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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SeMA 골드 <노바디>에 초청된 조숙진 작가

김달진



서울시립미술관은 세마골드 ‘노바디’전에 미국의 민영순, 조숙진, 캐나다의 윤진미 3명의 여류작가를 초대했다. 뉴욕에서 활동하는 조숙진 씨를 만났다.

Q. 이번 SeMA 골드 ‘노바디’에서 무엇을 보여주려고 했는가?
A. 이번 ‘노바디’ 전시를 위해 나는 한국에 한 달 동안 머물면서 두 작품을 완성했다. 빈 프레임을 모아 만든 <노바디> 낡은 나무 의자를 수집해 만든 <노바디 II> 두 작품의 재료는 모두 서울 곳곳과 경기도 일산, 파주 등 여러 장소를 돌아다니며 직접 수집했다. 나에겐 재료들을 수집하는 과정이 항상 중요하다.

주변사람들과 모르는 사람들이 가져다 준 것들도 있다. 예전엔 유용했지만 지금은 쓸모가 없어져 집구석에 세워놓은 것들을...이런 과정은 내 작품의 재료의 특수성이 된다. 나는 이미 시간을 모두 통과해온 소외되고 낡은 재료들을 취한다. 그러기에 재료 속에 긴 시간의 흔적, 사연이 들어있다. 재료를 구하러 다니는 동안에 내 작품에 스며들 이야기들이 나에게 먼저 스며든다. 이런 과정을 통해, 버려졌으나 나에게 돌아온 200여 개의 빈 프레임들은 <노바디> 로, 60여 개의 의자들은 <노바디 II> 로 다시 탄생했다. 이곳저곳에 흩어져있었던 낡고 볼품없던 재료들은 다듬고 채색하는 작업과정을 거쳐 새로운 모습으로 한 공간에서 다른 생명을 얻은 것이다. 노바디 같았던 각각의 재료는 서로 같이 모이고 연결되면서 서로를 위해 꼭 필요한 요소가 되었다. 버려져 있었으나 서로 연결시키자, 하나의 사회를 구성하는 각기 다른 인간의 유기적 관계처럼 각각 중요한 역할을 했다. 노바디(Nobody) 같은 우리들은 이 재료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여기 저기 흩어져, 얼핏 버려지고, 무시당하고, 더 이상 쓰임이 사라진 것 같이 보여도 서로 연결되어 필요한 역할을 한다면, 노바디인 우리가 특별한 존재도 될 수 있음을 암시하고 싶었다. 동시에, 우리는 각각 무한대의 우주 속에서 결국은 노바디라는 것도...

Q. 작품의 영역이 평면, 설치, 영상, 사진 등 다양한 이유는?
A. 다양한 매체에 접근이 쉬워지면서 나도 자연스럽 관심을 갖게되었고, 지난 10여년동안, 전시를 위한 설치작품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사진이나 비디오로 기록하는 과정이 많아졌다.  작품 컨셉에 맞게 가능한  난 그때그때 가장 적절한 매체를 선택해 작업하려했으며, 사용한 매체는 다르지만 내가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자한 것은 같은 맥락이라 생각한다.

Q. 언제 미국으로 떠났으며, 동기는?
A. 1985년 한국에서 대학원을 졸업한 후 3년 뒤, 1988년에 뉴욕으로 갔다. 3년 동안 당시 한국의 좋은 작가들과 같이 전시도 하고 일할 기회를 가진 것은 참 좋았다. 하지만 미술세계가 내게 점점 좁게 느껴졌다. 당시 경제적으로도 어려워, 작업에만 몰두할 수 있는 상황을 갈망하던 때이기도 했다. 마침 1987년 도쿄에 전시가 있어 일본에 가게 되었는데, 예기치 않게 교토 근처 한 미술관서 열린 미국작가 조나단 보로프스키의 매우 인상적인 전시를 보았다. 마음껏 펼친 작가의 다양한 작품과 비싼 재료, 공간구성에 난 크게 감동 받았다, 이 경험은 현대미술의 중심지였던 뉴욕을 다음해에 가게 된 계기가 된다. 자유롭게 작업에 몰두하고 싶었다.

Q. 그동안 작품 활동과 대표적인 공공미술 작품은?
A. 80년대 중반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하여, 뉴욕을 중심으로 지금까지 여러 나라에서 활동하였다. 주로 나무 작품과 설치작품을 보였고, 작품영역이 점점 드로잉, 사진, 비디오, 그리고 공공미술로 확대되었다. 나의 첫 공공미술작품은 1999년 뉴욕 소크라테스조각공원에 세워졌던 70개의 드럼통을 이용한 <삶의 색채>이다. 그 다음해 스톤쿼리힐 조각공원에 세워진 <명상공간>과 2009년 LA 문화국으로부터 커미션 받은 <기원의 종>을 대표적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시작과 평화를 상징하는 <기원의 종>은 108개의 종과 9개의 나무기둥으로 제작하여, 새로 생긴 교도소 앞 퍼블릭 광장에 영구적인 작품으로 서있다.

Q. 미국에서 본 한국현대미술 변화는?
A. 실제로 외국 미술계는  한국현대미술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알고 싶어한다. 한국미술이  빠른시간안에 놀랍게 확장된 것을 알고있다. 미술관, 화랑,  레지던시,  작가를 위한 프로그램등 이 더욱 많아진 것은 한국미술계에  정말 고무적 현상이다. 그러나 양적으로 확장된반면 질적인 면에서 전문성이나 디테일면에서 많이 떨어진다고 보고있다. 이 시점에서 본인의 의견을 감히 제시한다면, 이제는  빨리빨리가 아니라  천천히, 형식보다는 내용을, 바깥보다는  안을 들여다보며, 작가는 내면에서 나오는 독창적인 작품을, 정부나 미술관은 수준높은 한국작가의 작품을 더 많이 보일수 있도록 후원하고, 레지던스는 작가들이 창작에 집중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제공하고, 외국작가와도 잘 교류할수 있도록하는 질적인 체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Q. 중국은 무슨 일로 가며 앞으로 계획은?
A. 스와치그룹에서 후원하는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으로 상하이에 간다. 거기서 6개월을 살면서 중국 곳곳도 여행하여 그들의 삶, 문화, 역사 등을 경험하고 많은 영감을 받고자 한다. 현재는 빈 마음으로 가기에 어떤 작품들이 나올지 궁금하다. 올해는 어메리칸대학미술관 등 몇 개의 단체전, 내년 봄에는 로드아일랜드대학에서 개인전이 있다.


- 조숙진(1960- ) 설치미술가, 홍익대 회화과 석사, 플랫인스티튜트 미술전공 박사, 헌팅턴미술관(2011, 웨스트버지니아, 미국), 오케이 웍스 오브 아트(2010, 뉴욕, 미국) 등 다수 개인전, 다수 단체전 참가, 하종현 미술상(2008) 수상, 『조숙진』(2011, 마로니에북스), 사진집 『엘레지』(2010, 눈빛)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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