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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우연히 들어온 그림 한 점이 바꾼 나의 미술이야기

정병국

솔직히 고백컨대, 나의 청춘은 클래식을 듣고 예술 작품을 감상할 만큼 고요하고 평탄하지 못했다. 그림감상은 사치였고, 클래식보다는 거리의 시위 구호가 익숙했던 시절이었다. 그 시절 내가 접한 그림이라고 해봐야 동네이발소에 걸린 <이삭 줍는 여인들>, <모나리자>를 조잡하게 모사한 작품이 전부였다. 미술은 나에게 그렇게 멀리 있었다. 내가 그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우연한 기회에 갖게 된 황영성 화백의 그림 한 점 때문이다. 그림을 보는 안목이 별로 없었던 나는 속물스럽게도 집에 걸린 황화백의 작품을 보며 ‘이 그림은 얼마나 할까?’라는 생각부터 했다. 하지만 그림을 자꾸 보게 되니 마치 그림이 조금씩 나를 당기는 듯 미술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후 나는 김영삼 전대통령을 모시던 청와대 비서관 시절부터 본격적으로 미술에 대한 안목을 키우기 시작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국내외 미술관을 찾아 작품을 보면서 나는 점점 미술에 더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미술작품이라고 하면 왠지 부유층이나 엘리트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나는 그러한 편견을 깨고 싶었고, 모든 국민이 미술에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는 계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1995년 한국화랑협회와 함께한 ‘한 집 한 그림 걸기’운동이다. 대한민국의 가정집을 내가 다가볼 수 없으니 그 당시의 캠페인이 미술 대중화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내가 처음 황화백의 작품을 접했던 그 느낌처럼 다른 사람들도 예술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많이 가질수 있기를 바랐던 것이다.


2000년4월 나는 국회의원이 되었다. 문화, 예술전반에 대한 애정과 함께 대한민국을 문화강국으로 만들고 싶어서 문광위원이 되었다. 그 후 11년이 지난 지금도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으로 활약하고 있으니, 문화·예술 분야에 있어서는 교수, 전문가들과 대화를 해도 막히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내가 국회의원으로서 미술의 대중화, 우리 미술의 발전을 위해 한 일 가운데 뜻깊은 일은 미술품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과를 폐지시킨 일이다. 정부는 2004년부터 서화·골동품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려고 법 개정을 준비했다. 그러나 나는 정부의 이러한 조치는 미술시장을 위축 시킬 우려가 있고 문화예술품 시장을 보호하고 장려해야한다는 생각에2003년 7월 동료의원  27명의 서명을 받아서 화·골동품에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을 폐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법은 2003년 12월 국회본회의에서 통과됨으로써 정부의 미술품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과는 없던 일이 되었다. 그러나 지금 미술계는 2011년부터 미술품에 대한 양도소득세 부과 예정으로 어둠이 드리워져있다. 이는 양도소득세가 폐지된 후에 미술계가 유통시장의 변화에 적극 대응하지 못하고 기존의 관행을 개선하는데 미흡했던 것이 원인이다. 하지만, 세제의 형평성이 아무리 중요하다 하더라도 가뜩이나 침체된 미술계를 주저앉혀서는 안된다.



미술계 활성화를 위한 방안

우리나라 미술이 활성화 되기위해서는 국가와 미술계 양쪽 모두가 나서야한다. 우선 국가는 제도적 뒷받침과 인프라 구축에 힘써야 한다. 먼저, 예술품거래에 있어서 세금이 면제되는 특구(Art tex free zone)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미술품거래의 활성화를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면서 관광산업과 연계하여 일자리를 창출하는 모델을 만들어야한다. 그 모범적 사례가 바로 스위스 바젤아트페어이다. 바젤아트페어가 열리는 5일동안 미술품을 구매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200만의 사람들이 바젤로 몰린다. 이들은 미술품 구매목적뿐만 아니라 관광차원에서 바젤을 방문한다. 다음으로 인프라 구축에도 신경 써야 한다. 아트페어를 적극 지원하여 시장을 활성화하고 상설 미술품 전문매장도 개설해야 한다. 또한, 젊고 유망한 화가들이 작업 할 수 있는 창작공간을 제공하는 것도 필요하다.


다음으로 미술계는 변화하는 미술시장의 구조에 능동적으로 대처 할 필요가 있다. 예전처럼  구멍가게 식으로 화랑을 운영할 것이 아니라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요즘 외국에서 공부하고 세계시장의 변화를 직접 경험한 화랑가의 2세들이 글로벌네트워크와 선진 경영기법을 도입해서 미술계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나는 이들이 앞으로 대한민국의 미술계를 잘 이끌어 나갈 것이라 믿는다. 무엇보다 미술이 일부 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쉽게 주변에서 접할 수 있게 만드는 미술의 대중화를 위한 노력에도 힘써 줬으면 한다. 미술애호가들이 고가의 작품뿐만 아니라 저가의 작품을 구매 할 수 있는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정병국(1958-) 성균관대 대학원 정치학 박사. 16-18대 국회의원(3선, 경기도 가평·양평),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위원, 한나라당 서민행복 추진본부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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