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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도미술의 중심으로 떠 오른 델리(Delhi)

송인상

델리는 12억의 인구를 가진 인도의 수도로 천만 명에 넘는 사람이 그 곳에 산다. 여러 민족, 여러 종교가 공존하고 공식 언어만 열다섯인 인도, 그 인도의 심장부에 해당하는 델리는 누가 뭐래도 인도의 얼굴이자 인도 문화가 집약된 도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런 델리가 미술로서는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했다. 수 년 전으로만 되돌아가 보면 분명 그랬다. 당시는 인도의 최대 경제도시라는 뭄바이가 여러 미술지표에서 수도 델리를 앞섰다. 미술품 견본 시장인 아트페어도 뭄바이에서나 만날 수 있었고 해외 아트페어 진출도 대부분 뭄바이 갤러리들의 몫이었다. 그나마 델리가 내세우던 '델리 트리엔날레'도 명색만 국제미술전이지 인도 내에서조차 이슈를 만들어 내지 못했다. 인도의 미술관을 대표하는 국립근대미술관(National Gallery of Modern Art)의 전시 시설이나 소장품도 인구 천만의 도시에 어울리지 않게 초라했다. 변화의 조짐은 인도 미술이 세계미술의 불루칩으로 각광받기 시작한 2000년대 중반부터 감지되었다. 최근에 찾은 델리는 몇 해 전에 본 델리 모습이 아니었다. 



눈에 띄는 변화로는 2008년에 생겨난 국제아트페어 '인디아 아트 섬미트(India Art Summit)'다. 인도미술의 붐을 한창이던 때에 첫 테이프를 끊은 이 아트페어는 인도 국내는 물론 해외 화랑들의 관심을 끌면서 두 번의 개최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이라는 평가와 함께 인도를 너머 세계가 주목하는 미술품 견본시장으로 떠올랐다. 우리나라는 아라리오 갤러리가 한국 갤러리로서는 처음으로 지난해 이 아트페어에 참가했다. 3회 아트페어는 올해 열리지 않고 내년 1월에 개최되는데 과연 인도미술이 최근의 불황을 이겨내고 또 다시 상승할 것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델리가 인도미술의 중심으로 부담

또한 지난해부터 델리에 신생 갤러리들이 속속 오픈하면서 정확한 통계는 나와 있지 않지만, 갤러리 수에서도 델리가 뭄바이를 앞섰다고 한다. 미술관도 곳곳에 개관하면서 델리 미술의 커다란 힘으로 자리 메김하고 있다. 델리의 위성도시 구르가온(Gurgaon)과 노이다(Noida)에 각각 세워진 데비미술재단(Devi Art Foundation)과 키린나다 미술관(Krin Nadar Museum of Art)은 사립 미술관임에 불구하고 시설이나 소장품에서 국립미술관에 견줄만할 뿐만 아니라 현대미술 소장품에서는 오히려 국립미술관을 앞선다는 평가다. 올해 연초에 약 3개월간 데비미술재단에서 열렸던 파키스탄의 뉴 미디어 작품전시는 디스플레이나 내용면에서 수준급이었다. 이밖에도 국립근대미술관이 지난해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거쳐 재 오픈했고 델리트리엔날레를 개최하는 국립미술아카데미도 전시 공간 보수를 마쳤다. 작가들도 델리와 델리 주변 신도시로 작업실을 찾아 모여들고 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델리는 인도미술의 중심을 넘어 국제적인 미술의 도시로서도 충분히 가능성이 보인다. 이처럼 인도와 델리의 변화를 충동질한 그 배경에는 무엇보다도 인도미술의 국제적 관심에서 비롯된 것이다. 


델리 미술의 중심에 해당하는 국립근대미술관의 라지브 로찬(Rajeev Lochan)관장은 국제적으로 인도미술이 각광받는 이유를 묻는 나에게 ‘과거의 다양한 문화유산을 에너지로 삼아 창조적인 열정을 보인 작가들 때문이며, 동시에 근대화 세계화와 결합하면서 체득한 인도 작가들의 자신감이 만들어 낸 결과’라고 답했다. 이러한 긍정의 현상과 평가에도 불구하고 인도 혹은 델리에서 체감하는 미술의 현실은 녹녹치가 않다. 국제 금융위기 이후 모든 상황을 반전되어 작품 가격의 반 토막은 보통이고, 많은 갤러리 전시에서 작품 거래 자체가 실종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인도를 대표하던 갤러리 보디아트도 그 어려움을 이겨내지 못하고 2008년 말에 문을 닫았다. 최근 들어서는 중견작가 중심으로 인도 현대미술이 터널에서 차츰 벗어나는 분위기라고 하지만 여전히 힘겨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 이런 저런 기대와 우려가 교차되는 가운데 나는 인도에서, 델리에서 미술이 세상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목격하고 있다. 



송인상(1959- ) 중앙대 예술학전공 석사. 예술의전당 미술관 큐레이터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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