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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블랙 바로크

구정원

휴 로크(Hew LOCKE, 1959- )는 테이트브리튼, 루바이나 히미드(Lubaina HIMID, 1954- )는 테이트모던, 케힌데 와일리(Kehinde WILEY, 1977- )는 내셔널갤러리, 소니아 보이스(Sonia BOYCE, 1962- )는 베네치아비엔날레 영국관 등 올해 영국 주요 미술계의 일정은 아프리카계 디아스포라 작가의 활약으로 가득 차 있다.

현 영국 동시대 미술의 위상은 문화와 예술을 미래의 가장 큰 국가의 원동력이라 믿었던 빅토리아 여왕(1819-1901)의 혜안과 후원이 초석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제국주의의 영광과 식민시대를 발판으로 축적한 자본이 그 위상의 후광이 되었다는 점은 후기 식민시대를 사는 영국 블랙 디아스포라 작가들에게는 영국 미술계와 어우르는데 적지 않은 걸림돌이 되어 왔다.



출처: Art Council England


그동안 영국 정부는 문화적 다양성을 필두로 하는 예술 정책을 펼쳐 왔으나, 이 또한 복잡하게 얽힌 갈등의 실타래를 풀어내는 데에 역부족이었다. 더불어 지난 2년 팬데믹 기간 동안 인류가 겪어낸 생명 존엄에 대한 위협으로 인종에 대한 이슈는 더욱 민감해지고 그 갈등 또한 고조되었다. 설상가상으로 2020년 6월 미국 전역에서 거국적으로 부활한 ‘블랙 라이브즈 매터(Black Lives Matter)’ 운동은 영국으로 번져 정치, 사회, 문화, 예술 전반에서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영국 문화예술위원회(Art Council England)는 인종과 사회 계층에서 고질적으로 존재했던 기회의 불평등을 해소하기위한 향후 10년간의 장기계획인 ‘Let’s Create’를 발표하였고, 크고 작은 문화 단체에서는 ‘Black History Walk’와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영국사에서 아프리카계 영국인의 발자취를 더듬어 그 존재의 당위성을 바로 세우는 프로젝트를 기획하였다.

또한, 내셔널갤러리 및 테이트미술관 등에서도 그동안 계획해 오던 블랙 아트에 대한 프로젝트를 가시화하는데 속도를 냈다. 식민 시대에 설탕 산업으로 부를 축적한 헨리 테이트(Sir Henry Tate)의 후원으로 건립된 테이트미술관은 지난 2015년 테이트브리튼에서 개최된 ‘예술가와 제국’(2015.11.25-2016.4.10) 전시를 시작으로 미흡하지만, 과거에 대한 고해성사를 시작했다. 2019년에는 테이트매거진을 통해 식민과 예술에 관한 글을 기고하며 앞으로 영국을 대표하는 현대미술기관으로서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고찰하기도 했다. 지난해 테이트브리튼에서 열린 ‘섬과 섬을 이은 우리의 삶’(2021.12.1-4.3)전은 그동안의 노력이 집대성된 전시로써 캐리비언 블랙 디아스포라 미술과 작가를 심도 깊게 연구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바로 연이은 휴 로크의 대형 커미션 프로젝트 ‘행진’(3.22-2023.1.22)전은 카니발이라는 모티브 안에 그동안의 갈등을 녹여냈다. 스코틀랜드 태생이지만 기니(Guinea)에서 대부분의 성장기를 지낸 휴 로크는 2세대 블랙 디아스포라를 대표하는 작가 중 한 사람으로 그의 작품에는 그의 생과 관련된 기억과 현재의 조각으로 가득하다. 그러나 그는 여느 2세대 디아스포라 작가와 같이 사회운동가로서의 작품에 정치적 메시지를 담는 것을 거부하고 작품의 미학적 가치를 강조한다. 어린 시절 기니와 영국을 오갔던 여객선이 과거 노예를 실어 나르던 운송 수단이었다는 사실은 어린 휴 로크의 감성에 각인되어 그의 작품에 지속적으로 담아내진다. 아름다운 비즈와 문양으로 한 땀 한 땀 만들어진 그 기억의 조각은 이번 전시에서 150여 점의 군상에서 미학적으로 승화되었다.

이지러진 진주를 의미하는 바로크(Baroque). 후기 르네상스에서 침체된 매너리즘의 구렁에서 건져 올려진 17세의 혁신적인 문화 정신이 블랙 바로크 진주로 부활했다.



- 구정원(1975- ) 전 중국 상하이 두어룬시립미술관 국제협력 큐레이터, 영국 국제 큐레이터포럼(ICF) 펠로우. ‘Curating The International Diaspora’(2016-17, 런던, 광주, 바베도스, 마티니크, 샤르자), ‘ انأ [ana] please keep your eyes closed for a moment’(2015-16, 샤르자), ‘Allegories of Shanghai’(2015, 상하이), ‘WOO:RI’(2012-13, 프라하) 외 다수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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