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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예술과 함께 즐기는 휴가, 관광, 그리고 문화

황정인

앞서 소개한 ‘메이커스페이스(maker-space)’가 도심 속 창작자 및 제작자를 위한 열린 제작 공간을 제공하는 대안적 의미의 창작 공간이라면, 미국의 몇몇 예술학교는 휴가철을 맞이해 관광지에 온 이들이 보다 특별한 경험을 위해 찾는 공간이기도 하다. 휴가, 관광, 예술학교 간의 연결고리에 다소 의문을 품을 수도 있겠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마음의 여유를 갖고 관광지를 찾는 이들이 보다 새로운 문화적 경험을 위해 특별한 이벤트를 찾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해이스택마운틴공예학교의 섬유미술스튜디오 전경. 학교는 대서양을 마주한 해안가 섬에 자리해있으며, 메인 주의 주요 명소이자 미국 내 유명 건축상을 수상한 건물로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다. 제공 ⓒ 황정인 


미국의 예술학교, 특히 공예예술학교에서는 여름방학 동안 혹은 1년 내내, 다양한 세대, 국적, 인종, 문화적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미국 전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의 강의를 듣고, 직접 창작 활동을 경험해볼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인 창작 워크샵을 진행한다. 예술학교의 특성상, 워크샵은 조각, 회화, 판화, 사진, 드로잉, 그래픽 디자인을 비롯하여 금속, 섬유, 도자, 유리, 가구, 나무, 악기, 문학, 북아트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예술 장르를 다루며, 분야별로 미국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작가들이 직접 강의를 기획, 진행한다. 장르별로 창작 환경과 설비는 최고 수준으로 갖춰져 있으며, 스튜디오마다 전문 테크니션, 혹은 스튜디오 매니저를 두어 365일 창작 환경과 시설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이렇게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교육 프로그램을 활발하게 운영하고 있는 대표적인 학교로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주 베이커스빌에 위치한 펜랜드공예학교(Penland School of Craft), 테네시 주 개틀린버그에 위치한 애로우먼트공예예술학교(Arrowmont School of Arts and Crafts), 메인 주 디어 아일에 위치한 해이스택마운틴공예학교(Haystack Mountain School of Crafts), 뉴저지 주 래이튼에 위치한 피터스밸리공예학교(Peters Valley School of Craft), 워싱턴 주 포트타운젠드목공예학교(Port Townsend School of Woodworking) 등이 있다. 흥미롭게도 일반인을 위한 예술창작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이들 학교는 미국의 주요 국립공원이나, 문화유적지, 주립공원, 국립휴양지에 위치해있어서, 휴가철을 관광을 겸해 색다른 문화체험을 원하는 방문객에게는 매우 좋은 선택지가 된다. 
이들 학교는 워크샵으로 경험할 수 있는 예술 장르의 다양성만큼이나, 기간 및 강습 레벨에도 선택의 폭을 넓혀 보다 많은 수강생이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워크샵은 짧게는 주말 코스부터, 가장 일반적인 1-2주간의 단기 집중 코스, 그리고 준전문가를 양성하는 3-9개월 집중 코스, 초보자, 중급자, 전문가 코스 등에 이르기까지 참여자가 본인의 일정, 상황에 맞게 해당 수업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또한 학교가 교내 기숙사 시설을 함께 운영하고 있을 경우, 워크샵 참여비에 숙박과 식사 제공을 포함하여, 프로그램에 보다 집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특히 숙식이 제공되는 학교는 관리자의 감독 아래 야간 창작 활동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예술대학 전공자를 위한 교과과정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워크샵 프로그램의 큰 차이점은 수강생이 세대와 문화를 초월하는 불특정 다수이기에 다양한 연령대가 서로 자연스럽게 뒤섞여 세대 간의 문화 교류가 자연스럽게 이뤄진다는 점, 학기제로 진행되는 일반 교과과정과 달리, 단기, 중장기 집중 코스를 통해 재료에 대한 기초 지식과 주요 장비의 사용법, 창작 기법과 노하우 등 관심 분야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깊이 있게 다룬다는 점, 프로그램에 따라 지역의 관광 인프라를 함께 활용하여 예술적 경험과 문화적 경험을 함께 아우를 수 있다는 점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현재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 중인 작가들이 본인의 전문 분야를 중심으로 ‘재료-기법-프로젝트 결과물’에 대해 명확하게 가르치는 프로그램의 특성상, 학생들은 작품 창작의 전 과정을 매우 자세하게 경험해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워크샵에 참여하는 이들은 창작을 매개로 서로 교류하고 함께 여가를 즐기면서 문화예술로 충만한, 특별하고 의미 있는 휴가를 보내는 셈이다.


- 황정인(1980- ) 홍익대 예술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런던 골드스미스대 대학원 문화산업과 석사. 전 사비나미술관·프로젝트스페이스사루비아다방 큐레이터, 현 비영리연구단체 미팅룸 대표·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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