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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훔볼트포럼 한국실, 첫 번째 한 걸음

염혜규

2021년 9월 아시아미술박물관 등을 부분 개관했던 독일 베를린의 훔볼트포럼이 작년 9월 17일 전면 개관했다. 베를린 중심부의 옛 왕궁터에 지어진 복합문화공간인 훔볼트포럼은 프로이센문화유산재단 산하의 인류학박물관과 아시아미술박물관, 베를린문화프로젝트와 베를린시립박물관, 베를린 훔볼트대학교와 베를린궁전의 훔볼트재단이 협력하는 프로젝트다. 아시아미술박물관 내 한국실은 중국실과 일본실의 10분의 1 규모인 60㎡의 규모와 중국실 속의 배치, 일본의 관점으로 설명된 전시설명 등이 훔볼트포럼이 내세운 식민주의 반성이라는 가치에 부합하느냐로 개관 당시 논란이 됐던바 있다. 훔볼트포럼은 애초에 스스로 극복해야 할 자기모순을 갖고 탄생한 프로젝트라고도 할 수 있다. 개관에 이르기까지 10여 년에 걸친 전개과정 속에 소장품과 건축에 있어 독일 식민지사 등의 역사와 관련하여 이미 여러 논란과 비판에 부딪혀왔었다. 한국실 논란 또한 이 논란의 연장선 위에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사진제공 ⓒ 염혜규


대규모의 중국실 속 한편에 작게 자리를 잡은 한국실은 한국 ‘코너’에 가깝다. 전시실 중앙에는 고려 시대 청자 7점과 재독 도예가 이영재의 도자기 3점이 각기 다른 진열장 안에 전시되어 있다. 전시실 양쪽 끝에는 처음 전시됐던 사진작가 이재용의 작품을 대신하여 생활용품과 네온사인을 이용한 설치미술가 최정화의 작품 <땀 마음 빵>과 한 쌍의 조선 시대 동자승 석상이 각각 전시되어 있다. 중국실 쪽에 면한 벽 전면의 유리 진열장 속에는 도자기를 비롯한 많은 유물이 한꺼번에 전시되어 있고, 벽의 바깥쪽으로 작자 미상의 <금강산도> 병풍화가 전시되어 있다. 현재 훔볼트포럼이 보유한 한국 소장품의 수는 약 180점으로 13,000여 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 중국, 일본의 소장품에 비해 아주 적은 규모다. 소장품 규모와 비교하여 전시면적이 불합리하게 책정됐다고는 보기 어렵다. 하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중국실 속에 묻혀있다시피한 전시실 배치 및 공간 디자인까지 합리화가 되지는 않는다. 훔볼트포럼이 탈식민화와 소장품 출처연구를 박물관 주요과제 가운데 하나로 내세우고 있다는 측면에서, 한국유물 수집가가 적었다는 사실 자체를 역사적 맥락에서 다뤄 전시 기본으로 삼는 것 또한 생각해볼 수 있었을 것이다.

아마도 관람객에게 의문이 될 구성은 작품설명도 없이 선반 위에 비좁게 전시된 벽면 진열장의 전시품일 것이다. 하지만 정작 이 구성은 큰 의미가 부여된 것으로 보인다.1) 도자기 보관을 위해 제작된 나무상자 등 전시품은 복원과 보관의 측면까지 고려한 연구 소장품으로서 전시됐다. 전시품의 정보는 진열장 옆의 디지털 장치를 통해 제공되고 있다. 한정된 소장품의 한계 속에 구상된 세심한 기획으로도 보인다. 하지만 이런 의도가 관람객들에게 얼마만큼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훔볼트포럼의 주요 기본이념인 탈식민지화와 소장품의 출처에 대한 비판적 시각의 접근은 앞으로 전시에서도 지속해서 작용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기본이념만을 강조하는데 치우친다면 그 또한 박제된 반성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훔볼트포럼을 통해 인류학박물관과 아시아박물관의 한국 소장품이 최초로 한자리에 모이게 될 것이다. 특히 인류학박물관을 통해 1900년 이전의 의미있는 소장품을 확보함으로써 한국실의 컬렉션은 더욱 풍요로워졌다. 또한, 지난 10월에 훔볼트포럼의 한국실 담당 학예사가 뽑혔다. 이 변화들이 한국실에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하길 기대해본다.



1) 우타 라만-수타이너트, <작은 컬렉션의 잠재력: 한국미술전시관>, 동아시아 정기간행물. 새로운 시리즈 No. 42 2021년 가을, pp. 34-37.


- 염혜규(1978- ) 베를린자유대 미술사학과 석사. (재)군포문화재단 수리산상상마을 강의.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한국독일미술교류사: 어두운 밤과 차가운 바람을 가르다(2022.10.28-1.27)’ 협력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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