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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다케이 마사카즈 / '늘 규칙을 깨고 싶었고, 결국 해냈다'

강철

2008년 제12회 파리포토에서 감상한 수많은 사진들보다 더 잊을 수 없는 작품은 인간 다케이였다. 그 누구도 흉내 내기 어려운 옷차림과 독특한 분위기만으로 범상한 인물이 아님을 충분히 직감할 수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놀라운 사실인데, 그의 성공 신화는 이미 2003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도 소개되었다.



나라 요시모토 등 무명 시절에 작품집 출간

다케이는 1989년 28살에 '리틀모어'라는 출판사를 창립하여, 소위 베스트셀러 퍼레이드 신화를 시작한다. 저자본으로 성공한 출판사의 비결이 그렇듯, 그는 주로 잠재력 뛰어난 젊은 작가를 초창기 발굴하는 방식이다. 적중률이 높고 장르가 다양하다. 일본의 가수이자 배우이자 문학가인 마치다가 코우는 2000년 아쿠타가 문학상을 받았는데, 다케이는 7년 전인 1993년에 그의 책을 이미 발간했다. '리틀모어'는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진 요시모토 바나나의 저서와 같은 문학 뿐 아니라, 만화에서도 크게 성공했는데, 당시 그는 시도한 만화 출판 비즈니스는 전통적인 일본 만화 업계에서 신선한 충격이었다고 한다. 이외에도 '리틀 모어'는 노암 촘스키의 대담집, ‘히스테릭 글래머’ 브랜드로 알려진 디자이너 키다무라 노부히코 작품집, 사진작가 테리 리차드슨 작품집 등 실로 참신한 출판 기획을 계속 성공해 나간다. 


미술 출판은 더욱 흥미롭다. 다케이는 나라 요시모토가 유명해지기 한참 전인 1998년에 그의 작품집을 출간했는데, 그때의 인연으로 그의 책 상당 부분이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 다케이의 또 다른 선견지명은 사진작가 가와우치 린코다. 2001년 가와우치 린코의 무명시절에 사진집을 동시에 3권이나 발행했다. 그 후 기무라 이헤이 사진상 수상, 2004년 프랑스 아를 국제 사진 페스티벌 초청, 2008년 파리포토 표지 작품 선정 등 현재까지 승승장구하고 있다. 다케이는 철저하게 작가들의 자유와 선택에 맡기고 존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미 세계적인 거물이 되어버린 나라 요시모토의 작품을 더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에이전트가 있기에, 전적으로 양보한다고 한다. 이를 아까워하지 않고 집착하지 않는다. 무조건 작가의 판단에 동의한다. 그래서인지 이런 전략 아닌 전략이 오래간다. 무한 신뢰감으로 예술가와 긴 인연을 이어가는 것 같다. 



창업한 출판사 물려주고, 새로운 도전

다케이는 자신이 창립한 '리틀모어' 출판사를 함께 고생했던 부하 직원에게 물려주고, 2004년 '포일' 출판사를 창립한다. 곧이어 2007년 포일갤러리를 열어 현재까지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현재 '포일'은 편집자, 큐레이터, 세일즈, 회계 등 총 7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새로운 회사의 새로운 기획은 무광고 무텍스트라는 『포일』 미술 잡지였다. 주위 모든 이가 출간을 말렸지만 역시 큰 성공을 거두어 세상을 다시 놀라게 했다. 그의 별명이 ‘열 감지기’라는 것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그동안 『포일』 잡지는 사이 톰블리, 에드 루사, 테리 리처드슨, 론 뮈엑, 타로 오카모토, 다이도 모리야마, 요시모토 나라, 린코 가와구치 등 세계적인 작가들을 다루고 작품집으로 발행하고 있다. 출판 기준이 뭐냐는 질문에 그는 “예술이라는 필터를 통해 현시대 이 순간을 어떻게 반영하고 있나”라고 모범적인 대답을 들려준다. 『포일』은 한국과도 인연이 적잖아, 한국 작가가 포일갤러리에서 전시하고, 작가 개인이나 미술관 그룹전의 작품집을 내기도 한다. 그렇다면 출판과 화랑을 겸업하는 '포일'이라는 존재가 한국 현대 미술과 과연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한국 현대 미술은 네덜란드 축구와 마찬가지로, 세계 미술 시장에서 ‘안방’으로서 메이저 리그가 되기 어렵다. 하지만 많은 아티스트들이 큰 무대에서 활동하는 ‘선수’ 자격이 충분하다. 아니 그렇게 되어야 한다. 그만큼 한국 작가들은 좋은 생산에 비해 유통이 아쉬운 면이 많다. 좋은 생산이 롱런하려면 합리적인 유통을 만나야 한다. 오사카의 거친 동네에서 막막했던 청년 다케이가 인생의 전환점이 된 것은 일본의 석학 다케지 하야지의 책을 읽고 감동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거기서 끝난 것이 아니라 용기 내어 그 출판사 발행인에 편지를 썼고, 급기야 출판사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한국의 젊은 예술가들이 해외 진출에 더딘 면이 있는데, 이는 언어를 두려워하기보다 용기를 두려워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열매가 쉬 열리는 법은 없지만, '포일'을 포함한 활발하고 매력적인 글로벌 유통망을 찾아 두드렸으면 한다. 그 옛날 젊은 다케이가 용기 내어 출판사에 편지를 썼을 때처럼 말이다. 



강철(1972- ) 홍익대 예술학과 석사. 김달진미술연구소 편집연구원, 월간디자인 수석기자 역임. 현 서울포토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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