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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현장성’으로서의 미술: 카셀도큐멘타15

장동광

‘카셀도큐멘타15’ 포스터


필자는 8월 하순 여름휴가로 독일 프랑크푸르트, 카셀, 베를린의 미술계 현장을 둘러보고 왔다.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목적은 2022 ‘카셀도큐멘타15’(6.18-9.25)를 3박 4일의 일정으로 답사하는 일이었다. 1955년 아르놀트 보데(Arnold BODE, 1900-77)에 의해 창설, 5년마다 개최되어 올해로 15회를 맞았다. 인구 20만 명의 카셀은 독일 중부 헤센 주의 풀다 강 유역에 있다. 913년 카살라로 처음 기록된 이곳은 라틴계 프랑켄어 카스텔라(Castella)로 ‘요새’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독일의 비행기와 탱크 생산의 중심이었다가 연합군의 폭격을 받아 도시 전체가 거의 완전히 파괴되다시피 했다가 다시금 재건된 도시다. 


메인 전시장인 프리데리치아눔 미술관 전경. 제공 ⓒ 장동광


이번 15회의 전시예술감독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예술그룹인 루앙루파(Ruangrupa)를 선정하여 전통적인 예술개념을 탈피하여 기후 변화와 디지털화, 사회적 격변과 정치적 급진화에 이르기까지 제3세계의 담론을 광장으로 끌어낸 것이 큰 특징이었다. 프리데리치아눔(Fridericianum) 미술관 광장에 설치되었던 반유대주의 작품이 큰 이슈가 되었을 때, 카셀도큐멘타 측은 이렇게 말했다. “예술적 자유가 우리 민주주의 사회의 핵심 구성요소이며 이는 특히 정치적 담론을 다룰 때도 적용된다”고 역설했으나, 카셀 의회의 강력한 요구에 철거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카셀도큐멘타15’의 두 메인 전시장인 프리데리치아눔미술관과 도큐멘타 할레(Documenta Halle)에서 만났던 대부분 작품은 예술작품의 미적 완결성이라는 전통적인 의미는 사라지고 일상과 예술의 탈경계화, 담론의 형식화, 문화적 관습의 재조명, 정치적/사회적 발언으로서의 예술의 역할에 대한 문제제기들이었다. 루앙루파는 잉여 수확물을 저장하여 지역사회의 이익에 기여하는 공동 쌀 창고를 의미하는 ‘룸붕(Lumbung)’이라는 인도네시아 개념에서 도큐멘타 전체를 통합적으로 조성하였다. 


‘카셀도큐멘타15’ 프리데리치아눔 설치작품. 제공 ⓒ 장동광


웰컴센터(안내소)인 <루루하우스>를 비롯하여 카셀도시 전역의 미술관과 박물관, 교회, 궁전, 극장, 호텔, 공원, 공사장, 카셀중앙역 등을 대상으로 14개 집단과 54명의 예술가를 선정하여 이들이 선정한 룸붕 1,500명이 참여하는 대규모 협업작업이 기획의 핵심이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어린이집을 설치하여 유아 보육 문제를 제기하거나, 감추어져 있던 현대사의 비극을 조명하거나,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전통적인 행위 등을 영상과 설치로 보여줌으로써 전례 없는 과정미술 혹은 현장성으로서의 예술형식을 보여주었다. 집단적 협업을 추구한 만큼 개인 작가로서 미술은 배제되었고, 루앙루파는 그동안 소외돼 왔던 남반구의 현대미술을 조명해 새로운 예술세계와 이슈를 탐험하게 했다. 도큐멘타15는 ‘공동체’와 ‘참여’가 핵심인 만큼 관객참여형 작업으로 채워져 함께 이야기하고, 생각하고, 놀고 대화하게 하는 인터랙티브 아트와 토론회, 워크숍 등의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다. 카셀 전역을 시각적으로 통합한 독특한 사인들, 여러 전시장의 회로도(回路圖) 속에 담긴 작품을 접하며 현대미술의 조류가 유희적 사유의 담론장으로 이동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비평적 생각에 잠기게 했다.
2027년에 개최될 차기 ‘카셀도큐멘타16’은 이러한 나의 생각에 어떤 새로운 지평을 보여줄 것인가… 


장동광(1960- ) 서울대 대학원 미술이론 석사, 홍익대 대학원 미술비평 박사 수료. 서울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안양문화예술재단 공공예술부장, 제1, 2회 청주공예비엔날레 전시총감독 역임. 현 한국도자재단 상임이사(사업총괄단장). 제1회 한국미술협회 <자랑스런미술인상(큐레이터 공로부문)> 수상. 『유리지: 금속공예 40년의 여정』(2010, 나비장) 편저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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