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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그림을 접하고 산다는 것은

이충희

그림에 대해 전혀 문외한인 내가 갤러리대표가 되었다. 나 자신이 스스로 부여한 타이틀이다 보니 한편 어색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남들은 속 모르고 ‘그림에 대해 잘 알고 있겠지’ 하고 물어보는데 당사자인 본인은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 나는 단지 그림을 좋아할 뿐이다. 그림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고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도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그림을 좋아한다. 또한 어떠한 장르를 정해놓고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구상이든 비구상이든 보는 순간의 느낌으로 좋고 나쁨을 판단한다.


 한 달에 서너 번은 인사동을 돌아다니고, 특히 해외 출장길에는 업무를 마치고 이삼일 여유를 갖고 갤러리, 박물관을 중심으로 돌아다닌다. 또한 출장 전에 현지 벼룩시장의 위치며 열리는 시기를 조사해 가기 때문에 매번 그림을 7-8점은 사가지고 오게 된다. 벼룩시장은 서민적 냄새가 물씬 풍기며 그 나라의 생활상을 보여주는 장소이기도 하고 가격도 상당히 저렴하다. 어떤 때는 값이 비싸서 깎는다기보다 그냥 재미로 깎는다. 상대방도 나도 웃으면서 흥정을 시작하고 관두기를 서너 번 되풀이한다. 그 친구는 그림을 팔아서 좋고 나는 내가 좋아하는 그림을 싸게 사서 기분이 좋다.



아침부터 벼룩시장에서 하루 종일 보낼 때도 있다. 카페에서 커피 한 잔하고 점심 먹고 쉬며 즐기며 시간을 보낸다. 유럽의 벼룩시장은 유럽 물건만 있는 것이 아니고 아프리카, 중남미, 중국, 일본 전 세계로부터 수집된 모든 것들이 다 나와 있다. 유럽의 중·근대시대의 대단함을 엿볼 수 있는 것 같다. 기회가 되면 다시 가보고 싶은 곳이 꽤 많다. 언젠가는 ‘벼룩시장’이라는 타이틀로 전시회를 하고 싶다.


그림을 즐길 수 있는 나의 행복

5년여 동안 다니면서 사온 그림이 꽤 많다. 가치로 따지면 무한대의 가격이다. 내가 좋아서 산 작품이니 내가 매기는 것이 작품가격이다. 팔리든 안 팔리든 관계없다. 나는 볼 만큼 봤으니 누군가하고 나누고 싶다. 유럽 여러 나라들의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돌아다니다 보니 나 나름대로의 결론이 생기게 되었다. 나라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는 것 같지만 결국은 세 분류로 나누어지는 것 같다. 종교그림, 전쟁그림, 그리고 초상화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이것은 미술에 전반적인 지식이 부족한 내 개인의 생각일수도 있다. 첫째는 예수의 탄생에서 부활 때까지의 내용을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둘째는 유럽의 정세가 바뀌는 전쟁의 내용이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그 다음은 그때그때 살아 있었던 사람들의 초상화인 것 같다. 물론 자연과 기타 내용도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이렇듯 나 나름대로의 생각을 정리하면서 그림을 보러 다니는 맛 또한 쏠쏠하다. 나는 그림을 즐길 수 있는 행복한 사람 중의 하나다. 그림을 감상하는 것이 그리 어려운 것은 아니라본다. 많이 보게 되면 나름대로 보는 느낌이 몸에 배는 것이다. 무엇이든 시작하고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그림을 그릴 줄은 몰라도 그림을 그리는 사람과 소통하며 살아간다면 세상 살아가는 재미가 한 가지 더 늘어날 것 같다.



- 이충희(1955- ) 백운갤러리 대표, 에트로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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