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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레지던시 다시 생각해보기

황정인

레지던시에 관한 선집 『세계를 하나로 모으다: 레지던시 다시 생각하기(Bringing Worlds Together: A Rethinking Residencies Reader)』(Rethinking Residencies, 2023) 표지 이미지 ⓒ 제공: 황정인 


국공립 기관에서 운영하는 레지던시가 지금 형태로 자리 잡은 지 20여 년이 된 지금, 국내 레지던시 형태의 변화·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내 레지던시 생태계가 운영 주체와 방식이 다양하지 않고, 관 주도 레지던시가 다수인 점, 그에 따라 획일화된 운영 형식에서 벗어나기 어렵고 지역 사회·정치·경제적 이해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에 변화와 개선이 쉽지 않은 점, 그 결과 지금까지 큰 틀의 변화 없이 국공립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미술계 내에서 창작자의 행보와 현대미술의 흐름, 동시대 작가 연구와 관련 미술사 연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점 등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야기된 결과이기도 하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 동부 레지던시 관련 기관들이 함께 힘을 모아 레지던시가 나아갈 방향과 과제를 함께 논의하는 움직임이 있어 눈길을 끈다. 뉴욕에 기반을 둔 15개의 아티스트 레지던시 및 레지던시 유관기관으로 구성된 실무자 단체인 ‘레지던시 다시 생각해보기(Rethinking Residencies, RethinkingResidencies.org)’는 다양한 운영 모델과 규모, 접근 방식을 지닌 레지던시 관계자들이 함께 모여 레지던시의 변화와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그룹이다. 여기에는 퀸즈박물관을 비롯하여, 플럭스팩토리, 국제 스튜디오 및 큐레이터 프로그램, 로어 맨해튼 문화위원회, 트라이앵글 등의 15개 기관이 회원관으로 등록되어 있다.

2014년에 시작된 이 모임은 예술 생태계에서 레지던시가 수행하는 중요한 역할을 인식하고, 현시점의 레지던시가 지닌 문제점과 고민을 함께 나누면서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의 레지던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논의한다. 2021년에는 3일간의 자체 심포지엄을 개최하여, 아티스트 레지던스의 역사를 시작으로 환경과 레지던시, 레지던시와 입주 작가의 대표성, 책임감, 연대성, 커뮤니티를 위한 새로운 모델로서의 레지던시 프로그램과 전략, 레지던시 탈식민화, 모든 예술가를 위한 지원 구조, 레지던시의 미래 등에 관한 알찬 주제 구성 아래 레지던시의 향방을 모색하는 자리를 가졌다.

심포지엄 영상은 공식 웹사이트에서 확인해볼 수 있으며, 결과물은 2023년 8월에 선집으로 출간되어 레지던시 운영자들을 위해 유/무료 형식으로 배포되었다. 레지던시에 관한 선집 『세계를 하나로 모으다: 레지던시 다시 생각하기(Bringing Worlds Together: A Rethinking Residencies Reader)』(2023)는 미국 내에서 출간된 최초의 아트 레지던시 선집으로, 예술가·큐레이터·학자·레지던시 단체를 초청하여 시각 예술 분야의 중요한 연구 및 제작 현장으로서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다룬 책이다. 책에 실린 11편의 에세이와 3편의 대담은 현시점의 레지던시를 고찰하고, 레지던시 운영에 필요한 배려와 윤리, 레지던시의 미래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다루고 있다.

이들의 노력에서 볼 수 있듯이, 레지던시라는 제도가 급변하는 사회 속에 예측 불가능한 상황과 마주하고 각종 위협으로부터의 안전에 늘 도전을 받으면서도, 여전히 문화예술계, 나아가 우리 사회에서 존재하면서 유지, 보호되어야 하는 대상으로 여겨지는 이유는 어쩌면 예술 창작이 지닌 존재 가치와 의미가 여전히 현대 사회에서 필요하며, 지속되고 보호되어야 하는 인류의 소중한 활동이자, 유산이라는 암묵적인 믿음이 존재하기 때문이 아닐까. 국내 레지던시의 역사와 문화를 바라볼 때, 그 안에는 사회, 정치, 경제, 문화 간의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획일화된 운영과 변화의 요구 안에서 발생하는 크고 작은 이슈가 존재하며, 레지던시를 둘러싼 다양한 주체들 간에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있지만, 예술 창작은 지속되어야 한다는 믿음은 다양한 주체들 간의 공통된 합의 안에 여전히 유효하다.

- 황정인(1980- ) 홍익대 예술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런던 골드스미스대 대학원 문화산업과 석사. 사비나미술관·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 큐레이터 역임. 비영리연구단체 미팅룸 대표·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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