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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오로스코의 <부자는 싸우지 않는다>

김성환

대체로 화가이면서 만화가였던 작가라고 하면 외국인으로는 도미에(Honoré Daumier), 로트렉(Henri de Toulouse Lautrec)이나 그로스(George Grosz)로 알려져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노신섭과 이청전으로 알려져 있는데, 멕시코 화가 오로스코(José Clemente Orozco)를 빼놓으면 아니될 것 같다. 


1883년 태생으로 1949년에 작고한 호세 클레멘트 오로스코(José Clemente Orozco)는 1913년에 역사기록화 <산 판 데 우루아>를 제작해서 알려졌고 1922년엔 멕시코 국립대학 예비학교에 프레스코 벽화를 제작함으로써 세계적인 화가로서 입지가 굳어졌다. 그런데 1923년엔 이것을 그린 대회랑 반대편엔 <부자는 싸우지 않는다>란 제호로 오로스코는 벽화를 그렸다. 그의 본령인 ‘정확한 소묘력’이 잘 나타난 작품으로 극히 냉소적이요 토속적인 풍자화이다. 1924년, 혁명 후 멕시코에는 해바라기 족속과 이기주의의 공기가 점차로 팽배해져서 혁명에 대한 환멸을 느끼기 시작할 시기였기에, 이 그림엔 그 분위기가 어느 정도 반영될 것일 수도 있었다. 



눈에 보이는게 없는 부자 여성이 턱을 세우고 거만을 떨고 걸어가는 뒤에 역시 이에 뒤질세라 오만한 모습의 시종이 따라가는 장면을 그린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프레스코 벽화 전체를 가르켜 일부 평론가는 혹평을 퍼부었다. 즉, “이 그림은 가난한 이들이 보면 미적 정서는 커녕 무정부주의적인 분노를 일으킬 것이고, 부자들이 보면 몸이 쫄아드는 공포를 느낄 증오로 똘똘 뭉친 그림밖에 아니 된다”란 내용이었다. 


이것이 인쇄매체인 지면에 작은 크기로 발표되면 별문제가 될 수 없겠지만, 프레스코 벽화는 그 크기가 엄청나게 큰 것이기에 문제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또 인쇄물이면 폐기해 버리기가 쉽지만 프레스코 벽화는 그 제작과정이 처음에 개칠을 한 흰 벽이 마르기 전 즉 습기가 그대로 살아있을 때에 화구를 써서 그림을 그려서 벽이 마르는 동시에 색채가 벽에 정착되도록 그리는 작업과정이 된다. 이러한 방법은 단시간 내에 결정적인 완성을 해야 하는 고로 상당히 어렵다. 동시에 훼손만 안 하면 반영구적인 보존이 가능하기도 하다. 벽화가 거의 완성될 단계에서 이 벽화를 보고 격앙한 대학생들이 들고일어나 벽화의 일부분을 훼손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벽화는 한두 번 보고 마는 것이 아니라 몇 년이나 몇십 년을 보게 되는 고로 부정적인 여론이 격분으로 바뀌었던 것이다. 이래서 오로스코는 이 벽화의 완성을 앞두고 이 작업에서 해고되고 말았고 그는 예전의 본업인 신문 만화가의 길로 되돌아가야 했다.


그의 지론은 ‘예술은 모든 은혜 중 최대의 것으로, 은혜없는 예술은 있을 수 없고 하나의 기교상의 비결로 이루어질 수는 없다.’란 것이다. 매춘부나 장애인, 절망에 빠진 인간상을 러시안 문호 도스도프 예프스키와 같은 눈으로 세상을 보고 그린 것이다. 그의 또 다른 대표적 벽화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클레어몬트 포모나대학(Pomona College) 벽화, 뉴욕 뉴스쿨포소셜 리서치(New School For Social Research) 벽화 등이 있는데, 세계적으로도 저명한 화가가 되었다.



김성환(1932- ) 중앙대 신문방송대학원 수료. 1945년 18세의 나이로《연합신문》에 시사만화 <멍텅구리>를 연재하면서 신문만화가로 데뷔. 1955년《동아일보》에 <고바우 영감>연재 시작. 동아대상(1973), 소파상(1974), 서울언론인클럽 신문만화상(1988), 언론학회 언론상(1990), 한국만화문화상(1997), 보관문화훈장(2002) 등을 수상. 저서로는 『꺼꾸리군 장다리군』, 『소케트군』(전5권), 『김성환 전집 고바우 영감』(전10권), 『고바우 현대사』(전4권), 수필집 『고바우 방랑기』, 『고바우와 함께 산 반생』 등이 있으며, 현재 한국시사만화가회 명예회장, (사)한국만화가협회 고문으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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