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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기회와 인연

김용수

내가 미술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는 기회는 우연히 찾아왔다. 그리고 그 기회를 거부하지 않고 그길로 걸어갔다. 내가 서울지방변호사회 웹진 ‘시민과 변호사’지 기자를 하던 시절 ‘피플 인 아트(People In Art)’라는 코너에 미술작가가 글을 쓰다가 변호사 기자가 쓰는 것이 좋겠다고 하였다. 다른 변호사 기자들도 있었는데 어떤 분을 인터뷰하기로 한 날짜에 다들 바쁘다고 하여 내가 그 자리에 나가게 되어 인터뷰 기사를 쓰게 되면서 시작되었다. 1년 정도 미술계의 여러 분야(화가, 평론가, 수복전문가, 갤러리 대표, 교수, 사진가, 큐레이터, 미술잡지 편집인, 미술관 관장)에 계신 분들을 인터뷰하고 기사를 쓰게 되면서 미술 쪽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미술계에 대해 조금 더 배우고 다가갈 수 있었다. 만일 그때 인터뷰 자리에 나가지 않았다면 아직도 미술이라는 분야가 내게는 지금보다는 더 낯설게 느껴졌을 것이다.

당시 사진에 약간의 관심이 있었는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출사도 나가곤 했지만 주로 커가는 아이의 모습을 찍거나 동호회에서 풍경 사진이나 꽃 사진을 찍으러 가는 정도였다. 그러던 중 사진을 전공하시는 분을 인터뷰하게 되면서 사진에도 더욱 더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시간이 날 때마다 전시회에도 많이 다녔으며 전시 도록이나 엽서를 사 모으기도 하였다. 외국 여행을 갈 기회에 미술관 투어가 있으면 더욱 관심을 두고 보았다.




폴 르꽁트(1842-1920), 바다로 가는 길 위의 두 소년


사람에 따라서는 어떤 특정 작가나 특정 작품을 보고 감명을 받거나 삶의 전환점을 맞기도 한다고 한다. 우연한 기회에 인터뷰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미술 분야 종사자분들도 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기여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학교폭력 피해학생 및 가해학생과 그 보호자들에게 미술을 통하여 회복할 수 있는 길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여, 미술계에 계신 분에게 부탁한 결과 몇 군데 미술관과 학교폭력 전문기관이 업무협약을 맺을 수 있었다. 우선 학교폭력 피해 학생 및 보호자와 관련 기관 선생님들이 전시를 볼 기회가 생겼고, 미술관에 계신 선생님들이 피해 학생 및 보호자에게 보내는 따뜻한 관심과 배려가 이들에게 다시 삶의 희망을 이어가고 피해를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을 정도로 피해 학생과 보호자에게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학교폭력의 고통을 이겨내는 데 힘이 되고 있는 경우를 여러 건 목격하게 되었다.

조그만 기회, 상대방은 크게 염두에 두지 않고 늘 하는 일 중 하나, 또는 하루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 일, 어쩌면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모르는 일, 다른 일과 별로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는 일, 우연히 한 번 만나고 헤어짐으로써 그치는 인연일 수 있는 일들도 있다. 대부분의 경우는 그런 일들일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는 미술계 분들과의 인터뷰 기회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뿌듯하기도 하다.

어떻게 보면 내가 꼭 해야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내가 아니라도 누군가 다른 사람이 할 것으로 생각하고 우연히 다가온 기회를 흘려보내는 경우도 있지만, 나의 경우 미술에 종사하는 분을 인터뷰하고 기사를 쓸 기회가 결국 미술계에서 일하는 분들과의 인연으로 이어지고, 미술계 분들의 도움으로 학교폭력 피해 학생과 보호자들의 삶의 희망으로 이어지는 또 다른 인연으로 이어지게 되었으니, 우연한 기회라고 가볍게 보고 넘겨 버릴 일은 아닌 것 같다.


- 김용수(1967- ) 김앤이 합동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회 ‘시민과 변호사’ 기자 역임, 대한변호사협회 신문 편집위원 역임, 재단법인 푸른나무 청예단 이사 역임. 『알기쉬운 학교폭력·성폭력 관련법령의 이해』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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