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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현대 미술의 심장, 뉴욕에 가다

박양우


뉴욕 한국문화원에서 회고전(2019.9.18-10.31)이 열리고 있는 故정찬승(1942-1994) 작가 ⓒ 촬영 임영균

나와 미술과의 인연은 중학교 2학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술 시간에 정물화를 모사한 것을 과제로 제출했는데 그 그림을 미술 선생님께서 눈여겨보신 것이다. 친구들이 정물화에 놓인 사물들을 모사하고 그 밝은 색조를 그대로 흉내 내는 데 급급했던 것과 달리, 나는 좀 어두운 느낌으로 그것을 표현했다. 미술 선생님께서는 어두운 색조로 표현한 그 그림에서 내면의 울림을 느끼신 듯했고 그것을 ‘살아 있다’고 평가하시면서 미대에 가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하셨다. 선생님의 뜻밖의 제안에 가슴이 설레기도 했지만 나의 고민은 오래가지 못했다. 대학에서 법학이나 행정학을 전공하여 공직에 나가는 것을 바라셨던 부모님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그림은 대단치 않은 것이었을지 모르지만 그림을 보는 안목을 어렴풋이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사물을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개성적인 느낌을 투영하는 것, 남다른 표현 기법을 통해 사물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하는 것이 바로 예술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심미적 인식은 아름다움과 뗄 수 없는 것이기는 하지만, 아름다움을 조화와 균형으로 일률적으로 재단할 수는 없다. 어떤 부조화와 불균형의 요소가 깃들일 때 더 깊은 아름다움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 예술의 신비요 묘미일 것이다. 심미적 인식의 불확실성 또는 미결정성이 예술을 더 풍부하게 한다. 인간의 삶과 세계의 형태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통해 우리는 자신도 알지 못했던 진실을 맞닥뜨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예술은 ‘조형(造形)’을 통해 인간의 정서를 표현함으로써 삶을 풍요롭게 한다. 

2000년대 초반 뉴욕의 문화원장으로 재직할 당시 가장 좋았던 것은, 여가 때마다 뉴욕에 있는 미술관과 갤러리들을 돌아볼 수 있었던 것이다. 뉴욕은 전후에 세계 정치와 경제의 중심 도시가 되면서 그 영향력을 바탕으로 현대 미술의 메카로 자리 잡았다. 인상파, 입체파 등 19-20세기 초반 유럽 미술의 명작뿐만 아니라 구성주의나 추상주의로 대표되는 모던 아트, 그리고 앵포르멜, 팝아트 등 포스트모던 아트에 속하는 뛰어난 작품들을 한곳에서 볼 수 있었다. 새로운 사조의 다채롭고 전위적인 작품들은 젊고 신선한 기운으로 가득했다. 뉴욕은 현대 미술에 끊임없이 새로운 피를 공급하는 ‘심장’이었다. 대학원에서 예술경영을 전공했던 나에게 여러 미술관을 돌아보는 시간은 미술관의 설계와 작품 배치, 작품 유통망의 확대 방안 등 미술 시장을 활성화하는 방향을 생각해보는 소중한 기회였다. 또한 미술사를 꿰뚫는 안목을 기르고 현대 미술 거장들의 도록을 수집할 수 있었던 것도 뉴욕이 내게 준 귀중한 선물이다. 




한국작가의 해외진출 지원
미술과 관련된 나의 주된 관심사는 우리 작가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우리 미술계와 국제 미술계의 유통망을 연계하는 것이다. 우리 작가들의 해외 진출은 해외 레지던스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발 빠르게 포착하여 작가들에게 소개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함으로써 가능할 것이다. 아울러 해외 미술 기관과의 협업 전시, 국내 화랑의 해외 아트페어 참가, 한국 미술 서적의 해외 출판 등 한국 미술의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한 지원이 지속되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국내에서 작가들이 마음껏 창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문체부는 예술인들의 창작 안전망을 구축하고 기초 예술 창작 지원을 확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한 국제 미술계의 흐름을 한눈에 살펴보는 국제아트페어를 적극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우리 미술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세계 시장으로 도약하는 기회를 마련하는 데 힘쓰고 있다. 현장과 끊임없이 소통함으로써 창작, 유통, 향유가 선순환하는 미술 생태계를 만들 때 한국 미술 시장은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박양우(1958- ) 중앙대 학사, 서울대 행정학 석사, 영국 시티대학 예술대학경영학 석사. 한양대 관광학 박사. 문화관광부 차관, 중앙대 예술대학원 예술경영학과 교수, 중앙대학교 부총장, 광주비엔날레 대표이사 역임. 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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