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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과거와 현재의 만남: 컬렉션아트와 동시대 미술의 필연적 조우

이은주

밀레니엄을 지나 21세기를 누리고 있는 우리가 50년, 100년 이상을 탐험할 수 있는 유일한 매개체는 책과 예술작품이다. 역사적 사실을 기록하는 책과 유물이 전해 내려오듯이 물리적인 시간이 지나면서 화석과 같이 연구될 예술작품이다. 시간을 초월하여 과거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생활사와 유물 박물관은 전 인류의 삶을 반추해낸다. 과거를 반추하여 오늘날 동시대 미술의 방향은 어디로 향해 있는가? 미국과 유럽중심의 오래된 것(Old, Alte)과 새로운 것(New, Neue) 그리고 이후에 일어난 ‘모던(Modern)’은 아시아 국가들이 생각하는 현대(Contemporary)와 동일하게 해석된다. 이러한 관점을 두고 확연히 다른 잣대로 떠오르는 것은 서구문명 그 자체의 근간을 둔 예술과 서구문명을 받아들인 국가와의 차이만 남는다. 서구문명의 개념과 방법이 유입된 것이지, 서구의 중요한 유물과 예술작품을 소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역사와 철학의 개념과 다르게 미술은 거의 보존, 소장하고 있는 물리적인 예술작품으로 그 민족과 국가의 유효한 역사성을 인정받는다. 어떤 기관에서 무슨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는지에 따라 그 기관의 특성이 평가되고, 또 그 기준에 따라 연구형식도 다르다. 소장품이 미술관의 얼굴이라는 표현은 자명한 사실이며, 명제나 다름없다.


하지만 실상은 어떠한가? 소장품 자체로 기관을 분류하는 토대는 이미 해결되었다. 유물의 발견시기, 연구이유 그리고 예술작품의 제작 시기와 내용에 따른 분류체계(Category)는 이미 실현되어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으로 파생된 미술계 시스템은 국가뿐 아니라 민간적 차원에서도 적용된다. 기업의 박물관과 미술관을 비롯하여 사립미술관 형식의 공간으로 말이다. 하지만 국가, 기업, 공립, 사립미술관 각각의 특색적인 부분을 우리는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 미술관의 모태가 되고 얼굴이 되는 소장품으로 각각의 기관을 기억하고 분류하는 체계가 과연 관객에게 얼마나 뿌리박혀 있을지에 관해서는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최근 몇 년간 소장품과 상설전시 형식의 전시가 이루어지는 현장을 목격해오긴 했지만 특정한 주제를 두고 연구, 기획한 전시, 즉 컬렉션아트를 통해 과거를 연구하여 현재를 연결하는 동시대적 전시형식은 거의 전무하다. 과거에 대한 연구 자체가 부족한 상태에서 동시대적 전시가 성행하고, 뿌리 없는 동시대 경향의 표피적인 해석에 의해 정체성에 뿌리를 둔 작품보다는 현대미술 코드를 조합한 형식의 작업들도 종종 만나게 된다.


함부르거반호프베를린현대미술관


미술관의 소장품을 활용하여 동시대작가들과 호흡하여 전시를 생산해내는 독일 베를린의 함부르거반호프베를린현대미술관 전시를 들여다보자. 지금 열리고 있는 주제기획전인 ‘디터 로스와 음악(Dietor Roth und die Musik)’뿐 아니라, 작년에 열렸던 ‘Wall Works’ 역시 20-30%가 함부르거반호프베를린현대미술관 소장품이었으며, 과거의 설치미술도 재현하고 있다. 가령, 2015년 8월 중순까지 진행될 ‘디터 로스와 음악’전에서는 브루스 나우먼(Bruce Nauman, 1941- )이 1969년부터 <Dream Passage> 시리즈와 함께 발전시켰던 퍼포머티브 건축실험의 완결인 <Room with My Soul left out, Room that Does Not Care>가 다시 연출되어 있다. 


브루스 나우먼, <Room with My Soul left out, Room that Does Not Care>, @함부르거반호프베를린현대미술관


이러한 정황이 전시작 주제와 그 당시의 배경과 어우러져 있으며, 또한 컬렉션아트라는 틀을 둔 관람형식이 아닌 동시대 작가들의 작업 동선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다. 전시장에서는 전시 주제에 집중된 흐름으로 과거, 현재를 만날 수 있으며 동시에 컬렉션아트와 동시대 미술이 자연스럽게 순환한다. 단발적 프로젝트를 통한 예술의 움직임으로 실험을 해나가는 것도 현대미술의 중요한 이슈이지만, 과거 우리의 발자취도 동시에 탐구된다면 좀 더 설득력 있는 한국미술(전시와 역사), 한국작가가 되지 않을까. 전시가 바뀌는 회전율을 높이는 실적이 아니라, 전시를 항상 그대로 두고도 연구의 깊이를 키워나가는 실적이 중요시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이은주(1979- ) 홍익대 대학원 예술학과 졸업. 기억의방_추억의 군 사진전(2011), 한국미디어아트 프로젝트(2011-2015), 미디어극장(2011-2015), 사진의 방(2012) 등 기획. 현 서울문화투데이 자문위원(2011- ), 미술과담론 편집위원(2012- ), 아트스페이스정미소 디렉터, M.A.P(미디어아트 플랫폼)예술감독, UP출판사 대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표창(2010)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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