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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현대미술, 현대공예에 대한 소고

황정인

미국 북동부의 펜실베니아주 동쪽 끝에 자리한 필라델피아는 역사적, 문화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대도시 중 하나다. 이곳은 1776년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하면서 미국이라는 국가의 탄생을 알린 곳이자, 그 후 1790년부터 1800년까지 현재 수도인 워싱턴 D.C에 앞서 미국의 수도였던 곳이기도 하다. 그래서 현재까지도 미국의 주요 행정기관 중 일부가 필라델피아에 남아 있으며, 도시의 역사만큼이나 문화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예술기관들이 많이 위치해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얼마 전 막을 내린 국립현대미술관의 <마르셀 뒤샹>전의 공동주최 기관이자, 전시작품 대부분을 소장하고 있는 필라델피아미술관(Philadelphia Museum of Art), 인상파 화가들의 주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반스파운데이션(Barnes Foundation), 현대미술의 다양한 움직임을 소개하는 ICA필라델피아(Institute of Contemporary Art Philadelphia) 등을 꼽을 수 있다. 



필라델피아에 위치한 센터포아트인우드의 외부 전경
사진제공: The Center for Art in Wood


한편으로 필라델피아는 약 300년간 이어지고 있는 펜실베니아주의 공예산업과 장인전통을 이끌어온 대표적인 도시로서, 그와 관련한 문화예술 전문기관들이 함께 탄생, 성장해왔다. 요즘은 국내 미술계에서도 디자인과 순수미술 간의 경계를 짓지 않는 다양한 교류와 협업 프로그램 및 전시 사례를 많이 찾아볼 수 있지만, 그에 비해 공예미술과 순수미술의 경계는 아직 뚜렷하게 구분되어 있는 듯하다. 이러한 국내 상황과 조금 다르게, 전통과 실용성을 겸비한 공예미술과 동시대 조형예술을 함께 아우르면서, 현대미술의 역사를 공유해나가고 있는 필라델피아의 특색 있는 문화예술기관 세 곳을 간략하게나마 살펴보고자 한다. 

먼저 센터포아트인우드(The Center for Art in Wood, 이하 센터, centerforartinwood.org)는 1986년에 설립된 목공예 및 목조형 전문 미술관이다. 이곳은 공간의 이름처럼 나무를 주재료로 활용한 전통공예와 조형예술 전반을 아우르고 있으며, 1,200여점에 달하는 미술관 소장품을 기반으로 다양한 전시와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이곳의 윈게이트 ITE 국제 레지던시 프로그램(Windgate ITE International Residency)은 나무를 소재로 한 작품 창작과 연구. 비평 활동을 지원하며(2010년 박원주, 2018년 차종례 작가 참여), 플뢰르앤찰스브레슬러 리서치 라이브러리는 과거 목공예 역사에서부터 현대 목조형에 이르는 우드워킹 관련 작가 아카이브, 서적, 잡지, 이미지 및 센터의 기관 아카이브를 소장하고 있다. 자료 중 일부는 펜실베니아의 소규모 아카이브 리서치 프로젝트(The Hidden Collections Initiative for Pennsylvania Small Archival Repositories)의 일환으로 디지털 목록화되어 현재 펜실베니아 대학 라이브러리의 관리 하에 온라인 열람이 가능하다. 

또 다른 기관으로는 도자 전문 갤러리와 아트샵,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클레이스튜디오(The Clay Studio, theclaystudio.org)가 있다. 1974년 다섯 명의 작가들에 의해 설립된 이곳은 1979년, 도예를 매개로 한 비영리 교육기관으로 거듭나면서 작품 감상과 이해를 돕는 전시, 교육,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현재까지 활발하게 지속해오고 있다. 특히 이곳은 갤러리와 아트샵의 공간을 동일한 비율로 분할하여 생활자기로 만나는 도예와 현대미술로서의 도예를 함께 다루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도예의 개념과 영역 확장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레지던시 작가, 초대 작가, 협력 작가 등 작가 매개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한 폭넓은 아티스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섬유미술을 시작으로 현대미술의 주요기관으로 거듭난 패브릭워크샵&뮤지엄(The Fabric Workshop and Museum, 이하 FWM, fabricworkshopandmuseum.org)이 있다. 1977년 문을 연 FWM은 본래 섬유미술을 매개로 한 실험적인 예술가를 지원하는 데에서 시작되었으나, 이후 새로운 재료와 기술을 활용한 현대미술의 다양한 실험과 협업을 지원하는 대표적인 미술관으로 자리매김했다. 이곳 역시 문화적 다양성을 바탕으로 활동하는 작가들을 지원하는 국제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처럼 세 기관 모두 비영리 기관으로서, 재료에 대한 순수하고 다층적인 접근을 통해 공예미술의 전문성과 주요개념을 유지하면서 현대미술의 중요한 축을 형성하는 시각예술 전문기관으로 기능하고 있으며, 순수미술과의 뚜렷한 경계두기를 고집하기보다는 동시대 시각문화와 미술의 역사 안에서 문화생산자(기관)로서의 공존의식을 지켜나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 황정인(1980- ) 홍익대 예술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런던 골드스미스대 대학원 문화산업과 석사. 전 사비나미술관·프로젝트스페이스사루비아다방 큐레이터, 현 비영리연구단체 미팅룸 대표·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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