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호크니는 ‘작가와 화가는 다른 것이다’라고 말했고, 버츄오소(virtuoso: 기교가 뛰어난 연주자)는 아티스트와는 별개이듯 나를 페인팅을 좋아하는 다매체 작가이자 ‘만드는 사람’이라고 소개하고 싶다. 회화를 할 때도 오브제를 만들 듯이 접근한다. 몇 년 전부터 시작한 캔버스 위에 아크릴물감을 아이싱처럼 짜며 이미지를 만들어나간 연작은 드로잉과 페인팅 그리고 조각이 합치된 작업이다. 당시에는 3D프린팅 기법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었고 영향을 받았다.

밤팩토리에서 선보인 전시 ‘어머니’(6.15-7.3)에서 새로 작업한 대형 회화 연작을 선보였다. 당당하게 말을 타고 있는 여인의 이미지, 그리고 주변의 꽃과 기타 장식적 모티브는 중세 태피스트리에서 가져왔다. 사실 태피스트리는 장식용으로서 뿐만 아니라 난방용으로 제작하던 것으로서, 귀족이나 부유한 계층에게만 허락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내 그림 속 말 위의 여인은 점점 난방비를 내기도 점점 빠듯해지는 노동자 계층에 속한 나의 어머니이다. 나는 런던 토박이이자 노동자 계층 태생으로써의 고민이 늘 깊다. 나와 특별한 유대를 가진 어머니를 통해 자전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