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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클레망 쉐루, ‘세기의 눈,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전 퐁피두센터 전시기획자

심은록

파리 퐁피두 센터의 국립현대미술관은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Henri Cartier-Bresson, 1908-2004)의 사후 10주년을 추모하며 회고전(2014.2.12-6.9.)을 개최하고 있다.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사진 작가 중의 한 명이자 보도사진작가 그룹인 매그넘 포토스의 공동발기인인 그를 가리켜 '세기의 눈(目)'이라고 부른다. 이번 전시의 총기획자인 클레망 쉐루(Clément Chéroux)를 만났다. 


파리 퐁피두 센터의 전시기획자, 클레망 쉐루(Clément Chéroux), ⓒ simeunlog.


Q. 이 전시의 컨셉트와 구성은 어떻게 잡으셨는지요?

A. 500여점의 선정된 작품들을 통해, 한 명의 카르티에 브레송이 아니라 최소한 세 명 이상의 카르티에 브레송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즉, 그의 다양한 예술적 관점을 보여주자는 것이 컨셉트입니다. 전시 구성은 크게 세 시기로 나뉘는데, 첫 번째는 1926년에서 1935년까지로, 초현실주의자들과의 교류가 빈번하고, 유럽, 미국, 멕시코 등 세계의 여기저기를 여행할 때 입니다. 이 시기의 사진에서 초현실주의 영향이 많이 보이며, <낮잠 자는 사람>들의 경우는 초현실주의자들을 상징하는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미국에서 프랑스로 귀국한 1936년에서 1946년 뉴욕으로 다시 떠날 때까지입니다. 이 시기에 그는 영화감독 장 르누아르(Jean Renoir)의 조감독이자 배우로도 가끔 일했고, 1945년에는 ‘귀향’이라는 영화를 감독합니다. 세 번째는 매그넘 포토스 설립한1947년부터 보도사진을 서서히 그만두는 1970년대 초반까지입니다. 이 시기에 그는 <간디의 장례>(1948), <중국 국민당 마지막 시기에>(1948), <러시아에서 스탈린의 죽음 이후>(1954) 등의 작품을 보여줍니다. 어떤 시기였던 간에, 그의 사진 속의 인물들은 그 주변 환경과 늘 밀접하게 연관성이 있습니다.


Q. 1970년대 이후에, 그는 어떤 작업을 하였나요?

A. 제약이 많은 보도사진 일은 줄여 나가면서 좀더 창조적이고 명상적인 대셍이나 그림을 그립니다. 그래도 그의 손에서 35mm 라이카(Leica)를 놓지는 않습니다. 그는 '사진은 즉각적인 행위라면, 대셍은 명상이다'라고 말했습니다. 


Q. 카르티에 브레송의 컬러사진은 드문 것 같은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A. 그는 컬러가 자연적인 성격에서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으며, 훨씬 덜 감성적이고, 특히 노출시간이 길기에 그의 ‘순간의 포착이라는 컨셉트’와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컬러를 아주 싫어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1946년에서 1970년까지 예외적으로 컬러를 사용해야 했는데, 이는 '직업적인 필요에 의한 타협이 아니라 양보'이며, '컬러는 자료적인 도구이지 예술적 표현은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Q. 당신이 이 전시에서 특별히 애착을 갖는 작품이 있다면요?

A. 모든 작품을 다 좋아하지만, 1937년 5월에 있었던 조지 VI세의 대관식 사진들은 특별한 상징을 지니고 있다고 봅니다. 흥미롭게도 카르티에 브레송은 ‘왕’이 아니라 ‘대중들’을 찍었습니다. 이 대중들 가운데 다수가 긴 막대기 끝에 거울을 달고, 이 거울을 통해 대관식이 열리는 장면을 봅니다. 거울에 대관식 장면을 반사하기 위해, 그들은 왕에게 등을 돌린 채 서있습니다.  권력에 대해 대중들이 등을 돌리고 있는 실질적 상징적 모습으로, 이 때 벌써 카르티에 브레송은 권력의 전복을 예견한 것 입니다. 이 사진은 엄청난 혁명적 가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카메라는 내 눈의 연장(延長)'이라고 말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은 35mm소형 카메라와 표준 렌즈, 자연광 만을 이용해 최대한 자연스럽고 우리의 시각에 가까운 사진을 찍는다. '긴장감을 가지고 거리를 다니다가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는 그는 왕의 대관식에서는 왕의 모습이 아니라 이를 보러 온 영국 시민들의 모습을 찍고, 물구덩이를 날렵하게 건너뛰는 한 남자의 사진에는 이 남자의 그림자와 멀리 벽에 붙어 있는 발레 광고를 보게 하며, 대중들의 반사적 즉흥적 행동 속에서는 역사의 흐름을 보여준다. 이처럼 인물과 시공간의 밀접한 교류 및 관계성을 보여 주면서, 카르티에 브레송은 보도사진을 예술의 단계로 고양시키고 있다. 



심은록(1962- ) 파리고등사회과학원 철학 및 인문과학 박사. 현 감신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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