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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모두를 위한, 미래를 위한 소장품

안진국

동시대 미술관은 무엇을 수집해야 할 것인가? 이 질문은 ‘무엇이 수집되길 원하는가?’로 바꿀 수도 있다. 그리고 이 바꾼 질문에서 생략된 ‘주어’가 누구냐에 따라서 그 답은 달라진다. 지금까지는 그 자리에 ‘장르’라는 양식 논리와 ‘주류 미술’이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다양한 미술의 주체가 등장하면서, 그‘주어’에 그들이 포함되기 시작했다. 경계가 모호한, 비물질적인, 주류에서 소외되었던 미술, 서구의 모더니즘 미술 관념의 바깥에 있던 미술이 수집되어야 할 대상으로 떠오른 것이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발맞춰 서울시립미술관은 올해의 의제를 ‘수집’으로 정하고, ‘모두의 소장품’(4.16-6.14, 서소문 본관)과 ‘모두의 건축 소장품’(4.16-8.2, 남서울미술관) 전시를 개최했을 뿐만 아니라, 7월 24일과 25일, 이틀에 걸쳐 ‘소유에서 공유로, 유물에서 비트로‘ 심포지엄을 진행하였다. 특히 이 심포지엄은 미술관의 수집 패러다임이 변해야 할 현시점에 그 방향성을 모색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유에서 공유로, 유물에서 비트로’ 포스터


심포지엄의 첫째 날은 ‘모두의 소장품: 소유에서 공유로’라는 소주제로, 4명의 연구자가 소유에서 공유로 전환되는 시대적 상황 속에서 SeMA의 현재를 진단하고, 수집 제도와 소장품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두었다. 첫 발제에서 김아영 서울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는 ‘복합적 동시대성을 구현하는 미술관과 소장품’을 제목으로, 서울시립미술관의 수집 정책을 되짚고, 주요 공립미술관이 현재 실행 중인 공모제 수집 정책이 지닌 한계를 지적했다. 이어서 임근준 연구자는 ‘현대미술관의 소장선과 역사 선점의 헤게모니’에서 국내 국공립 현대미술관의 한국현대미술소장품과 이를 통해 구축된 한국현대미술사가 서양의 미술관념으로 형성된 “변방의 모방적 근현대미술”이라 진단하고, 이를 넘어선 새로운 지평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양지연 동덕여대 교수는 ‘미술관 수집 패러다임의 변화와 수집 제도’에서 소장품이“의미와 가치 생산의 문화적 과정”이기에, 미술관의 사회적 임무를 구현하도록 미래지향적 방안을 공론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소현 서울과기대 교수는 ‘미술관 민주주의와 ‘비-관람객’/‘배제된 자들’의 목소리’에서 정부 차원의 양적 통계조사가 미술관 접근권의 평등을 저해했음을 지적하고, 미술관이 그동안 관람객의 대상에서 “배제된 자들”을 포용해야 함을 주장했다. 백기영 서울시립북서울미술관 운영부장이 진행한 ‘모두의 대화’에서는 패널들의 다양한 의견을 추가로 들을 수 있었다.

둘째 날은 ‘미래의 소장품: 유물에서 비트로’를 소주제로, 비물질적인 작품의 수집에 관한 논쟁과 새로운 소장 방식의 제안, 법적 쟁점 등에 관한 내용으로 1개의 렉쳐퍼포먼스와 4개의 연구 발표가 진행되었다. 첫 순서는 김홍석 작가와 김신록 배우의 렉쳐퍼포먼스 < 질문들 -탐욕의 미술에 대해>로, 퍼포먼스의 소장과 대중 참여에 관한 6가지 질문을 제기하면서 비물질적인 미술이 지닌 특성을 드러냈고, 이어진 곽영빈 미술평론가의 ‘미술관의 폐허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넘어서’에서는 온라인-디지털 성범죄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를 통해 디지털의 속성을 재인식하기를 촉구했다. 유운성 영화평론가는 ‘영상 작품의 비물질적 소장에 관하여’를 통해 단채널 영상 작품들의 보존 및 소장하는 방식으로 ‘산포(散布)’가 최선의 전략이라는 논쟁적인 의견을 제시하였고, 박상애 백남준아트센터 아키비스트의 ‘플랫폼의 확장, 미래 미술관 경험’에서는 정보와 경험의 플랫폼으로서 미래 미술관을 제안하면서 온라인-디지털 시대의 수집과 미술관이 나아갈 방향성을 보여 주었다. 박경신 아트로센터 디렉터는 ‘미래의 소장품: 법 제도적 준비’를 통해 예술가에게 익숙하지 않은 법제도적인 용어와 관련 사례를 흥미롭게 설명하였다. 마지막 ‘모두의 대화’에서는 필자가 진행을 맡아 당일 패널들의 추가 의견을 들었다.

시대와 예술이 변하고 있다. 미래의 미술관은 창조적인 수집가가 되어야 한다. 이번 심포지엄은 소장품 수집에 관한 자기 인식과 소장품의 공유적 가치, 비물질적 작품의 수집 방식을 논의하면서 ‘무엇을 수집할 것인가’라는 당면한 과제 앞에서 실마리를 찾고자 노력한 흔적으로 남을 것이다.



- 안진국(1975- ) 미술평론가.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박사 재학, 2015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미술평론 당선, 『크리티컬 테크네』(2020 출간 예정), 『비평의 조건』(공저, 2019),『 기대감소의 시대와 근시 예술』(공저, 2017) 저술. 한국미술평론가협회 미술정책분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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