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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파리의 한국화가들

모철민

금년 대한민국예술원에서 수여하는 미술부문 대한민국예술원상 수상자로 파리에 거주하고 계시는 원로화가 한묵 선생님이 선정되었다. 한묵 선생님은 올해 97세이시니까 국내외를 통틀어 가장 연세가 많으신 한국작가 중의 한 분일 것이다. 지난 5월초에 한국과 프랑스 문화부간의 정책포럼 참석차 파리를 방문했을 때 뵈었는데 아직도 쩌렁쩌렁하신 목소리로 반갑게 맞아 주신다. 사십대 중반 넘어 홍익대 교수직을 박차고 방불하신지 벌써 오십년이 다 되어 간다. 파리에서 활동하는 한국작가들의 큰 기둥이시다. 필자가 프랑스 한국문화원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선생님께서 그 당시 계시던 개인 아뜰리에에서 나오실 형편이 되었다. 사정이 사정인지라 당시 알고 지내던 프랑스 문화부장관 정책보좌관인 Jean D’HAUSSONVILLE씨에게 부탁하였고 또 많은 분들이 도와준 덕에 파리시내 13구 전망 좋은 곳에 문화부가 관리 운영하는 스튜디오를 배정받게 되었다. 그때 선생님과 사모님이 기뻐하시던 모습이 생생하다.



필자가 파리에서 근무하면서 경험한 프랑스의 강점은 바로 이러한 타인에 대한 배려와 개방성이다. 외지에서 온 나이 많은 이방인 작가에 대한 배려, 그리고 외국작가들이 차별받지 않고 예술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판을 벌여주는 개방성이 그것이다. 매년 3,4개 국가를 선정해서 한 나라의 문화를 장르별로 일년 내내 국민들에게 보여주는 “문화교류의 해(Saison Culturelle)”도 한 예이다. 그러고 보니 프랑스하면 미술을 떠 올리는데 사실 프랑스 미술관에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유명화가 작품 중에서 정작 프랑스인 작가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이런 점에서 필자는 우리가 광주시에 기획하고 있는 아시아문화전당 사업이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는다. 아시아의 문화예술인들이 몰려들어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판을 만들어서 세계적인 작가를 배출하고 아울러 우리 작가들의 역량도 배가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프랑스 문화부도 현재 세계시장에서 주목받는 프랑스작가들이 많지 않음을 직시해서 2006년부터 “예술의 힘(la Force de l’Art)”이란 대규모 미술전시회를 3년마다 개최하고 있다. 프랑스내 지역별 미술은행을 비롯한 공공부문의 미술에 대한 지원이 역설적으로 프랑스작가들의 해외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약화시킨 측면이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


최근에 국내에서는 문화예술인들의 사회안전망 보장 차원에서 예술 활동할 때 겪을 수 있는 산업재해나 실직상태에 놓였을 때를 대비한 보험 등 문화예술인의 복지제도에 대해 국가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논의가 한창이다. 이러한 논의의 모델이 프랑스의 “앵떼르미땅(Intermittent)”제도이다. 프랑스 내 문화예술인이 마음놓고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다.


파리가 이제는 세계화단에서 옛 명성을 많이 잃어 버렸다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꿋꿋이 열정 하나만으로 작품활동에 매진하는 한국작가분들이 많다. 고(故) 이성자 선생님, 이우환 선생님, 김창렬 선생님, 방혜자 선생님, 그리고 권순철 선생님을 비롯한 소나무회 작가분들과 독창적인 젊은 작가들이 있다. 예술에 대한 치열한 탐구, 끈끈한 정과 연대의식, 그리고 그분들의 여유로움을 좋아한다. 특별히 필자가 파리의 한국문화원의 유망작가 전시 시리즈를 통해 발굴한 “파리문화원Kids”, 곧, 민정연·성지연·장라라·장정은 등 훌륭한 젊은 작가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모철민(1958- ) 미국 오리곤대 관광학 박사. 프랑스 문화예술훈장(2007) 수상. 국립중앙도서관 관장, 프랑스한국문화원 원장,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산업본부장 역임. 현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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