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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커튼콜, 서울 판화도시 탐험전 1994

전진삼

벌써 2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다. 1994년 6월 2주간(6.15-30), 서울의 강북과 강남을 연결하는 판화도시 탐험전의 매핑작업을 통해 지도제작을 하고, 21개 화랑과 2곳의 동사무소(현재의 주민자치센터)가 가세한 ‘서울 판화도시 탐험전’이 열렸다. 서울 정도 600년을 기억하고 기념하는 작은 네트워크 행사의 성격을 지녔다. 한국판화미술진흥회가 발족하고 벌인 첫 번째 대외행사였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필자와 임영길, 김상구 선생이 공동 기획자로 나섰다. 당시 무사히 행사를 마치고 참여 화랑, 작가, 기획자 등이 모여서 성과를 평가하는 자료를 돌려 읽은 바 있다. 내용 중 일부를 가감하여 옮겨 적으면 다음과 같다. 250명이 넘는 많은 작가가 참여하였으며, 참여한 작가 중 25세부터 35세 사이의 연대가 가장 많았고, 남녀 비율은 1:2로서 여성의 참여도가 높았다. 여성 참여의 비율이 높은 이유는 여성들만으로 이루어진 그룹의 참여가 많았기 때문이다.



2곳의 동사무소 홀에서 바자회의 형식으로 열린 행사는 참여 작가들이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작품을 내주었는데 판화를 이용한 여러 가지의 생활용품이 큰 인기를 끌었다. 일반 화랑 및 공방의 전시장과 달리 악조건의 전시장을 지혜롭게 수용한 작가들의 아이디어와 시민에게 다가서기 위해 몸을 낮춘 작업 태도는 열렬한 호응을 얻었다. 1994년 6월은 이후 수년 내에 몰아닥친 외환위기의 전조가 있었던 까닭에 경기는 침체일로에 있었을 때라 착한 가격의 판화로 돌파구를 찾아보자는 염원이 응집된 행사였다. 참여 화랑으로선 수입을 기대하기보다는 오로지 판화미술의 진흥을 위해 거리로 뛰쳐나왔던 것이다. 언론사에서도 적극 홍보해주었는데 판화도시 탐험전 기간 중 라디오 2개 방송, 공중파 TV 3개 방송사가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보도해주었다. 그 덕에 강북과 강남, 23개 장소에서 벌어진 릴레이전시에는 전일, 또는 이틀 여 행장을 꾸리고 전시장을 찾아준 가족단위 시민이 무척 많았다. 각 전시장에서는 방문객에게 스티커 도장을 찍어주는 프로그램도 병행하고 15개 이상의 스티커 도장을 모은 시민에겐 주최측이 마련한 기증품 판화를 선물하였다.


스마트폰이 없던 시절, 참여 화랑들의 위치정보를 확인하는 방식이라야 고작 행사용 리플렛에 인쇄된 약식지도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열악한 조건이었음에도 ‘판화’라는 주제를 공유하며 땀을 뻘뻘 흘리면서조차 역사도시 서울을 탐험한다는 산책자들의 의지가 이를 상쇄시켜주었다. 비록 남아있는 자료라야 참여 화랑들의 팸플릿 모음집에 불과하지만, 그 안에 담긴 시대의지가 소중하고 그때에 어울렸던 선후배 미술인들과의 인연의 중함이 늘 새롭게 다가온다. 


세종갤러리 ‘박동윤, 박지숙, 홍재연 3인전’, NA갤러리 ‘서울의 거리전’, 김내현화랑 ‘시와 판화의 만남전’, 갤러리마쯔카와 ‘대형목판화전’, 백송화랑 ‘김명식전’, 갤러리메이 ‘판화모음집전’, 갤러리포커스 ‘작고 및 원로 작가 명품 판화전’, 영동예맥화랑 ‘아카데미 목판화전’, 갤러리서호 ‘재미있는 판화전’, 갤러리고도 ‘한강전’, P&P공방 ‘판화공방 견학실습 및 소형판화전’, 윤갤러리 ‘「0」-에디션’, 갤러리홍의 ‘소품판화&판화카드전’, 미도파갤러리 ‘장서표와 작은 판화전’, 갤러리21 ‘제주 판화의 오늘/C.P. 프린트 쇼-판화공정의 이해’, 예맥화랑 ‘예우전’, 나무화랑 ‘-1 김재웅눈목판화/-2 손기환 목판화’, 갤러리타임 ‘고지도가 있는 판화전’, 서울판화공방 ‘자연이 있는 판화전’ 등이다. 


이후 서울판화미술제가 탄생하면서 일회성 행사로 그치고 말았지만 어려웠던 시절 판화미술의 붐을 주도했던 판화작가들과 화랑을 떠올릴 수 있는 것은 즐거운 추억이 아닐 수 없다.



전진삼(1960- ) 중앙대 건축(공)학 학사. 월간 공간 space 편집장 역임. 현 간향미디어랩 대표, 와이드AR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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