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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2022 런던 프리즈 위크

구정원

팬데믹과 전쟁은 아이러니하게도 서양 미술의 발전에 촉매 역할을 했다. 중세 후기를 휩쓸었던 흑사병은 암흑기 중 억압되었던 인간에 대한 호기심과 가치를 눈뜨게 하여 르네상스 미술을 꽃피웠고, 20세기 시작을 피로 물들인 두 번의 전쟁으로 얻은 죽음의 트라우마를 당대 작가들은 인간의 무의식을 기조로 한 미술과 행위를 통해 치유했다. 이러한 역사적 순환과 잇따른 경제 침체로 위태로운 나날을 보내는 동시대 현대 미술은 어떠한 전환점을 맞게 될까? 팬데믹이 가져온 후폭풍과 파운드화의 하락 등 예측불허한 경제적 리스크를 등에 업은 런던 미술계는 유럽 현대미술의 허브로서 그 자리를 지켜낼 수 있을까? 이러한 우려에도 지난 10월 12일 막이 오른 프리즈런던/마스터 페어는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프리즈91 멤버십 프로그램을 통해 아트페어를 예술의 물질적 가치를 거래하는 장에서 경험을 사는 장으로 확장시킨 프리즈의 새 주인 인디보(Endeavor)의 전략적 브랜딩이 빛을 발한 것이기도 하다.



Thomas Dane Gallery ⓒ Frieze London 2022


올해 두드러진 특징은 초현실주의 작업과 그 후계인 추상 회화 작업이다. 프리즈마스터는 ‘페노메나(Phenomena)’전을 통해 레오노라 캐링턴(Leonora CARRINGTON, 1917-2011), 레메디오스 바로(Remedios VARO, 1908-63), 앨리스 라혼(Alice RAHON, 1904-87), 도로시아 태닝(Dorothea TANNING, 1910-2012) 그리고 레오노르 피니(Leonor FINI, 1907-96) 등 당대의 여성 초현실주의 작가를 한자리에 모았다. 프리즈런던의 토마스대인갤러리는 작가 앤시아 해밀턴(Anthea HAMILTON, 1978- )의 기획으로 퀴어 아이덴티티, 페미니즘, 공간과 무의식의 연결고리를 초현실주적 언어로 재해석하는 전시를 선보이며 ‘2022 프리즈스탠드 상’을 수상했다.

또한 영국 블랙 디아스포라 작가의 공고한 입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가고시안갤러리에서 단독 전시로 선보이며 오픈과 동시에 완판된 3세대 블랙 디아스포라 자데 파도유티미(Jadé FADOJUTIMI, 1993- )의 작업에선 이전 세대 작품에서 보여졌던 주변인으로서의 정체성은 찾기 어렵다. 그의 회화는 색, 면, 선, 음악 등 추상미술에 대한 학문적 연구와 젊은 세대로서 일본의 동시대 문화에 심취해온 자신의 감성과 내러티브로 가득하다. 올해 베네치아비엔날레 ‘꿈의 우유(The Milk of Dreams)’에도 참여하였으며 테이트, LA카운티미술관 등 주요 미술 기관에서도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중동 대표 갤러리들의 활약도 돋보였다. 이집트 카이로의 집섬갤러리는 마흐무드 할레드(Mahmoud KHALED, 1982- )의 개인전으로 2022 프리즈포커스스탠드 상’을 받았으며, 두바이의 라우리샤비비갤러리는 최근 주목받는 아랍에미리트의 여성 작가 셰이카 알 마즈로우(Shaikha Al MAZROU, 1988- )의 대형 조각 <Red Stack>(2022)으로‘프리즈조각’ 섹션에 참여했다. 또한, 런던의 압안바갤러리는 이란의 여성 인권 운동가이자 작가인 소니아 발라사니안(Sonia BALASSANIAN, 1942- )의 회고전을 통해 최근 대두되고 있는 이란의 여성 인권 탄압에 대한 목소리를 담았다.

이외에도 많은 위성 프로젝트 가운데 우리가 직면한 전환의 시점에 부응하는 작업을 묵묵히 보여온 작가가 있었으니 노장이 된 영국현대미술의 악동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1965- )이다. 그는 약속대로 NFT로 판매된 <더 커런시(The Currency)>의 원화를 자신의 뉴포트갤러리에서 불태우는 퍼포먼스를 보여 주었다. 지금의 악재가 지난 후에 우리는 또 어떤 현대미술의 악동들을 만나게 될까.



- 구정원(1975- ) 전 중국 상하이 두어룬시립미술관 국제협력 큐레이터, 영국 국제 큐레이터포럼(ICF) 펠로우. ‘Curating The International Diaspora’(2016-17, 런던, 광주, 바베도스, 마티니크, 샤르자), ‘ أنا [ana] please keep your eyes closed for a moment’(2015-16, 샤르자), ‘Allegories of Shanghai’(2015, 상하이), ‘WOO:RI’(2012-13, 프라하) 외 다수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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