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고


컬럼


  • 트위터
  • 인스타그램1604
  • 유튜브20240110

연재컬럼

인쇄 스크랩 URL 트위터 페이스북 목록

(66)괴테의 <달빛 속의 브로켄>

최종고

내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은 괴테(J.W.von Goethe, 1749-1832)이다. 한국에는『파우스트』를 지은 저명한 문학가로 알려진 괴테는 실은 변호사, 법학박사에다 국무총리(재상)를 지낸 공인이었다. 그런 사람이 60년에 걸쳐『파우스트』라는 불후작을 창작했을 뿐 아니라 미술, 음악, 광학, 색채학, 식물학 등 손대지 않은 곳 없이 다방면에 정통하였다. 특히 그는 그림에 재능을 가져 한때는 화가가 되려고 로마에서 화가들과 장기간 합숙하며 살았다. 그는 9세부터 83세로 생을 마감하던 해까지 줄곧 그림을 그렸다. “사람은 많이 쓰기보다 많이 그려야 한다.”고 하였던 그의 화집은 총 10권 출간되었다. 그는 그림을 통해 사물을 정확히 본다고 했다. 독일뿐만 아니라 체코, 스위스, 이탈리아, 시칠리아 등 전 유럽을 여행하면서 그렸고, 인물화도 그렸다. 나도 괴테의 발자취를 따라 그가 간 곳은 거의 다 가보고 그림을 그렸다. 로마에서 괴테가 앉아 그리던 곳에 앉아 같은 대상을 그리니 감회가 깊었다. 


나는 독일에서 박사학위를 하던 1970년대부터 괴테 애호에 기울어져 많은 연구서들을 모았다. 1999년부터 서울에서 매월 ‘괴테를 사랑하는 모임(괴사모)’을 가져오고 있다. 괴테와 다산 정약용이 불과 13살 차이밖에 안 나는 동시대인임에 착안하여『괴테와 다산, 통하다』(2007) 라는 책도 내어 많이 읽히고 있다. 거기서 괴테와 다산의 생애를 비교하고, 그들의 정치관, 법률관, 문학관, 음악관, 미술관, 자연관 등을 비교하여 역사와 문화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다른 점보다 같은 점이 많음을 규명하였다. 나는 괴테의 그림을 화집들을 통해 많이 보았지만, 오리지널 작품은 5점을 보았다. 라이프치히대학 도서관장의 특별배려로 오리지널을 보았을 때 실로 손이 떨렸다. 괴테의 체온을 느끼는 듯하였다. 그런데 그림들이 크지 않은 소품이라는 점이 더욱 마음을 끌었다. 우리는 자칫 큰 것이 좋은 것처럼 생각하는데, 작은 것도 아름답다는 사실을 괴테는 말해주었다. 


괴테, <달빛 속의 브로켄(Brocken im Mondlicht)>, 1777


괴테, <강에 뜨는 달(Aufgehender Mond am Fluss)>, 1777


괴테의 많은 그림들 가운데 나는 그의 달밤 그림을 좋아한다. 괴테는 자칫 강렬한 태양의 인물 같이 비춰지기 쉬운데 실은 그는 달을 즐겨 그렸다. 그는 브로켄(Brocken)산을 달밤의 풍경으로 그렸다. 어떻게 보면 동양화 수묵화같이 보인다. 괴테는 브로켄에 세 번 올라갔다. 나도 괴테처럼 세 번 올라갔다. 지금은 ‘괴테로(Goetheweg)’라는 이정표를 따라서 빨리 걸으면 2시간이면 오를 수 있다. 정상에 오르면 괴테와 하이네(Heinrich Heine, 1797-1856)의 전신상이 조각으로 마주 서 있다. 브로켄은『파우스트』에 나오듯 일 년에 한번 전 독일의 마녀(Hexen)들이 모여 잔치를 벌린다는 전설의 산인데, 실제로는 그리 험한 산도 아니고 마치 한라산이나 후지산처럼 밋밋한 삼각형의 산봉우리이다. 솔직히 실제의 산보다 괴테의 그림에 표현된 브로켄 산이 더 신비하게 보인다. 괴테의 그림은 대부분 잔잔한 사실적 분위기이지만 이 그림은 한 편의 시를 읽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1777년에 그린 두 그림 <달빛 속의 브로켄(Brocken im Mondlicht)>과 <강에 뜨는 달(Aufgehender Mond am Fluss)>은 어쩌면 동양화같이 보일 정도로 서정적 분위기를 나타내준다.


나는 괴테의 그림을 따라서 자연 풍경을 그려왔는데, 최근 수묵화를 그리기 시작하면서 더욱 괴테의 이 그림들이 마음에 다가온다. 괴테는 동양에 대한 관심도 많았지만, 근본적으로 깊이 들어가면 동서양의 구별도 넘어서 통하는 것이 위인과 천재의 세계가 아닌가 생각된다. 사실 우리나라에는 괴테의 그림이 너무 안 알려져 언젠가 괴테화집을 출간할까 생각하고 있다. 



최종고(1947- ) 서울대 법대 및 동 대학원 졸업, 독일 프라이부르크대 법학박사. 현 서울대 명예교수, 한국법사학회장, 세계법철학회(IVR)이사 및 집행위원 등 역임, 현재 한국인물전기학회(Korean Biographical Society) 회장. 2012년도 3.1문화상 수상.『법과 미술』(1995, 시공사),『괴테와 다산, 통하다』(2007, 추수밭) 등 20여 권의 법학서와 일반교양서 10여 권 저술.


하단 정보

FAMILY SITE

03015 서울 종로구 홍지문1길 4 (홍지동44) 김달진미술연구소 T +82.2.730.6214 F +82.2.730.9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