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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그림 그리고 나눔의 씨앗

이광기

2000년, 우연한 기회에 그림을 구매하고 그 인연으로 휴일 가족들과 함께 인사동 갤러리에서 그림을 감상하고 맛있는 먹거리를 찾아다니며 즐기는 것이 너무나 행복하고 즐거웠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인사동 그림투어는 우리 네 가족의 행복 중 일부분이 되었다. 바쁜 일정에 지쳐있는 나에게 가족은, 마음 속에 작은 정원이었다. 그 곳에는 노랑 프리지어꽃도, 빨간 장미꽃도, 바늘꽃도 피었다. 한마디로 편안한 휴식처였다. 그래서인지 밖에서는 더욱 열심히 일했다. 예쁜 꽃들도 나만 바라보았다. 그렇게 하루하루가 기쁨이자 행복이었다. 하지만 행복했던 나의 아름다운 정원이 한순간에 사라져 버렸다. 하나의 예쁜 꽃이 사라지니까 주변 꽃들도 힘없이 쓰러졌고 너무나 감당하기 힘든 고난의 시간이었다. 내 마음속의 작은 정원은 황폐, 그 자체였다. 삶의 의욕도 사라졌고 하늘이 날 외면한 줄 알았던 그때, 누군가의 손이 날 잡아주었다. 그것은 날 외면한 줄 알았던 하늘이었다. 예전에 보지 못했던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눈과 마음을 주셨고 이제는 내 가족이 아닌 세상의 가족을 품을 수 있게 하셨고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워주셨다.



2010년 1월 12일 대지진으로 황폐해진 아이티를 다녀와서 아이티 아이들을 위해 그해 5월에 제1회 아이티 자선 미술경매를 개최하게 되었다. 많은 작가분이 마음으로 참여해주시고 컬렉터분들이 따뜻한 마음으로 함께 해주셔서 출품된 작품들이 솔드아웃되는 기쁨이 있었고 1억 900만원의 수익금이 모였으며, 작년 5월에도 제2회 아이티 자선 미술경매를 통해 전 출품작이 솔드아웃되며 1억 5,000여 만원의 수익금이 모였다. 두 차례 자선경매의 열매로 올 3월에는 아이티 현지에 지진으로 무너진 학교를 다시 세울 수 있게 되었다. 그림을 통해 기적같은 일들이 생긴 것이다. 예전에는 나만 즐기던 것을 이제는 모든 사람과 함께 나누며 즐길 수 있다는 것이 행복으로 느껴졌고 이는 나눔으로 인해 선하고 예쁜 꽃으로 피어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난과 고통은 변장된 축복이라는 말처럼 다 잃어버린 줄만 알았던 나만의 정원이 이제는 더 풍성하고 아름다운 정원으로 가꿔지고 있다. 하늘에 있는 내 아이는 세상의 눈으로는 볼 수 없지만 행복의 씨앗으로 함께 자라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 씨앗으로 인해 더 많은 꽃들이 피어나고 정원은 계속 아름다워지고 있다. 미술작품도 작가가 만들어내는 마음의 정원이라고 생각한다. 작품이 계획되고 만들어져 세상에 나오기까지, ‘생각’의 씨앗을 뿌리고 ‘노력’의 거름을 주며 ‘정성’의 물을 뿌리는 과정을 통해 생명력 있는 작품들이 탄생하는 것 같다. 그런 귀한 그림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참 고마운 일이다. 전시회가 열리고 작품과 관객과의 소통을 통해 정원에 뿌려진 씨앗이 비로소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놀라운 일이 일어나지 않나 생각이 든다.


올해도 변함없이 제3회 아이티 자선 미술경매를 했다. 장소는 서울옥션 강남점이고 기간은 6월 28일에서 7월 7일까지였다. 많은 분들이 미술이라는 아름다운 정원에서 작은 씨앗을 나누며 함께 쉬어 가길 기대했다. 마지막으로 혹시 힘들어 하는 분들에게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다. “현재의 운명을 사랑하세요. 그럼 지금의 운명을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주실겁니다. 그 지혜는 나눔이 지닌 아름다운 능력을 포함하는 것 같아요.”


항상 함께 협력해주시는 월드비젼, 서울옥션, 갤러리대표님들 그리고 함께 해주시는 작가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아이티 아이들에게도 감사하고 그리고 나눔의 통로가 되어준 우리 Kevin에게 고맙고 사랑해. 끝으로 이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하나님께 모든 영광을 드린다. 



이광기(1969- ) 영화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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