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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서양 회화와 일본 우키요에

호사카 유지

일본문화에 대해 생각할 때면 일본그림 우키요에(浮世繪)가 19세기 유럽의 작풍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이 떠오르곤 한다. 이를테면 우키요에가 고흐, 피카소, 고갱, 모네 등의 작품에 미친 영향이다. 2009년 11월부터 3개월간 바르셀로나의 한 미술관에서 ‘피카소의 숨겨진 그림과 우키요에’라는 전시회가 열렸다. 그 전시회에서 피카소의 미공개 작품들이 다수 공개되어 상당한 화제를 모았다. 이미 알려졌듯이 전시기간 중 방문객들을 놀라게 했던 건 피카소의 그림들 중에 일본 우키요에의 영향이라고 인정할만한 작품들이 다수 포함되었다는 점이었다. 더욱이 우키요에를 수용한 유럽의 거장이 피카소 한 사람만이 아니었다.


나는 어렸을 때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다. 그것은 일본의 만화나 애니메이션의 영향이 가장 컸다. 내가 초등학교에 다니던 1960년대에는 일본에서 극화(劇畵)라고 불린 만화가 유행한 시대였고 이는 한 시대를 풍미했다. 한국에서도 당시의 극화 중 『내일의 죠』가 잘 알려진 작품이다. 『내일의 죠』를 비롯하여 극화는 만화와는 달리 매우 정교하게 그린 그림이었으며, 당시 굉장히 인기를 끌었다. 나는 리얼하게 그려진 극화에 매료되었고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들을 흉내내어 그리기를 좋아했다. 현재 만화애니메이션 학과가 개설된 대학이 한국에서도 많아졌는데 우리 대학교의 만화애니메이션 학과 건물에 들어갈 때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오른다.


우키요에는 일본 만화의 원류 중 하나로 꼽힌다. 우키요에가 매우 리얼하게 그려졌다는 점에서 지금의 극화에 가깝다. 우키요에는 일본의 에도시대(1603-1867)에 탄생하여 근대까지 맥을 이었다. 우키요에 작가 중 가쓰시카 호쿠사이(葛飾 北齋)라는 유명작가가 있는데 그가 그린 『가쓰시카 만화』라는 그림기법 교육용 그림집이 1830년대 일본의 수출품을 싸는 포장지로 사용되어 우연히 유럽으로 건너갔다. 그 결과 ‘가쓰시카 만화’는 주목을 받게 되었고, 유럽 화가들이 일본 우키요에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때부터 유럽에 일본 우키요에는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다. 유럽에서 일본학에 관심이 높은 이유 중 하나도 우키요에의 영향이라고 여겨진다.



나는 우키요에 화가 중 우타가와 히로시게(歌川 廣重)의 작품을 좋아한다. 그의 작품 중에서도 특히 <에도(江戶)대교의 소나기>라는 작품을 무척 좋아한다. 그런데 고흐가 이 그림을 그대로 모사한 작품을 남겼다는 것을 알고서 깜짝 놀랐다. 피카소도 일본 춘화의 영향을 받아 여러 작품을 그렸다. 유럽 인상파들의 작품을 보면 일본 우키요에가 유럽에서 본격적으로 받아들여졌음을 증명해준다. 또한, 일본 우키요에는 유럽만이 아니고 미국에서도 높이 평가받았다. 우키요에의 뚜렷한 선과 밝은 색채, 대상의 그림자를 그리지 않는 기법 등이 19세기부터 유럽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평가를 받았던 것이다. 서양의 미술사를 바꿀만큼 큰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새삼스럽게 문화에는 국경이 없다는 느낌과 더불어 서양에 뒤진 동양이라는 강박개념을 단번에 날려버릴 정도였다.


최근에 부는 한류바람도 마찬가지다. 팝스타라고 하면 서양의 대명사였던 시대가 이제는 변하고 있다. 동양의 신비한 나라 한국에서 수출하는 케이팝(K-pop)이 유럽이나 미국, 일본 등 전세계에서 선풍을 일으키고 있다. 이제 대중문화까지 동양이 강한 영향을 주는 시대가 온 것이다. 유럽에서 불던 일본 대중문화의 인기는 하락했고 지금은 한류가 인기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으며 한류는 유럽사람들의 마음을 강하게 사로잡았다. 서양화에 대한 우키요에의 영향을 보면서 한류의 성공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다.



호사카 유지(1956- ) 일본 도쿄출생, 한국인 귀화(2003년). 동경대 공학부 졸업, 고려대 정치학 박사. 세종대 부교수, 세종대 독도종합연구소 소장. 대한민국 국회 독도특위 독도공로상(2011), 동북아역사재단 독도수호상 수상(2009) 등. 저서로 『독도 교과서』, 『대한민국 독도-일본 논리의 종언』, 『우리역사 독도』 외 다수, 번역서로 『독도·다케시마 한국의 논리』, 『독도=다케시마 논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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