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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미술품 유통 투명화 및 활성화를 위한 세미나

이현경


장 미셸 르나드



우리 미술시장에서 오랫동안 블루칩으로 위상을 떨친 천경자, 이우환 작가의 작품들이 최근 위작 시비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지난 7월 7일(목)과 8일(금) 양일에 걸쳐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의 주관으로 ‘미술품 유통 투명화 및 활성화를 위한 세미나’가 진행되었다. 우리나라는 미술시장의 역사가 그리 길지 않아 서구에 비해 미술품의 진위 감정과 시가 감정의 구조가 상대적으로 덜 체계화되어 있다. 따라서 이처럼 위작에 대한 문제가 생길 때 미술품 거래자들은 더욱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에 이번 세미나에서는 감정전문가의 수가 약 1만 명 이상으로 파악되는 프랑스와 세계적인 과학 시스템을 갖춘 미국에서 위작 논쟁이나 잘못된 시가 평가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감정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고,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를 보호하기 위해 어떤 예방과 처우의 제도가 있는지 살펴보고자 하였다. 


장 미셸 르나드(프랑스전문감정가협회 부회장)씨는 ‘프랑스의 감정 시스템과 감정사 제도’에서 프랑스는 미술품에 관련된 모든 정보를 구매자가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미술품 거래 시 판매자가 반드시 ①감정서, ②보증서를 갖추는 것을 엄격하게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하였다. 또 이러한 서류는 정부의 강력한 권고 하에 판매자가 감정전문가를 동반하여 작성한다. 프랑스의 감정사는 여러 ‘감정전문가협회’로부터 공인을 받은 사람으로, 협회에서는 7-10년 정도의 경력을 갖추고 별도의 시험을 통과했으며, 진위에 대한 전문적인 보증서를 발급한 경력이 있는 전문가만을 회원으로 받아들여 공인한다. 그리고 이들의 능력이 부족하거나 부정직한 활동이 발각될 때는 협회의 징계위원회를 통해 반드시 처벌한다. 이처럼 프랑스에서는 거래 당사자와 구매자가 동등한 권리를 갖도록 구체적인 법제를 갖추고 있다. 일례로 작품 구입 후 5년 이내에 작품이 가짜로 의심되면 정부에서 법적 소송을 제공하며, 가짜 작품은 향후 20년간 전문가의 조언 하에 소송을 지속할 수 있다.


린다 셀빈(미국감정가협회 회장)씨는 ‘미국의 감정 교육 시스템’에서 미국은 80년대 초, 위태로운 부동산 대출로 인해 은행이 붕괴되고, 수많은 대출 기관이 위기와 손실을 겪으면서 인증된 기준과 무엇보다 독립적이고 편견 없는 감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고 하였다. 이에 부동산뿐만 아니라 미술품을 비롯한 모든 종류의 재산에 대한 감정 기준과 감정사 자격 조건을 정립하기 위해 노력해 왔으며, 그로 인해 현재는 미 의회에서 만든 감정평가재단(TAF)이 50개 주에 걸쳐 활약하고 있다고 하였다. TAF는 감정 평가의 최소한의 기준인 ‘전문적인 감정 실무에 관한 통일 기준(USPAP)’을 마련하고, USPAP에 근거한 감정사의 정부 자격증 취득과 관리, 감정 결과보고서 표준 규범의 구축, 감정 실무 기술을 육성하고 있다. 또한, 미국 내에는 3개의 ‘개인재산감정평가사협회’가 활동하고 있으며, TAF의 방침에 따라 이들이 실질적인 감정사 교육과 미술품에 관련된 세무, 보험, 은행 또는 다른 정보의 목적을 위한 감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감정가협회에서는 감정에 있어 미술품의 가격과 무관하게 업무에 따라서만 수수료를 받으며, 평가에 있어서 다른 이해관계가 개입하지 않도록 철저히 배제하고 있다. 

        

알렉시스 푸놀(변호사, 프랑스 예술법 전문가)씨는 ‘프랑스의 미술품 유통 시스템과 법제 사례’를 통해 프랑스에서는 1981년 미술품 딜러였던 마르쿠스가 미술시장의 전문성과 윤리성을 강화하기 위해 프랑스 의회에 통일된 보증서 및 전문가 책임 제도 수립을 요청하여 시행된 법령(Le décret Marcus)으로 인해 미술품 거래에 대한 강력하고 폭넓은 규제가 마련되었다고 하였다. 이에 작품 거래 이력, 영수증, 보증서, 세법과 저작권에 따른 규정, 위조품, 재판매권에 대한 세부적인 규정이 정립되었다. 발표자는 무엇보다 미술시장을 투명하게 하기 위한 첫 단추는 작가 스스로 작품을 처음 판매할 때 보증서를 써주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이대희(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씨는 ‘건전한 미술품 유통을 위한 법제화 방안’에서 최소한의 위작 피해에서 벗어나고 궁극적으로 미술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정부 개입을 통한 법적 규제가 있을 때 시장이 발전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따른 유통, 감정, 처벌에 대한 안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발표에 관해 토론에서는 판매자가 정보의 강자, 구매자가 정보의 약자가 되는 정보비대칭이 큰 미술시장에서는 정부가 상대적으로 약자인 소비자를 보호해 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과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감정제도가 정립되기 위해 현재 노령화되고 있는 감정 인력을 대체할 수 있는 전문적인 감정 인력의 확보가 시급하다는 견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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