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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뉴욕미술의 가지치기

정종효

미술의 번영을 뒷받침하고 있는 것은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있을 것이다. 경제, 금융, 문화 등 이 왕성한 시대의 흐름, 차별화에 의한 상징적인 하드웨어의 구성, 미술문화를 누릴 수 있는 대중적인 의식의 정착을 나열해 볼 수 있다. 여기에 정부정책과 지원은 자생력을 길러내기까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장기적인 제대로 된 정책이다. 오늘날 뉴욕이 세계현대미술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상징적인 곳으로 변모한 데는 아마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에 문화전쟁을 내세운 성공적인 정책이 이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이런저런 영향으로 끊임없이 변화와 발전을 하는 곳이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현재의 역할과 자리가 계속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사람들이 즐길 거리가 없었던 허름한 창고들이 즐비한 맨하탄의 소호에 갤러리가 들어서면서 전시를 보는 유동인구들이 늘어나고 다른 문화 콘텐츠와 합류하고 활성화되면서 다양한 문화를 누릴 수 있는 아트로드가 자연스럽게 형성된지 꽤 오래되었다. 이 미술문화는 다시 첼시로 이동하여 최근 10년 가까이 가고시안, 페이스, 화이트큐브 등 세계적인 갤러리를 위시한 세계미술에 영향력 있는 갤러리들이 주도해왔다.


최근 그 지형도가 바뀌려 한다. 지금까지는 맨하탄 내부에서 활성화되어 왔지만 맨하탄의 동쪽인 브룩클린과 서쪽인 뉴저지쪽으로 확대되어가고 있다. 첼시의 부담스러운 임대료로 갤러리는 브룩클린을 선택하고 작가의 작업공간도 늘어나면서 미술인구가 몰려들고 있다. 여기에 위쪽으로는 몇 년 전 프리즈아트페어(Frieze Art Fair)가 런칭되어 성공적 운영으로 활기를 띄면서 맨하탄 주변으로 점점 확산되고 있다. 반대편 뉴저지에도 그렇다. 특이한 대형 공간도 활성화되면서 이슈를 일으키고 있다. 미국의 전역에서 미술품의 수장고 사업과 운송 사업으로 번창한 ‘MANA Fine Arts’는 뉴저지에 대형 공장을 매입해 아트레지던시를 설립했다. 마나컨템포러리(MANA Contemporary)다. 2011년 6층 정도의 대형건물 한 동을 시작으로 지금은 다섯 동의 건물을 매입해서 그 규모를 확대시켜가고 있다. 내부시설도 화려하다. 다른 레지던시에 확보되어있는 작업공간과 전시공간은 당연하고 카페, 레스토랑이 편의시설로 겸비되어있고, 이외에도 대형판화공간, 아트샵, 서점, 심지어 액자공장과 브론즈 제작공간까지 있어 내부에서 제작이 가능하다. 현대무용 연습실까지 있어 영상작업 촬영도 가능하다. 대형 전시장은 미술관과 맞먹는다. 공간은 몇 개로 나누어져 있고, 크기는 작게는 100평에서 크게는 300평 이상의 전시공간들이 여러개 갖추어져 있다.


MANA FROM JERSEY


전시공간에서는 기획전이 전시되지만 입주작가의 전시는 1년에 단 한 번 공개를 하게 되고, 이 때는 작가의 작업공간도 함께 단 하루동안 공개된다. 이 시기에 맞추어 셔틀버스를 이용해 맨하탄에서 컬렉터, 큐레이터, 갤러리스트, 평론가들을 초대하여 작가의 작업공간으로 끌어들이고, 작가와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해주며 작품의 세일즈에도 상당한 역할을 끼친다. 이외에도 외국의 컬렉터나 갤러리스트들을 대상으로한 게릴라성 방문을 통해서도 작가를 홍보하고 커넥션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이 레지던시에 입주하기 위해서는 활동경력이 뒷받침 되어야하고 작업공간의 크기에 따라서 입주 임대료가 발생한다. 작은 공간은 약 1,700달러에서 3,000달러까지 작업의 성향에 따라 공간크기 선택의 폭은 다양하다. 특이한 점은 젊은 작가보다는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정착되어가는 중견작가를 위주로 영입해서 운영을 한다는 점이다. MANA는 좋은 작가의 영입이 매우 빠르게 진행된다. 기관을 끼지 않고 몇몇의 투자자에 의해 경영되고 있다. 한 명의 총괄 디렉터(현재 디렉터 Gene)를 두고 있어 좋은 작업을 하는 작가라면 누구든지 언제든지 입주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미국작가를 포함해서 유럽과 아시아의 약 30여 명의 작가가 입주해 작업을 하고 있다. 한국의 작가 중에는 박승모, 김재용 두 작가가 입주해 있다. 


Mana Fine Arts via ⓒNewYorkTimes


MANA를 단적인 예로 소개했지만 어쨌든 뉴욕의 현대미술의 지형도가 서서히 변하고 있다는 것이 감지된다. 브룩클린과 뉴저지의 활성화가 맨하탄의 좌청룡 우백호역할을 할 수 있을지 기대 된다.



정종효(1968- ) 일본 큐슈 나가사키 회화 석사. 문화관광부장관 표창 수상. (사)한국화랑협회 사무국장 역임. 현 경남도립미술관 학예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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