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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상하이 르네상스

주연화

웨스트번드아트페어 아라리오갤러리 전시 부스


권오상의 개인전이 진행 중인 아라리오갤러리 상하이 전경


2016년 11월, 아시아의 슈퍼 컬렉터들과 전 세계 주요 갤러리의 디렉터들, 그리고 상하이 정부 핵심 인사들과 중국 대표 작가들이 모두 모인 웨스트번드아트페어의 오프닝은 상하이아트위크(Shanghai Art Week)의 시작을 알린 동시에, 현대 미술의 새로운 중심지로 도약하고 있는 상하이의 현주소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몇 해 전부터 시작된 상하이 미술붐은 웨스트번드아트페어, Art021, 상하이비엔날레와 중첩되며 그 절정에 이르는 듯하다. 그 주에만 62개의 크고 작은 전시 오프닝이 진행되었으니, 중국 내 동시대 미술의 새로운 중심지가 상하이라는 말도 낯설지 않다. 여전히 많은 작가가 활동하지만, 더이상 베이징 미술계에는 흥미로울 것이 없다는 얘기도 공공연히 나오곤 한다. 상하이가 아시아의 새로운 미술 중심지로 떠오르는 배경에는 어떤 힘이 작동하고 있을까?

그 키워드는 바로 ‘상하이 정부가 지원하는 웨스트번드(Westbund, 西安) 문화 특구’에서 찾을 수 있다. 이는 2008년부터 2020년까지 이어지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상하이 황푸강 서쪽 웨스트번스를 중심으로 한 도시개발이 핵심이다. 

프로젝트를 위해 주요 컬렉터들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 즉 컨텐츠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고자 하는 전략적 노력을 기울였고, 이를 통해 2014년 중국 최대 규모의 동시대 미술관인 롱미술관(Long Museum, 龙美术馆)과 인도네시아 컬렉터 부디텍(Budi TEK)의 유즈미술관(Yuz museum, 余德耀美术馆)이 문을 열었다. 또 앞으로 중국의 스타 큐레이터인 차오즈빙(QIAO Zbing)이 기존의 오일탱크를 활용한 아트센터를, 중국의 큰손 컬렉터이자 과거 민생미술관 관장인 허지우싱(HE Jiuxing)이 스타미술관(Star Museum, 星美术馆)을 오픈한다. 이 대규모 개발 계획은 2020년경 퐁피두미술관이 들어오면 최대의 분수령을 이룰 것이다.

이와 함께 중국 미술시장에 가장 큰 장벽이 되고 있는 세금 문제를 해결하는 개방 정책도 시작했다. 전시 면허를 받은 작품들이 면허 기간 이후 전시장에 머물 수 없고, 이후 면세 구역으로 이동해야 하나, 서안 지역은 작품이 머무를 수 있어 면세 구역의 특성을 일부 지닌 것이다. 

이 같은 적극적인 문화 융성 정책하에서 2013년 크리스티는 발 빠르게 첫 옥션을 진행했고, Art021도 첫 회를 시작했다. 2014년 웨스트번드아트페어는 가고시안갤러리, 화이트큐브, 하우저&워스 등 서구 대형 갤러리들을 초대했고, 이를 기점으로 대형 갤러리들이 본격적으로 상하이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아라리오갤러리 또한 2014년 전략적으로 중국 지점을 이전하였다. 

상하이 정부의 정책이 얼마나 성공할 수 있을지는 앞으로 더 두고 봐야 알 것이나, 일련의 과정에서 상하이 정부가 미술관, 비엔날레 등의 비영리와 아트페어, 갤러리, 옥션 등의 영리가 역동적으로 상호작용하며 형성되는 미술계를 정확히 이해하고 시스템 구축을 주도하고 있으며, 동시에 갤러리들과 작가들이 자발적으로 움직이도록 유도하는 매우 효율적인 정책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 눈여겨볼 만하다. 한국 정부는 대체로 ‘지원은 하되 관여는 하지 않는다’는 팔길이 원칙 기조 속에서 예산의 다양하고 형평성 있는 분배에 중점을 두고 있어, 결과적으로 투자 대비 명확한 성과를 찾기 힘들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상하이의 전략적 움직임은 한 번쯤은 분석해봐야 하는 좋은 사례다.


- 주연화(1976- ) 이화여대 철학과 학사, 이화여대 르네상스 및 현대 미술사 석사, 성균관대 글로벌 MBA 석사, 서울대 미술경영 박사. 아라리오갤러리 디렉터(2003-07), 스페이스다 대표(2003-07), 갤러리현대 전시기획 실장(2010-13) 역임. 현재 아라리오갤러리 한국·중국 디렉터(20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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