전엔 런던의 테이트미술관에서 필름비디오아트의 큐레이터로 일했다. 그가 이번 전시기획에 초점을 맞춘 부분은 혼종성을 이용하고 드러내는 작업들로 참여작가는 27명이다. 대쉬 맨리(Dash Manley)의 트레일러 사이즈로 제작돼 걸어 다닐 수 있도록 한 나무와 철판 구조물이 전시의 시작을 연다. 화가이자 글작가이기도 한 에텔 아드난(Etel Adnan)의 아코디언처럼 펼쳐지는 노트에 기록한 풍경화는 한 편의 시같다. 


엘름스는 필라델피아의 현대미술관(ICA)의 큐레이터이자 평론가, 작가다. 미술과 문학, 음악 등과의 관계를 정의하는 전시를 꾸렸다. 본격적인 태도로 크로스오버를 구현하는 것으로 참여작가는 총 24명이다. 작곡가 샬레만 팔레스타인(Charlemagne Palestein)의 소리설치를 층계참마다 설치한 시도가 있었다. 개리 인디애나(Gary Indiana)는 소설가와 연극감독 등을 겸업하는 작가로 그의 활동반경 자체가 하이브리디티와 크로스오버를 대표할만하다 하겠다. 


각 층을 쭉 살펴보면서 감지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층마다 다른 이가 기획한 완전히 다른 전시지만, 결국 세 전시 모두 다양한 장르를 예술의 이름하에 통합하는 시도와 지역과 장르의 혼종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성격을 갖고 있는 것이다. 결국 휘트니비엔날레가 업타운의 마지막 전시를 통해 말하고 있는 바는 통합과 수용의 메시지가 아닐까. 그 메시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결국 세 명의 외부기획자에 의한 세 개의 전시가 필수불가결한 요소였던 것은 아니었을까.



이나연(1982- ) 홍익대 회화과 석사, 뉴욕 스쿨오브비주얼아트에서 미술비평 석사. 현재 뉴욕에 거주하며 각종 매체엥 현대미술 관련글 기고. 서울아트가이드 미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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