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49)내 친구 사진작가 김중만

박시호

김중만 작가는 서양화를 전공하던 중 사진을 하는 친구의 암실작업을 돕다가 5분 만에 인화지에 그림이 입혀지는 모습에 충격을 받고 사진을 시작한다. 그는 프랑스 젊은 작가상을 타고 1977년 서울에서 첫 전시회를 가진 후 1985년, 1986년 두 차례 국외 추방을 당한다. 첫 번째 이유는 프랑스 국적자가 사전 신고 없이 전시회를 하였다는 것이고 두 번째 이유는 오수미와 신상옥 감독 사이에서 난 두 아이들과 함께 살고 있던 중 북한에서 최은희, 신상옥 부부가 탈출한 후 미국 LA로 추방을 당한다. 그러나 그는 지금도 추방 이유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는 LA에서 하루 6불짜리 싸구려 호텔에서 투숙하며 코카인과 헤로인을 하며 1년간 마약중독자로 산다. 희망이 없기 때문에 그렇게 살았다. 그래도 그에게 실낱같은 희망은 하루에 필름 한 롤을 사서 사진을 찍는 일이다. 사진을 찍지 않으면 자살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Are you going with me?>, 1986 ⓒ 김중만


그러던 어느 날 어둠을 헤치며 언덕위로 올라오는 헤드라이트 하나가 고장 난 외눈박이 자동차를 찍는다.(사진1) 그리고는 그는 죽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외눈박이 차도 어둠을 헤쳐 가는데 나는 멀쩡하지 않은가? 나를 이곳으로 보낸 이유는 사진으로 세상을 그리라는 것이리라. 그 후 그는 부모님이 계신 아프리카로 가는 비행기 삯을 만들기 위해 온갖 일을 다 한다. 아프리카에 도착한 그는 그곳에서 500일간 식물인간처럼 지낸다. 그리고 88년 빅토리아 폭포에서 3일 내내 울고 프랑스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귀화한다. 그가 아프리카에서 만난 첫 번째 동물은 사자였다. 동물 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맹수에게 얼마만큼 가까이 다가가서 찍느냐는 것이다. 그는 4.5미터 앞까지 다가갔다. 이것은 죽음의 선이라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다행히 사자가 공격을 하지 않았다. 그는 아프리카에서 찍은 동물 사진으로 한국 사진작가 최초로 아프리카 사진집을 출판하며 인기작가로 발돋움하였고 2000년부터 우리나라 최고의 스타들과 함께 패션, 광고, 영화 포스터 등 다양한 분야의 상업 사진을 찍는다.


상업 사진을 하면서 돈은 벌었지만 늘 마음속에는 공허함이 남아 있다. 그래서 그는 아프리카 아이들을 돕기 위한 ‘희망의 골대 세우기’ 프로젝트와 동남아 아이들을 위한 ‘학교 세우기’ 프로젝트를 하며 가난과 질병 속에서도 꿈과 희망을 잃지 않도록 그들을 돕는데 앞장선다. 그리고 2006년 그는 돌연 상업 사진 포기를 선언한다. 그는 스스로에게 이야기한다. “작가는 나와의 치열한 싸움을 해야 해. 돈을 벌면서 안주해서는 좋은 작품을 찍을 수가 없어. 돈을 벌지 못하더라도 세계적 작가들과 작품으로 경쟁을 해야 해. 더 이상 상업 사진은 하지 않겠어.” 그리고는 사진이라는 전쟁터에서 한국을 표현하는 사진으로 외국작가들과 싸우기로 목표를 정한다. 그는 우리나라의 자연과 역사·전통을 보면서 외국 작가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음을 발견한다. 지금 그는 한국의 자연과 역사를 카메라로 담아 수묵화, 산수화처럼 한지에 입히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는 눈 오는 한라산을 찾고 강원도 산간벽지를 찾고 독도를 찾으며 한국의 아름다움을 만들어 가고 있다.


<바람의 옷>, 1992 ⓒ 김중만


그의 작품들은 대한민국 사진작가 최초로 소더비 경매에 등재되었으며 얼마 전 소더비 경매에서 그의 작품 <바람의 옷>(사진2)이 큰 호평을 받았다. 그는 80만 장 정도의 작품을 만들었으며 앞으로 100만 장을 만든 후 1000장 가량은 가족에게 주고 나머지는 국가에 기증하여 모든 사람들이 마음대로 보고 쓸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며칠 전 지난 5년간 작업한 ‘한국의 자연’을 주제로 한 작품들 중 66점에 대한 저작권을 국가에 기증했다. 아버지를 닮아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있는 내 친구 김중만이 더 큰 꿈을 이루기를 희망해 본다.



박시호(1954- ) 동국대 법무대학원 석사. 세종나눔봉사 대상 수상. 현 행복편지 발행인, 행복경영연구소 이사장.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