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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공공미술에서 창조성과 향유의 탈중심화 문제

심현섭


2017년 9월 21일과 22일, 이틀 동안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제2회 <서울은미술관> 국제콘퍼런스가 열렸다. 첫날 메리 제인 제이콥(시카고 예술대)은 예술가와 시민 사이에 형성되는 연합, 박경(UCSD 시각예술전공)은 문화로 확장하는 미술, 소피 골츠(싱가포르 난양 이공대)는 동시대의 문제 해결에 개입하는 사회·정치 참여 미술을 강조했다. 다음날은 공공미술 사례와 제도개선의 문제가 논의의 중심이었다. 저스틴 제스티(워싱턴대)는 일본 농촌 마을의 부흥과 미술, 황하이밍(국립타이베이교육대)은 도시민의 상호소통과 도농연대의 장으로 기능하는 미술, 박은선(리슨투더시티 디렉터)은 지속 가능한 도시를 위해 생태, 평등, 다양성 등의 가치로 전환하는 미술, 심소미(독립큐레이터)는 미술의 사회성과 자율성의 경계에서 의외의 결과를 생성하는 미술을 소개했다. 각국의 공공미술 사례는 도시와 농촌 등 인간이 사는 공간과 그 안에서 삶의 변혁을 일구는 문화 운동으로 미술의 영역이 확장하였음을 보여주었다. 안규철(서울시 공공미술 자문단장)은 공공미술의 과잉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서울시의 현황을 비판하면서 특히, 기념비적 작품 제작을 멈추고 비물질적이고 한시적인 공공미술의 가능성을 타진하였다.

 이상의 논의는 오늘날 공공미술이 레이시(Suzanne LACY)가 정의한 대로 우리의 삶과 직접적으로 관계된 이슈들에 관해 폭넓고 다양한 공중들과 소통하고 상호작용하기 위해 모든 재료를 사용하는 참여에 기반을 둔 시각예술로 정착하였음을 증명한다. <서울은미술관> 국제콘퍼런스의 담론은 미술이 동시대의 불평등, 억압, 성차별 등 사회적 이슈에 대한 관심과 변화를 촉구하는 매개체로 더 나은 세상을 위한 기능적이고 도구적인 목적이 있음을 분명히 하였다. 권미원의 분류에 따르면 현시대의 정치적 문제와 사회적 갈등 그리고 소수의 이익을 주제로 삼는 ‘공적 관심의 미술’을 천명한 것이다.
 이번 콘퍼런스에서 핵심적인 쟁점은 공공미술의 창조성의 주체의 문제이다. 일찍이 개블릭(Suzi GABLICK)은 공공미술의 대화적·상호적·참여적인 ‘창조성의 탈중심화’를 강조한 바 있다. 적어도 오늘날 공공미술의 창조성 주체는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개인으로부터 다양한 계층의 공동작업과 새로운 종류의 합의구조로 전환했다. 이와 관련하여 골츠는‘공공미술에서 전문가는 누구인가?’ 라고 묻고 협의체 구성에 일반인과 행동가의 참여, 남녀비율 등의 조율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주민들 스스로 선택하는 미술로 나아갈 것을 촉구했다. 그렇다면 현재, <서울은미술관> 공공미술 창조성의 주체는 누구인가? 자문 회의가 대표하는 전문가 집단인가. 재원을 제공하고 집행하는 행정 관료인가. 시민참여 프로그램에 참여한 시민인가. 아니면 이들이 모인 협의체인가.


제2회 서울은미술관 국제컨퍼런스,
출처:서울시 디자인정책과 공공미술사업팀

 한국/서울의 공공미술은 시민들에게 단순한 참여 수준을 넘어 창조성의 실제적인 권리, 즉 제안권과 결정권을 부여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 공공미술 자문 회의는 이른바 전문가 일색이다. 여기에서 과연 시민 대표 에너자이저팀이 향유하고자 하는 ‘앎의 즐거움을 주고 인식을 바꾸는, 삶 속에 녹아드는 공공미술’을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을까. 토론자들이 동의한 제도 보완과 수정의 과정에서 시민의 권리와 나아가 빈민 등 소외계층의 문화적 요구와 필요를 충분히 담보할 수 있을까. 안규철이 제안한 공공미술의 보존과 철거에 대한 판단의 정당성은 제대로 확보할 수 있는가.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의 향방은 결국 자문회의에 공공미술의 창조성과 향유의 주권이 얼마나 편재한지에 달려있다.

 2017 <서울은미술관> 국제심포지엄은 다양한 계층의 시민들에게 공공미술의 창조성과 향유의 실제적인 권리를 위임할 책임과 공정하고 평등한 협의체를 요구한다. 한국/서울의 공공미술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를 읽어내고 구체적인 방안을 실천하여 창조성과 향유의 권리가 특정계층에 집중되지 않는 탈중심화의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 심현섭(1963- ) 「상호소통과 공동체적 방법론에 의한 공공미술」(『 미학예술학연구』 49집, 2016),「 권미원의 장소특정적 이론에 나타난 공동체의 불가능성과 장소해제의 문제」(『 한국예술연구』 16호,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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