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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제57회 베네치아비엔날레-예술 만세?

구정원

‘만세 예술 만세! (Viva Arte Viva)’라는 슬로건 아래 그 여느 해보다 대조적인 방향성을 보였던 제57회 베네치아비엔날레. 본 전시의 예술감독으로 선정된 크리스틴 마셀은 본 전시에서 아티스트를 예술의 피라미드의 정상에 재배치하는 시도를 했다. 

‘아티스트를 위해, 아티스트에 의해 고안되고 그들과 함께 만들어졌다’라는 마셀의 기획 의도에 대한 강조는 너무나 상식적이고 그래서 더 식상하게 들리는 듯하나, 이는 그동안 오염되어온 현대미술의 생태계를 반증하며, 신화적 양산이 되어버린 비엔날레라는 거대 인스티튜션의 회유적 비판을 투영한다고도 할 수 있겠다. 

요컨대, 예술의 본질과 그 사회적 역할을 재고하며, 나아가 대의를 위한 크고 작은 형식과 담론들에 억눌려 현대미술의 하이어라키에서 가장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던 작가와 작품의 존엄을 회복한다는 의미이리라. 





본 전시는 ‘아티스트와 도서’, ‘기쁨과 공포’, ‘공동세계’, ‘지구’, ‘전통’, ‘샤먼’, ‘디오니시안’, ‘색’, ‘시간과 무한성’ 등 총 아홉 개의 트랜스파빌리온으로 구성되었다. 

딱히 극명한 연관성을 찾아볼 수 없는 주제들 사이에서 전시는 다소 두리뭉실 흐르는 듯했으나 반대로 하나의 주제 안에서 억지로 엮이지 않았기에 작가 한 사람 한 사람과 그 작품세계에 초점을 맞출 수 있었다는 것이 위안으로 돌아왔다. 그중 평생을 작가로 묵묵히 작업해 오며 최근에서야 (재)조명되기 시작한 단단한 작가들의 출현이 괄목할 만하다. 

지아르디니 본 전시의 시작을 장식한 미국의 샘 길리암(Sam GILLIAM), 1960년대 런던에서 시그널갤러리와 동명의 아트 저널을 운영하며 런던 언더그라운드 아방가르드 아트씬을 리드했던 데이비드 메댈라(David MEDALLA), 1991년 뉴욕에서 결성되어 다양한 시간과 공간의 접점에서 작업 해 온 몬드리안 팬클럽(David MEDALLA + Adam NANKERVIS), 일본 구타이 미술의 주요 멤버로 활동해온 프랑스 디아스포라 타케사다 마추타니(Takesada MATSUTANI), 영국의 미술 저널 『Third Text』를 창간하고 보수적인 영국 미술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대변한 디아스포라 1세대 아티스트 라시드 아래인(Rasheed AREAN), 지금은 타계한 아랍 현대미술의 거장 하산 샤리프(Hassan SHARIF)와 마르완(MARWAN)이 대표적인 예이다.

더불어 본 전시와 국가관에서 전반적으로 두드러지는 또 다른 맥락은 예술의 사회적 역할과 그 관계에 관한 정당성의 고찰을 들 수 있다. 베네치아 교도소 수감자들의 직업 훈련을 담당하고 있는 복지 사회 단체인 Rio Terà dei Pensieri와의 장기간의 협업을 통해 제작한 마크 브래드포드(Mark BRADFORD)의 ‘Tomorrow is Another Day’(미국관), 어린 시절 학대를 당한 폴란드 소녀들의 이야기를 다룬 샤론 록하트(Sharon LOCKHART)의 ‘Little Review’ (폴란드관). 

그중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의 ‘Green Light-an artistic workshop, 2017’은 호평과 혹평을 동시에 받고 있다. 던 카스퍼(Dawn KASPER)의 사운드 스튜디오 안에서 공명하는 니힐리스틱한 사운드를 뒤로 하고 녹색 빛이라는 긍정의 기표를 발산하며 자리 잡은 엘리아슨의 작업은 녹색의 LED 스틱을 조립해서 램프로 만드는 워크숍이자 임시 공장으로 꾸려졌다. 

여기서 램프를 조립하는 노동의 주체는 바로 본 비엔날레 프로젝트를 위해 초청된 시리아의 난민들인데 램프를 판매한 수익금을 베네치아의 난민에게 환원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생산의 주체인듯하나 철저히 대상화된 난민들은 현대미술이라는 플랫폼에서 그들의 생산적 존재 가치를 증명할 수밖에 없는 상황극에 처해 있는듯하다. 어딘지 마음 한구석이 불편해지는 가운데 예술의 사회적 역할과 관계 그리고 그 안에 위치한 도덕적 가치를 다시금 생각게했다. 

이와 더불어, 이주, 이산, 국경이라는 키워드는 ‘Diaspora Pavilion’, ‘NSK Pavilion’, ‘Tunisian Pavilion’를 통해 관객들에게 적지 않은 공감대를 형성해 내었다.

올해의 또 다른 성과는 한국 현대미술의 선전을 들 수 있겠다. 본 전시에 초청된 이수경, 김성환 그리고 이대형의 기획으로 코디최, 이완이 참여한 한국관 ‘카운터 발란스’도 호평을 받았다. 또한 홍영인이 베네치아 아젠다의 퍼포먼스 프로젝트 ‘Contract’에 참여했다. 

올해의 황금사자상은 독일관의 안네 임호프(Anne IMHOF)와 본 전시에 참여한 프란츠 에르하드 월터(Franz Erhard WALTER)에게 그리고 은사자상은 이집트의 하산 칸(Hassan KHAN)에게 돌아갔다.

정치적인 맥락이 정치적으로 배제된 올해의 비엔날레가 제시하는 요술 방망이와 같은 예술의 역할은 어디까지 정당성을 가질 수 있을까?


- 구정원(1975- ) 이화여대 서양화과 학사, 영국 시티대 문화예술정책대학원 미술관/박물관 큐레이팅 석사. 현 중국 상하이 두어룬 시립미술관 국제협력 큐레이터, UAE 마라야 아트센터 객원큐레이터. 베니스 아젠다15 (2015), ‘우리’-티나비 프라하현대미술페스티벌(2012-13), ‘나밧: 존재의 사유’ 상하이세계엑스포(2010)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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