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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빌바오와 구겐하임미술관

오세훈

지난 6월, UN의 공식 초청으로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방문할 일이 있었다. 서울시의 ‘여성행복도시 프로젝트’와 ‘희망플러스 통장’ 정책이 각각 UN공공행정상의 대상과 우수상을 수상한 덕분이다. 멀리 간 김에 평소 꼭 방문해보고 싶었던 빌바오를 찾아가보기로 했다. 빌바오는 ‘문화’와 ‘예술’을 통해 침체돼있던 경제를 살린 대표적인 도시다. 빌바오의 부시장, 이본 아르소(Ibon Areso)씨는 바쁜 일정을 모두 접고 우리 일행과 동행하며 빌바오에 관한 상세한 소개를 들려주었다. 그에게는 죽어가던 도시를 문화와 예술의 힘을 통해 유럽 최고의 도시로 재탄생시켰다는 자부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빌바오를 포함한 스페인 북부의 바스크 지역은 1970년대까지 철강과 조선, 방직산업의 중심지로 성장하면서 스페인 최대의 부유한 지역으로 손꼽혔다. 하지만 제조업 중심의 경제가 급격히 쇠퇴하고 특히 그들의 주력산업이던 조선업을 한국이 휩쓸게 되면서('이본 아르소’의 표현임) 실업률이 30%에 이르고 도시는 슬럼화 되는 등 심각한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이러한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시와 시의회, 각계 각층의 전문가들이 모여 ‘빌바오 도시재생계획’을 수립했다. 먼저 항만시설과 철도를 재정비하고 공항을 건설하는 등 외부 접근성과 내부 이동성을 증진시켰고 오염된 네르비온 강변의 수질을 개선하면서 경관을 획기적으로 변화시켜나갔다. 이렇게 도시 전체를 ‘디자인’ 해가면서 여기에 ‘문화’의 옷을 입혀 도시 브랜드를 새롭게 만들어갔다. 미술관, 아리아가 극장, 에우스칼두나 컨퍼런스 센터 등 다양한 문화 시설 확충이 대표적이다. 그러한 일련의 과정 속에서 탄생된 것이 바로 세계인이 사랑해마지 않는 ‘구겐하임미술관’이다.


당시 이러한 문화, 예술 정책들은 극심한 반대에 부딪혔다. 실업상태에 있던 시민들은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문화와 예술에 대한 투자에 굉장히 냉소적이었고 언론을 비롯한 오피니언 리더들조차 ‘경제에 대한 투자 여력도 없는데 웬 문화냐’는 투의 매서운 공격을 해서 시와 시의회를 곤경에 빠뜨렸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빌바오 도시 전체는 문화와 예술의 힘을 제대로 깨닫게 됐다. 구겐하임미술관은 도시 재생의 중요한 성장동력이 돼서 수많은 관광객을 빌바오로 몰려들게 했고, 30%에 육박하던 실업률을 8%까지 줄이는등 지역 경제를 활성화시키는데 공헌했다. 이를 통해 빌바오는 죽어가던 공업도시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고 문화 예술이 흐르는 꼭 가보고 싶은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새롭게 자리매김 할 수 있었다.


이본 아르소의 설명을 듣는 내내 나는 문화적 충격과 더불어 부러운 마음이 가득하게 됐다. 그리고 ‘서울을 문화와 예술의 도시, 누구나 꼭 찾아가고 싶고 머물고 싶고 살고 싶은 도시’로 성장시켜 보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게 됐다. 세상에 거저 주어지는 성공이란 없다. 도시를 향한 비전과 흔들림 없는 노력만이 변화를 일구고 성공을 가능하게 한다. 이젠 서울시가 문화와 예술을 통해 그 기적을 만들어갈 차례다.



오세훈(1961- ) 고려대 법학 박사. 현 서울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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