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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미술이 바람났다? 바람타고 대중 속으로

이용훈

작년 직장을 옮겼다. 옮기기로 결심한 여러 이유 중 하나는 서울시 중심에 있는 곳이라는 것이다. 광화문과 세종로, 종로, 청계천, 태평로, 안국동, 북촌과 서촌 등등 이름으로 너무도 친근한 곳에서 하루종일 지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에 낯선 곳으로 옮기는 용기를 냈다. 그런데 막상 출퇴근 후에 주변을 제대로 돌아다니기도 쉽지 않았고, 주말에는 또 직장 출근하는 것 같아서 잘 안나오게 되었다. 역시 중요한 건 마음먹기와 실천인가 보다. 그래도 출퇴근길 거리에서 은은히 배어나오는 역사나 문화, 예술의 향기를 맡을 수 있다는 건 큰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보통 사람들은 살아가면서 미술과 가깝게 지내지 않는다. 평생 그림 구경 한 번 안해도 사는데 지장이 없다, 때론 봐도 뭐 잘 모르겠고. 그렇지만 일상 속에서 자주 접하면 미술에 대한 이해폭도 넓어지고 재미도 알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이제는 미술이나 미술관도 대중들이 자주 미술을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바람난 미술’처럼 수준을 갖춘 미술작품들이 직접 대중들 일상 현장으로 찾아나서는 것도 좋은 시도라고 생각한다. 대중들은 다양한 내용과 형식을 가진 미술을 다 이해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보고 또 보고, 배우고 또 배우면 누구나 미술이 주는 아름다움과 인문적 깊이를 이해하고 즐길 수 있게 되리라 믿는다.


사람들 사이로 불어온 미술

최근 서울시청 지하에 있는 시민청에서 작지만 재미있는, 서울문화재단 주최 ‘아트 캠페인: 바람난 미술’ 전시가 열리고 있다. 내가 일하는 도서관 지하이기도 하니 안 가 볼 수 없다. ‘미술작품은 어렵고 지루하다?’라고 질문을 툭 던진다. 그러면서 전시 기회도 제대로 가지지 못하고 판매하기도 쉽지 않은 작가들과 미술작품 감상과 구매 의욕을 가졌지만 그런 기회를 잘 가지지 못하는 대중들 사이를 좁히고 미술작품과 관객을 적극 매개하고 동일 공간에서 만나도록 주선할 목적으로 마련한 전시라고 답한다. 그래서 시민들이 자유롭게 모이고 놀고 소통하는 공간으로 직접 미술작품을 들고 나와서 전시도 하고 판매도 한다는 것이다.



이번 시민청 전시는 지난 1월에 이어 두 번째인데, 규모는 좀 줄었다. 바람난 미술 전시를 위해 서울문화재단은 공모를 통해 40명 작가 53개 작품을 최종 선정하였고, 평면과 입체, 설치, 미디어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포함하고, 막 대학을 졸업한 신진 작가부터 유수의 미술관에서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유명 작가까지 그 스펙트럼이 매우 다양하다고 한다. 실제 전시에는 스타 작품도 포함되어 있다. 시민청에서 시작해서 서울역사박물관 로비와 메가박스 코엑스점 영화관 옆 미술관, 여의도 IFC몰을 다녔다. 대부분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니 그만큼 더 많은 관객들과 만날 수 있었으리라 짐작한다. 물론 판매도 잘 되었으리라 기대해 본다. 언젠가 나도 이 전시에서 마음에 드는 작품을 내 능력에 맞는 수준 가격으로 구입하고싶다. 이렇게 미술이 가까이로 오니 쉽게 만나서 좋다.


미술작품을 미술관 등에서 직접 관람하는 것이 제일 좋겠지만, 그러기 어렵다면 미술작품집이나 관련 책을 자주 읽어보는 것도 좋다. 그런데 좋은 도록이나 미술작품집, 관련 책들은 개인이 사서 보기에는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미술의 대중화에 도서관도 중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도서관이 개인이 구하기 쉽지 않은 미술관련 책들을 더 많이 소장해서 대중들이 읽을 수 있도록 한다면 이 또한 미술을 즐기고 대중화하는데 좋은 방법이 아닐까? 미술이 찾아나서는 전시든, 미술책 읽기를 통해서든 더 바람이 나서 사람들 사이에서 자유롭게 돌아다니기를 기대해 본다.



이용훈(- ) 연세대 문헌정보학 학사. 한국도서관협회 부장 역임. 현 도서관문화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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