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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장 샤오강, 보수적인 아방가르드 작가

심은록

현재 대구미술관에서 장 샤오강(Zhang Xiaogang, 1958- )의 회고전 ‘Memory-ing’(6. 14 - 9. 10)이 개최되고 있다. 1980년대 작품부터 최근작까지 100여 점이 넘는 회화 및 조각 작품이 소개되고 있다. 그는 중국의 문화혁명, 천안문사태(1989), 급속한 경제성장 등 격동기를 거치며 혼란을 겪는 중국인들의 ‘자아’를 탐구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그의 중요한 주제인 ‘기억’은 과거로 치부하기에는 너무나 생생하기에, 전시제목처럼 여전히 진행 중인(-ing) 현재적 기억(Memory)이다.



장 샤오강(左)과 필자, 2011년 북경에서, photo by simeunlog


Q. 당신은 “중국 4대 아방가르드 작가 중의 한 명”으로 세계에 알려져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A. 모순이라 생각하겠지만, 저는 ‘아방가르드’보다 ‘보수적인 것’을 더 지향합니다. 그렇기에 제 작품이 앞으로도 관념적이거나 개념(언어)적인 것이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Q. 1992년은 당신에게 특별한 해였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유럽의 미술관 투어를 했고, 그 때문인지 1992년도에 그려진 당신의 작품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그리고 이후 유명한 연작 <혈연-대가족>이 태어납니다. 어떤 관련이 있는지요?

A. 1992년 서양화의 본향인 유럽에서 서양미술에 대한 탐구를 하면서 많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서양화풍만 따라가는 화가가 돼서는 안되겠고, 중국인으로서의 자아를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중국적인 자신의 스타일을 찾는다고 수묵화와 같은 전통방식으로 되돌아 갈 수는 없는 일입니다. 중국은 아주 복잡한 국면을 지니고 있어서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지 방황하며 고민하던 중, 운 좋게 고향집에서 부모님의 옛 사진을 발견했습니다. 이 사진에는 국가나 사회가 가정에 미치는 영향이 보입니다. 그렇게 <혈연-대가족> 연작이 시작되었습니다. 


Q. 중국현대미술이 엄청난 속도로 전세계에 파장을 일으키는 반면에, 미술시장이 젊은 중국작가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A. 중국현대미술이 점차적으로 글로벌화 되고 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글로벌화를 지향하고 그 쪽 방향으로 성급히 발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제가 바라는 중국현대미술을 말한다면, 자신의 문화적인 특성을 가지고, 현재의 시스템을 자신 만의 것으로 구축해 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처럼 자신의 것이 구축이 된 후에, 즉 작가로서의 자기입지를 확실히 세운 후에, 점층적으로 전세계 각종 문화와 교류를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젊은 작가들이 시장경제에 영향을 받는 것은 상당히 우려되는 일입니다.


Q. 조금 전에 보수적인 것을 지향하신다는 의미를 이해할 것 같습니다. 젊은 작가들이나 미술지망생들한테 조언을 주신다면요?

A. 저는 미술을 정말로 좋아했고, 좋아합니다. 예술을 한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역경이 많기 때문에, 이를 이겨낼 수 있을 만큼 정말로 미술을 좋아해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열정을 다해 좋아하다 보면, 예술과 자신의 관계에서 어떤 다른 것을 꼭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또한 성공이나 금전 같은 이런 표면적인 문제들도 초월할 수 있게 됩니다. 예술은 생명을 바라보고 생명에 대한 어떤 태도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젊은 작가들이 예술을 선택했다는 것은 힘든 일을 선택한 것입니다. 계속 노력해서 정진하기를 바랍니다.


<연인(Lover)>, 1999, Oil on canvas, 200 x 160 cm, courtesy of Daegu Art Museum


<혈연-대가족> 연작은 단순해 보이지만, 복잡한 중국현대사를 압축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상징의 총합체로도 볼 수 있다. 이 작품에서 유독 시선을 끄는 낯선 얼룩과 붉은 선분은 기억의 증거다. 얼룩은 시간의 흔적이며, 붉은 선분은 찢어진 사진을 이어놓은 것 같은데, 바로 ‘혈연’을 의미한다. 같은 핏줄로 연결된 인간관계를 의미하는 ‘혈연’이 같은 핏줄이 아닌 <연인>에서도 나타나며, 땅, 하늘, 오브제 위에도 그려진다. 즉, ‘혈연’을 나누는 ‘대가족’이란, 가족을 넘어선 사랑의 관계이며 그 사랑의 환경인 자연과 오브제까지 포함된다. 



심은록(1962- ) 파리고등사회과학원 철학 및 인문과학 박사. 현 감신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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