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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카바코브 부부의 ‘모뉴멘타 2014, 이상한 도시’

심은록

카바코브 부부의 '모뉴멘타 2014, 이상한 도시'

_<우주로 날아간 남자>와 <추락한 천사>의 만남



프랑스에서 가장 중요한 전시 중의 하나인 '모뉴멘타 2014, 이상한 도시(Monumenta 2014, L’Etrange cité, 2014.5.10-6.22)'가 개최되었다. 2007년 안셀름 키퍼를 시작으로 올해 여섯 번째 초대된 작가는 러시아 출신 작가인 일리아 카바코브(Ilya Kabakov , 1933- )와 에밀리야 카바코브(Emilia Kabakov, 1945- ) 부부이다. 


일리아 카바코브(우)와 에밀리야 카바코브(좌) 부부, photo by simeunlog.


5월의 찬란한 햇빛이 배가 되어 쏟아지는 유리 천정아래, 13,500 m²의 면적과 35 m의 높이의 그랑팔레에 <이상한 도시>가 세워졌다. 순결한 하얀 벽이 여러 겹으로 둘러 쌓인 내부는 5개의 작은 전시실과 2개의 채플로 구성되어 있다. 5개의 전시실에 들어가면 또 다시 내부에 벽이 있거나 혹은 문이 있다. 각 전시실에는 설치, 조각, 회화, 데생 등이 있다. 아무 생각 없이 관람한다면, 모든 작품을 편안히 구경할 수 있다. 하지만, 왜 이런 건축구조일지, 왜 이렇게 이상한 많은 벽과 문이 있는 지를 생각하기 시작하면 스스로 생각의 미로에 빠지게 된다. 일리야 카바코브는 전시준비로 인한 과중한 피로 때문인지 사진 촬영에만 응하고, 인터뷰는 그의 부인 에밀리야 카바코브에게 넘긴다. 


Q. <이상한 도시>를 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A. 나와 일리야는 1995년 퐁피두센터에서 이미 '아름다운 도시의 잃어버린 생각'에 대해 작업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는 그 반대로, 문화적 초월적 세계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관람객들이 어떤 식으로 관람하냐에 따라서, 즉 혼자서 명상하며 관람하는 것과, 여러 명이 잡담하면서 구경하는 것은 많이 다를 겁니다. 


Q. 당신과 일리야 카바코브가 생각하는 현대는 <이상한 도시>와 많은 차이가 있나요?

A. 빠른 정보를 다투는 시대의 감각적인 현 세대는 미래나 과거와 상관없이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현재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현 세대는 환상, 이데아, 유토피아를 잃어버린 시기에 살고 있어요. 현대는 모든 것이 점점 더 단순해 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복잡하고 영적 풍부함을 지닌 초월적인 도시를 생각했습니다. 또한 현대미술은 물질에 지나치게 많은 관심을 갖고, 문화적인 기능으로부터는 너무나 멀어졌다고 봅니다.


Q. 왜 두 개의 채플을 세웠는지요?

A. 교회만 신성한 곳이 아니라 미술관 역시 신성할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Q. 이번 작품도 총체적 설치라고 볼 수 있나요?

A. 우리가 한 퐁피두센터 전시나 마이욜 미술관의 전시처럼 이번에도 색, 음악, 건축, 회화, 등 모든 것이 있다는 의미에서 ‘총체적 설치’라고 봅니다. 


그랑팔레의 '모뉴멘타 2014, 이상한 도시' 전시 풍경, 2014, 사진: 심은록.

Exhibition view of 'Monumenta 2014, L’Etrange cité' au Grand Palais, 2014, photo by simeunlog.


일리야 카바코브의 독특한 ‘총체적 설치(total installation)’는 위의 대답처럼 다양한 장르를 포함한다는 것도 있지만, 원래는 소련 전체주의(totalitarianism)의 실생활을 통채로(totally) 옮겨놓았다는 의미가 강했다. 이제는 그들의 작업도 전체적으로(totally)  함께 보아야 한다는 의미도 덧붙여져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이번 전시에는 <천사의 추락>이라는 작품이 있다. 이 작품은 <자신의 아파트에서 우주로 날아간 남자>(이하 <남자>)와 비교해서 생각해야 할 것이다. 억압받는 소련 체제로부터 탈출하기를 원하는 <남자>는 침대 스프링의 반동을 이용해 자신의 방에서 천장을 뚫고 우주를 향해 날아갔다. 그는 과연 유토피아에 도착했을까? 반면에 <추락한 천사>에서는 제목 그대로 천사가 하늘에서 추락해서 죽어있다. 죽은 천사의 몸을 대충 덮은 헝겊 밖으로는 부러진 날개가 보인다. 단순한 추락사고인 것처럼 접근을 금지하는 줄도 둘러쳐져 있다. 유토피아를 바라고 <우주로 날아간 남자>는 오랜 시간이 지나, 이번에는 우주로부터 떨어져 <이상한 도시>에서 <추락한 천사>와 만난다. 이번 모뉴멘타는 감각으로만 작동하지 않고 깊은 사유를 요구한다. 카바코브의 말대로 점점 단순해지는 세상에 복잡하고 깊은 사유가 가능한 지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다. 



심은록(1962- ) 파리고등사회과학원 철학 및 인문과학 박사. 현 감신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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