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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그림에서 음악을 듣는다

전동수

앙리 마티스, 음악, 1939, oil on canvas, 115×115cm


경제가 어려웠던 시절에는 먹고 살기에 바빴다. 지금은 다들 먹고 살만하니 배고픔을 해소하는 차원을 넘어 너도나도 몸에 좋은 음식을 골라서 먹는다. 건강을 위해서는 편식하지 말고 여러가지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고 한다. 더욱이 풍부한 영양소를 섭취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색깔의 과일이나 채소를 섭취하는 게 좋다. 

육신의 건강을 위해서는 다양한 영양소가 들어 있는 좋은 음식을 먹는게 중요하듯이 정신 건강을 위해서는 시각과 청각에 영양을 공급해주는 미술과 음악을 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림에는 음식처럼 다양한 영양소(에너지)가 들어 있다. 색상에 따라 시각을 통해서 받는 각각의 에너지는 정신적으로 풍요로움을 갖게 해주고 삶을 윤택하게 해준다.

음식의 재료에는 큰 변화가 없어도, 세상에는 다양한 음식이 존재하듯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서 화풍은 달라지겠지만 색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사람마다 그림에 대한 취향이 달라도, 개인적으로 필자는 그림 전시회가 열리는 갤러리에 들어서면 화려하고 강렬한 색상의 그림에 시선이 멈춘다. 그런 그림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고 에너지가 충만해지는 경험을 하다 보니 이제는 여러 가지 색깔이 모여서 조화를 이루는 그림을 좋아하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뮤지엄이나 갤러리에 가면 관람객들이 조용히 침묵하면서 그림만 감상을 했었는데 요즘에는 그림이 전시된 공간에서 아름다운 음악을 듣는 호강을 누리기도 한다. 가끔은 클래식 연주자들이 오프닝 때 직접 연주를 하기도 한다. 그림과 음악이 만나는 갤러리는 뭔가 더 고급스럽고 감동이 있다. 숨을 죽여가며 침묵 속에서 그림을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음악을 들으며 전시회장을 거닐면 기분이 좋아지고 왠지 폼난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그림 속에는 음악이 살아있고 음악 속에도 미술이 존재한다. 음악이 흐르는 공간에서 멋진 그림을 보면 감동이 두 배가 된다. 
음악에서 도(Do), 레(Re), 미(Mi), 파(Fa), 솔(Sol), 라(La), 시(Si)를 무지개 색깔(빨, 주, 노, 초, 파, 남, 보)로 표현하기도 하는데 이것을 시각과 청각의 공감 현상이라고 한다. 낮은 목소리는 따뜻한 색인 빨간색이고 높은 목소리는 차갑고 냉정한 파란색이다. 밝은색은 높은 소리이고 어두운색은 낮은 소리이다. 또한, 분명한 소리는 선명하여 채도가 높다고 하고 우물쭈물 거리는 흐릿한 목소리는 채도가 낮다고 한다.

많은 화가가 색을 음악과 연결해서 이야기했다. 20세기 프랑스의 표현주의 화가인 앙리 마티스(Henri Émile-Benoit MATISSE, 1869-1954)는 “모든 색은 함께 노래한다. 음악에서 화음처럼 모든 색은 합창에 필요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하였고, 후기 인상파를 이끈 폴 고갱(Paul GAUGUIN, 1848-1903)은 “색을 연결하여 음악적 하모니를 완성한다”고 하였다. 주로 영국에서 활동한 미국 화가 제임스 휘슬러(James Abbott McNeill WHISTLER, 1834-1903)는 그림의 타이틀을 아예 음악적으로 붙여서 그림의 분위기와 색채에 대한 그의 감정들을 나타내었다. <검정과 금빛의 야상곡: 떨어지는 불꽃>, <보라와 녹색의 변주>, <백색의 심포니>, <회색과 녹색의 하모니> 등 작품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색채와 음악을 동일 선상에 놓고 이해했다. 러시아의 화가인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 1866-1944)는 악기를 색깔로 비유해서 빨간색은 튜바, 노란색은 트럼펫, 파란색은 플루트, 현악기인 첼로를 파란색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음식은 먹어봐야 맛을 알 수 있듯이 음악은 자주 들어야 하고 그림은 자주 봐야 익숙해지고 이해심이 생긴다. 이런 경험을 통해서 모든 사람이 그림을 보면서 오케스트라의 멋진 하모니를 들을 수 있길 기대해 본다.


- 전동수(1957- ) 서울대 음악대학, 이탈리아 로시니국립음악원 졸업. 이탈리아 제31회 벨리니 국제성악콩쿠르 심사위원, 이탈리아 제8회 Vissi d’Arte 국제성악콩쿠르 심사위원, 이탈리아 제1회 피에트로 마스카니 국제성악콩쿠르 심사위원 역임. 현재 음악평론가, 대한적십자사 미래전략특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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