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달진
Q. 과거 우체국, 경찰서 등의 공공기관에 설치미술을 함으로써 그곳의 의미를 변화시키는 공공미술을 보여주었는데 현재도 그 과정 중인가요?
A. 2004년에 삼청동 파출소와 안국우체국에 설치했던 작업들은 당시에 갤러리나 미술관의 미술 시스템을 떠나 스스로 장소를 선택하고 내 전시를 스스로 기획하고자 했던 시도로, 이 작업들은 이후 내 작업하는 방식이나 패턴에 지속적으로 중요한 영향을 주어왔다. 나는 특히 특정 집단이나 개인의 개입에 의해 변화되거나 혹은 생성되는 장소성에 지속적으로 관심이 있어왔다. 과거에 비해 최근 작업들에 와서 더욱 매체를 선택할 때 주저함이 없어졌는데 이를테면 꼭 그 장소에 작품이 놓여지는 것보다는 그와 유사한 혹은 그보다 더 정확한 ‘경험’을 일으키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Burning Love (2014)는 그런 점에서, 우리의 감각을 건드리는 이미지의 정치성과 장소성을 동시에 다루고 있는데, 우리에게 친숙한 공간이 감정적으로 자극된 군중에 의해 완전히 다르게 보이는 시점을 포착하여 고정시키려 노력하였다.
Q. 사회의 현실적인 문제를 자수라는 방식을 통해 보여주며 기록하는데 이러한 작업 방식은?
A. 2000년경 부터 작은 가정용 재봉틀로 집에서 그림 그리기를 혼자 시도했었다. 그러가다 인도 델리에서 레지던시 하던 2004년에 거리의 바느질사로부터 공업용 자수기계를 다루는 법을 처음 배웠다. 재봉 기계로 하는 자수는 컴퓨터 자수에 비해 느리고, 힘든 노동을 요하지만 큰 수익을 내기 어렵다. 나아가 값싼 기술이기 때문에 한국의 의류 산업에서 서서히 사라져가고 있는 듯 하다. 따라서 폐물이 되어가는 기계를 구하고, 다루는 법을 배우는 것이 먼저 중요했다. 2006년부터 동대문에서 자수하는 분께 다시 바느질을 배웠고 지금은 내 기계를 가지고 자유자재로 자수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었다. 바느질 기법 자체가 내가 한국에서 자라고 살아온 시기의 근대화 과정을 담고 있기 때문에 흥미롭고, 그것을 통해 내가 살아온 혹은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특정 시공간을 찾고 붙들고 혹은 재해석하는 일이 독백적이면서 동시에 고발적인 일이 되는 것 같다.
Q. 영국에서 본 한국 현대미술 변화는?
A. 제가 런던으로 다시 이동한 2006년부터를 돌이켜보면 그동안 신자유주의 경제구조로의 변화가 전세계 미술이 보여지고 소비되고 또 행해지는 방식에 큰 영향을 주게 되었고, 비교적 규모가 크지 않았던 한국의 미술계에서는 그 변화가 더 구체적인 양상들로 드러났었던것 같다. 개인적으로 한국의 현대미술이 지역적으로 어떻게 변했는가 보다는 동서의 구분을 떠나 신자유주의와 현대미술이 관계하는 방식을 찾아보는 것에 더 관심이 있다. 그래서 전시를 통해 동시대 동료 작가들의 작업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지켜보는 것이 늘 흥미롭다. 왜냐면 자본의, 혹은 그와 관련한 다양한 힘의 역학안에서 미술은 변해왔고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개개인의 작가들, 혹은 작품들이 그 거대 구조안에서 미술을 정의하고 자신을 정의하기 위해 대처하는 제스처같이 보인다.
미술이 글로벌 신자유주의 경제시스템 안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변하고 성장하고 또 억세게 가지를 쳐야 하는 시대에 과거에 비해 한국의 미술이 다양화, 세분화 될 수 밖에 없고, 그와 함께 인식있는 전문인층 역시 더 두텁게 성장해가고 있다고 믿는다.
FAMILY SITE
copyright © 2012 KIM DALJIN ART RESEARCH AND CONSULTING. All Rights reserved
이 페이지는 서울아트가이드에서 제공됩니다. This page provided by Seoul Art Guide.
다음 브라우져 에서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This page optimized for these browsers. over IE 8, Chrome, FireFox, Safari